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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006년 11월 10일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최연희 의원이 재판 뒤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006년 11월 10일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최연희 의원이 재판 뒤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 일각에서 슬그머니 최연희 의원(무소속, 동해·삼척)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희태 대표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은 이런 무리수를 두려는 박 대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 의원은 지난 2006년 한 언론사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기자를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다. 국회 본회의에선 그의 사퇴를 압박하는 사퇴촉구결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자진 탈당한 뒤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눈총을 샀다. 2007년 6월 2심 재판부는 최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었던 1심을 깨고 무죄나 다름없는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 최고위원, 회의 때 슬쩍 '복당론' 꺼내

 

'최연희 복당론'은 주로 중진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의원들이다.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일부 최고위원이 그의 복당 얘기를 꺼냈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한달 반 전쯤 최고위에서 모 최고위원이 지나가는 말로 '선고유예 판결도 났고 총선에서도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니 이제 최 의원이 복당할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을 꺼냈다"고 전했다.

 

그러자 다른 의원이 "그렇게 하자"며 맞장구를 쳤고, 박희태 대표가 "다음 기회에 정식으로 논의하자"며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최고위원은 "언론이나 여성단체의 비판 등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서 검토해야 할 문제지만 (사회의) 양해만 있다면 복당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어 그는 "최 의원이 지난 3년간 엄청난 시련을 겪고 고통을 치렀다"며 "복당 문제가 정식으로 논의된다면 최고위원들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성들은 용납이 안되겠지만 술 취해서 그 사람 나름대로 친밀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것" "개인의 인품은 훌륭하고 당 기여도도 높았다"며 감싸기도 했다. 대표적인 온정주의다.

 

중진 사이서 "대가 치를 만큼 치렀다"... 온정론 만연

 

강원도당위원장인 이계진 의원은 아예 "나는 처음부터 최 의원이 복당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미 사회적·개인적·도덕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법적 판단도 받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최 의원이 복당을 신청할 경우 도당의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이 의원은 "절차상 도당에서 복당심사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게 돼 있지만, 먼저 중앙당의 입장을 들은 뒤 도당에서 심사해 결과를 중앙당에 올리는 게 맞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중앙당에서 긍정적인 의사를 전하면 도당에서는 일사천리로 복당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미 여러 창구로 최 의원의 복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신년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오찬을 나누다가도 이 얘기가 나오자 "언론이 '최연희 복당' 기사를 써보면 국민 여론이 어떤지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를 봐서 복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 일각 "얼마나 뭇매 맞으려고"... 시민단체 "복당시킬 이유 없다"

 

 지난 2006년 9월 29일 오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최연희 의원(무소속)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06년 9월 29일 오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최연희 의원(무소속)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연희 성추행 파문'을 보고 겪은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 눈으로 봐야지 우리 내부논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온정주의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막상 복당시킨 이후 여론이 어떻게 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며 "안그래도 '강호순 사건' 때문에 사회가 떠들썩한데 (성추행을 저지른) 최 의원을 복당시켰다가 어떤 뭇매를 맞으려고 그러는지 무척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당헌·당규도 '당원이 파렴치 행위나 부정부패 관련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하고 형이 확정되면 제명한다'고 못박고 있다.

 

시민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강제추행으로 당에서 쫓겨나다시피 자진 탈당한 의원인데 복당시킬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이 팀장은 "한나라당이 최 의원의 복당을 추진한다면 과연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당인지, 당의 의원 윤리에 대해 어떤 잣대를 갖고 있는지 국민이 다시 한번 평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의원 "받아만 준다면 돌아가고 싶다... 의원들도 이해해줄 것"

 

그러나 최 의원은 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최 의원은 2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받아만 준다면 내가 원래 있던 곳(한나라당)으로 가려고 한다"며 "당에서 허락만 한다면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 의원은 "(사건을 일으킨지) 3년이 지났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조용하게 근신하면서 의정활동도 더 열심히 해왔다"며 복당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사회나 당내 반대 여론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간 시간이 지나오면서 의정활동도 열심히 했고 시민단체로부터 평가도 잘 받았다. 의원들도 이제는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연희#성추행#한나라당#복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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