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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뉴질랜드-호주-인도네시아를 잇는 7박8일의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청와대는 '녹색 외교'라는 단어로 이번 순방외교의 목적과 의미를 압축, 발표했다.

 

"이번 세일즈 외교의 키워드는 '경제'와 '자원 및 녹색'이다. 3국 정상과의 정상회담 주제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및 에너지 협력 등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3개국 순방이 '녹색 외교'라면, 적어도 호주에서는 번지수가 틀린 것으로 보인다.

 

호주가 환경친화적인 나라처럼 보이겠지만

 

오랫동안 호주는 환경보호정책을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나라로 알려졌으나 그건 허상이다.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목장풍경의 녹색 아우라가 환경친화적인 나라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뿐이다. 다음과 같은 통계수치들이 그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호주는 1인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1위 국가다. 호주 국민 한 사람이 연간 10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다. 또한 2005년 기준으로, GDP당 온실가스 배출량(0.80톤/1000달러) 부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또한, 호주는 석탄 수출 1위 국가다. 한국은 주요 수입국이고. 석탄은 석유와 더불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대표적인 화석연료다. 그런 연유로, 호주 그린피스 회원들은 세계 최대 석탄수출 항구인 뉴캐슬 앞바다에서 위험천만한 해상시위를 벌여왔다.

 

2007년 11월 28일자 로이터 통신은 "호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살기 좋은 국가이면서, 공해 발생 3위 국가"라고 보도했다. 호주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다음으로 인간발달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3위 국가인 동시에 미국, 캐나다 다음으로 환경 불량국가 3위라는 것.

 

그럼에도 호주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제12차 UN 기호협약회의(케나 나이로비)에서 발표한 '2007 기후변화 국가 수행지수' 평가에서 호주는 평가 대상 국가 56개국 중 47위를 마크했다.

 

한국은 48위였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방출 국가 1, 2위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 53위와 54위를 기록했다. 꼴찌 10개국에 OECD국가들인 한국, 호주, 미국, 중국이 줄을 섰다.

 

"경제 우선" 존 하워드 총리가 12년간 저지른 악행

 

이 모든 수치는 2007년 말까지 12년간 집권했던 존 하워드 전 총리가 철저하게 반환경적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들이다.

 

그는 퇴임할 때까지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교토의정서 의무 부담국가 중에서 끝까지 서명을 거부한 국가 수장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와 미국 부시 대통령밖에 없었다.

 

하워드 총리가 국제 기후변화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거부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경제우선정책에 반하기 때문이었다. 협약을 이행할 경우 석탄에 의존하는 호주경제가 피해를 입게 되고, 호주의 일자리가 준다는 것.

 

그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는 환경단체를 향해서 "교토의정서 때문에 석탄 수입 국가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다보면 호주의 석탄수출량이 감소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기간에 집권했던 부시 대통령과 하워드 총리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신봉자였다. 시장의 완전한 자유방임과 세계화 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세계가 존 하워드 총리를 '부시의 제2 푸들'로 조롱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올해 산불도 혹시 '기후변화' 때문에?

 

제프 엔젤 토탈환경센터(TEC) 소장은 "환경 친화적인 국가로 알려졌던 호주가 하워드 집권 말기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 1위 국가로 밝혀지자 국제사회가 경악했다"면서 "전 세계의 주요 언론들이 이를 쇼킹뉴스로 다루었고, 그로인해 받은 국가 이미지 손상은 그 어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 환경 및 기상 전문가들은 "호주 동남부 빅토리아 주에서 2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호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는 동안, 동북부 퀸즐랜드 주에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이유가 기후변화에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2006년 호주 평균기온이 1990년보다 0.47도 상승했다"면서 "2007년에는 지구 전체의 기온상승인 0.42도보다 호주의 수치가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호주 기상청 소속 기후학자 닐 플러머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그린하우스 영향으로 분석한다"면서 "그 결과 서북부는 예년 평균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동남부는 기온 상승을 동반한 가뭄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호주가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는 말인 셈이다.

 

한때는 호주도 '환경 선진국'

 

1996년 존 하워드 총리가 집권하기 전까지 호주는 세계가 알아주는 환경 선진국이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호주 환경에 대한 착시현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호주의 환경정책을 벤치마킹 할 정도였다.

 

정부가 환경정책을 잘 운용하려면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그 당시의 호주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거기에 지방정부까지 가세하여 경쟁적으로 환경보호법을 제정하여 발전시켰다. 1000개가 넘는 환경보호단체의 적극적인 활동도 큰 뒷받침이 됐다.

 

1974년에 발효된 환경보호법이 구체적인 사례다. 그 외에도 지하수 및 운하 관리법, 원자력 관리법, 해저오염물질 관리법, 오염물질 수출입 관리법, 오존보호법(Ozone Protection Act)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환경을 개선하기는 어려워도 환경을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존 하워드 정부의 경제우선정책으로 환경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호주는 불과 10년여 만에 환경 불량국가라는 굴욕을 당했다.

 

이명박 대통령, 무엇을 합의하실 건가요

 

2008년에 1월에 취임한 케빈 러드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다음,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환경회에 참석 중이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러드 총리의 첫 해외출장이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2008년 광복절 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 성장'을 선언했다. 성장과 개발 쪽에 국정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그의 정치성향과는 크게 다른 행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환경을 위한 정당하고 가시적인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면제 시한이 2012년이다. 2009년 말에 열리는 코펜하겐 당사국 회의에서, 대한민국이 2013년부터 준수해야할 책임을 부과받게 된다. 2013년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에 포함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한-호 정상회담 자리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할지 매우 궁금하다.


#녹색외교#이명박#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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