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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 가는 길
철마산 가는길 ⓒ 김찬순

버들 강아지
버들강아지 ⓒ 김찬순

버들피리 불던 봄날은 가고...

우리 삼형제는 유년시절 깊은 산골에서 자랐다. 그래서일까. 우리 삼형제 다 산을 좋아한다. 둘째 형은 어릴적 다람쥐란 별명을 가질 만큼 삼형제 중 제일 산을 잘 탔다. 버들피리 부는 봄이 돌아오니 삼형제가 망아지처럼 쫓아다니던 고향 생각난다. 삘리리 삘리리 버들피리를 작은 형은 정말 잘 만들었다. 삼형제가 버들피리를 불며 소꼴 먹이러 다니던 그 행복했던 봄날은 다 어디 갔을까. 그래도 아직도 작은 형은 마음만큼은 소년이다. 마음이 늙지 않아서 무엇이든 열심이고 산도 열심이다. 열심히 산을 찾는만큼 누구보다 산에 대한 정보도 많고 환하다.

"아우야, 철마산의 전망이 진짜 좋다는구나. 내가 산행지도랑 차편이랑 점심도 다 준비했다. 너는 몸만 오면 된다. 내일 비가 와도 범어사역까지 7시까지 와야 한다."

이렇게 작은 형의 연락을 받아, '산벗' 일행과 범어사 역에서 형과 만나 임기 마을 가는 2-2 번 마을 버스를 탔다. 등산객들을 많이 실은 마을 버스는 금정 경륜 공원을 지나 임기마을로 향해 달렸다. 마을 버스의 종점은 임기마을. 새벽 일찍 집을 나온 탓에 나는 버스 좌석에 앉자마자 깜박 졸았나보다. 툭 어깨를 치는 손길에 놀라 눈을 비비니 아침 차창밖을 흘러가는 전원 풍경은 초록의 나라에 온것처럼 연두빛 봄이 완연했다. 막 이제 눈을 뜬 버들강아지의 행렬 사이로 파릇파릇 땅을 뚫고 올라온 쑥,냉이, 달래…그리고 들찔레와 탱자나무의 파란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소리… 임기마을까지 마을 버스가 달려온 시간은 20분 정도. 일행은 종점에서 내려 마을 회관 앞을 지나 개울가를 따라 이어진 산행로로 접어 들었다.

철마산 가는 길 회동 수원지와 동래방면이  한 눈에
철마산 가는 길회동 수원지와 동래방면이 한 눈에 ⓒ 김찬순

철마산 가는 길 전망이 탁월하다. 부산 노포동까지 보여...
철마산 가는 길전망이 탁월하다. 부산 노포동까지 보여... ⓒ 김찬순

부산 시내와 또 다른 상쾌하면서 흙냄새 나는 자연의 공기. 정말 좋다 ! 정말 상쾌하다. 공기 속에 봄 냄새가 물씬 코를 자극했다. 멀리 아지랑이 같이 뿌연 봄 안개가 신비롭기까지 했다. 산길을 올라가는 숲에는 탱자나무며 들찔레나무의 잎이 연초록으로 반짝반짝 햇빛에 빛이 났다. 봄의 고향악이 울려펴지는 임기 마을을 내려다 보며 올라가는 산길은 정말 기장 그리고 저 멀리 울산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일행은 천년 솔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탁 트인 전망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탱화가 아름다운 절이 보였다. 절이름은 묘법사. 그러나 절은 역사도 그리 깊지 않고 가람도 그리 크지 않았지만, 경관이 뛰어난 자연 풍경이 묘법사를 그곳에 존재케 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년 소나무의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시 눈을 감고 산문 앞에 합장 하고 길을 재촉했다.

철마산 묘법사
철마산묘법사 ⓒ 김찬순

산커피 맛은 달라 !

흙냄새 봄기운 따뜻한 오솔길은, 묘법사의 일주문(不二門)을 통해서 철마산 가는 길로 깊어 갔다. 산행로는 조금 가파르긴 했지만 점점 울창한 숲과 기암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걷다가 되돌아보면서 다시 걸어올라가면서 뒤돌아보게 할만큼 전망이 압권이었다. 일행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헉헉 거리는 가파른 숨길을 고르며, 이름없는 작은 암자를 지나자, 길은 입석 방면에서 올라오는 산행로와 만나졌다. 이곳에 이정표가 잠시 쉬어가라고 발길을 붙들었다. 일행은 가지고 온 보온병에 물로 일회용 커피를 타 마셨다. 커피맛이 똑 같을 터인데, 모두들 '산커피 맛은 역시 달라 !'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두 갈래의 산길이 만나는 이 지점은 (범어사 역에서 마을 버스를 타고 오다 임기마을 못 미쳐서, 입석마을이 있는데, 여기서 내려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이곳까지 올라오면 천년바위들의 세월이 깎아 놓은 갖가지 기묘한 바위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전망이 좋아, 오륜대의 수원지 방향과 금정구 방면쪽으로 시가지가 보이는데 정말 탁 트인 하늘 밑의 성냥갑 같은 집과 건물들이 한 눈에 들어와 좋다. 전망대 바위에서 서봉 (577m) 까지의 산행로는 철마산의 명품이라 자랑할만 하다.

