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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 노무현공식홈페이지

"정치를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정치에 바쳐야 합니다. (중략) 그 중에서도 사생활, 특히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없는 것은 참으로 치명적인 고통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4일 밤 늦게 홈페이지(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정치하지 마라' 제하의 글의 한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A4용지 두쪽반 분량의 글에서 '정치인의 숙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구속된 형 노건평씨로 인해 곤혹스러운 최근 심경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다.

 

이 글에는 5일 오전 11시경까지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려 있어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들어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를 통해 몇 차례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귀향 1년을 맞을 즈음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는 제목으로 최근 근황을 알렸으며, 이후 "민주주의와 관용과 상대주의", "글을 올려놓고 보니"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 글에서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정치하지 마라'는 말을 한다"며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이며,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성공을 위하여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한테 주어지는 난관과 부담으로 '거짓말의 수렁'과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 등을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히 좋은 조건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고는 이 길을 회피하기가 어렵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렁에 빠져서 정치 생명을 마감한다"고 덧붙였다.

 

'거짓말의 수렁'에 대해 그는 "고의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점차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마침내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소재로 우스개꺼리를 만들어 웃고 즐기고 돈벌이까지 한다"고 말했다.

 

'돈의 수렁'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돈정치는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들 하나 그렇다고 정치에 돈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돈을 조달할 방법은 없고, 이전에 비하면 후원회 제도가 많이 정비되기는 했지만, 지역을 관리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의원에게는 한참 부족하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에게는 연금제도도 없다. 결국 노후는 대책이 없다. 원외 정치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스스로 돈이 많은 부자이거나 샘이 깊은 후원자라도 있는 복이 많은 정치인에게는 이런 이야기는 해당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많겠느냐?"

 

이전투구에 대해, 그는 "민주주의라고 싸움이 항상 규칙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정쟁을 전쟁으로 하던 적대적 정치문화의 전통이 남아 있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큰 나라에서는 자연 싸움이 거칠어지고 패자에 대한 공격도 가혹해 지기 마련"이라며 "욕설, 몸싸움, 거짓말, 중상모략, 뒷조사 이런 악습이 남아 있는 이유다"고 밝혔다.

 

고독과 가난을 설명하면서 그는 "제 경험으로는 정치를 하는 동안 옛날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면서 "시간이 없기도 하고, 생각과 정서도 달라지기도 하고, 손을 자주 벌려서 귀찮은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1990년 3당 합당을 떠올린 그는 "이후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를 하자고 권유를 하고 다녔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정치인을 위한 변명'을 글로 써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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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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