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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시민들의 마지막 믿음이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조직 바로세우기에 나서겠다."

 

지난 해 11월, 회계사고로 인한 후폭풍으로 중앙 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 중 일부다. 그러면서 중앙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 지역과 현장에 밀착된 회원 주도형 조직으로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시민단체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났다.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 4일, 변화를 살피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여수환경운동연합(이하 여수 환경련)을 찾았다.

 

3명의 활동가가 일하고 있었다. 1명은 순천환경련으로 파견 근무 중이었다. 내부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공기는 썰렁했다. 난로를 켜지 않고 두꺼운 옷을 입어 난방비 지출을 줄이고 있어서다. 활동가들에게 회계사고 후 후폭풍 등에 대해 물었다.

 

 

"탈퇴 회원은 없고,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

 

"우리도 (회계사고 이후) 회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탈퇴 회원은 없고,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단체 등록 회원 수는 1300여 명이지만, 회비납부 회원은 620명이다. 1월과 2월에 29명이 더 늘었다."

 

회원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문갑태 활동가는 "그동안 외부 프로젝트 사업을 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솔직히 회원들에게 소홀했다"며 "그러나 올해부터 외부 사업을 하지 않고, 회원과 조직정비에 많은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여수는 (회계사고가 터지기) 그 전에 외부 사업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향을 정했는데, 마치 사고로 인해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질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어찌됐건 올해에는 외부 프로젝트를 하지 않고 회원사업과 지역 환경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갑태 활동가는 조직 강화에 대해 "매주 2차례씩 회원들을 만나 활동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애로사항과 개선점 등 비판을 듣는다"면서 "회원들이 활동가와 회원 만남에 대해 무척 반기며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사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회원을 늘려가는 일을 진작했어야 했다"며 "회원들을 만나보니 시민운동이 살길은 회원관리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회원이 되어 주십시요!"라며 회원가입을 부탁했다.(여수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http://yosu.kfem.or.kr)

 

이와 관련, 박근호 회원은 "지금은 회원들이 대접받고 있다 생각하고 모두들 좋아하는 걸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회계부정 사건이 진작 터졌어야 했다"며 "(회계부정)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재정, 회비 85%ㆍ프로젝트 15%에서 100% 회비로 바뀌어

 

이보다 더 큰 관심사는 회계 투명성. 여수환경련의 월 평균 회비 수입은 600여만원. 이것으로 4명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엔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모집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여, 연 156명 회원모집 목표를 설정했다. 수입이 672만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각종 사업은 사업별로 수입지출 구조를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회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회비 85%ㆍ프로젝트 15% 비율에서 100% 회원 회비 구조로 바뀌었다. 부족분은 활동가 활동비 20% 삭감,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 올리기, 회원 늘리기, 사무실 운영비 줄이기 등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조환익 활동가는 "지금은 프로젝트를 안 하는 관계로 프로젝트 정산이 없어 그만큼 회계가 쉬워졌다"며 "예전에는 인건비 정산 등이 안돼 월말 결산이 다음 달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현금까지 통장에 넣어 정확하게 월말 정산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역 환경사업에 대해 "2012여수세계박람회 예정지인 오동도 부근 해역이 방파제로 인해 물 흐름이 막혀 썩었다"며 "올해에는 오동도 해수유통 촉구사업과 철도 폐선 부지를 환경 친화적인 장소로 바꾸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민운동의 대안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

 

이야기를 마친 후 느낌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어려움에 직면해 회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효과를 가져 온 것 같았다. 내심 반가웠다. 예전에는 외부사업에 치여 생기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팔하게 생기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 '활동가만 움직이는 시민운동'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운동이 시민들 아픔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문갑태 활동가 말처럼 "기본에 충실한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직면할 수 있었다.

 

그래야만 마음 떠난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시민들도 자신들의 믿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것이라 여겨진다. 환골탈퇴 노력이 선행될 때 전화위복의 계기가 만들어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환경운동연합#회계부정#여수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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