탱자 파릇파릇
탱자파릇파릇 ⓒ 김찬순

철마산 정상에 올라
철마산정상에 올라 ⓒ 김찬순

용마에서 철마로 변한 유래에서 철마산이라 이름 하다

철마산의 이름은 쇠말산, 샛말, 소멀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철마산의 전설에 따르면 아주 먼 옛날 큰 홍수와 해일로 인하여 철마산은 물속에 잠겼다고 한다. 그런데 '미역바위'의 '용굴'에서 동해용왕의 명을 받은 용마가 나타나자 물이 사라져 환란을 구했으나, 용마는 미처 환궁하지 못해 뜨거운 태양빛에 말려져서 점차 굳어져서 작은 쇠말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런 전설로 인해, 쇠(鐵), 말(馬), 뫼(山)의 단어가 모여져서, 철마산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철마산의 이름에 대해서, 학계의 재미난 해석이 많은 것도 흥미롭다. 철마산이란 이름은 경기도 철마산 이름과 같아서 철마산하면 경기도 철마산을 쉽게 떠올리지만, 경기도 철마산의 자연 경관 못지 않게, 기장군 철마산은 전국 산악인에게 소리 소문 없이 인기 높은 명산이다.

정상을 올라가는 마음처럼.... 돌탑을 쌓는 마음 앞에 탁 트인 전망, 산맥들의 용트림이 있는 봄날
정상을 올라가는 마음처럼....돌탑을 쌓는 마음 앞에 탁 트인 전망, 산맥들의 용트림이 있는 봄날 ⓒ 김찬순

매암산 기암절벽이 절경
매암산기암절벽이 절경 ⓒ 김찬순

봄이 먼저 매암산 정상에 올라
봄이 먼저 매암산정상에 올라 ⓒ 김찬순

신비와 절경의 기암을 이룬 천년바위들...
신비와 절경의 기암을 이룬천년바위들... ⓒ 김찬순

철마산에서 백운산까지의 전망 압권

철마산에서 매암산으로 해서 망월산, 그리고 다시 백운산까지 가는 산행로는 전망이 좋아서 산을 올라가는 피곤함을 잊게 한다. 뿐만 아니다. 계속되는 길의 오르내림으로 산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산을 타는 맛은 산정상에 올라 세상을 발 아래 두는 것. 일행은 소산봉에서 중식을 했다. 둘째 형수가 새벽 일찍 준비해 준 오징어 회맛 너무 맛있다. 살짝 데쳐 삶은 오징어 회를 그대로 신문지에 싸서인지 따뜻했다. 따뜻한 오징어 회에 준비해온 막걸리 맛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행복의 맛. 땀을 푹 빼고 마시는 막걸리 맛, 산커피 맛처럼 귀했다. 그런데 하늘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일행은 목표 했던 백운산행을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하고, 매암산에서 망월산으로 향했다. 산길을 끼고 도는 정관 방면의 기암절벽 등 정말 경치가 절경이다. 시계가 약간 흐렸지만, 멀리 백운 공원묘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그러나 누구도 하산을 재촉하지 않았다. 백운산에서 하산할 때는 임기 마을 방면이 아닌 임곡 방면으로 내려왔다. 하산길은 둘째 형도 초행이라, 길을 잃을까 염려했으나, 다행히 길을 안내하는 산행 안내표지판과 요소요소 나뭇가지마다 하행길을 안내하는 친절한 리본이 있었다.

산길을 안내하는 리본을 매듭 지어 준 그 누군가에게 새삼 고마움을 가졌다. 길은 임곡 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여기서도 버들강아지들이 막 눈을 비비고 있었다. 언 땅을 뚫고  파릇파릇 나온 쑥들이 지천이었다. 봄은 어느새 산 메아리 부르고 있었다. 야호 ! 오랜 만에 외치는 약한 산 메아리와 함께 형이 깎아 만든 버들피리 소리 삘리리 삘리리 봄비를 재촉하고 있었다. 봄비 내리고 나면 더욱 봄빛 푸르고 몇 번이 남았는지 모를 이 짧은 봄날이 가리라. 그래도 또 봄은 다시 우리가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리라.

망월산 에서 백운산까지
망월산에서 백운산까지 ⓒ 김찬순

덧붙이는 글 | 범어사 지하철 역에서 임기 마을가는 마을버스 2-2 번을 타면 종점이 임기마을이다. 산행은 임기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철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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