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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표지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표지 ⓒ 평화신문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2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김 추기경의 정신과 삶을 그리워하는 국민적 열망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 서점가에 고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인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가  시간이 갈수록  독자들의 점점 더 뜨거워지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는 <평화신문>의 김원철 기자가 지난 2003년, 2007년 두 해 동안 약 4개월에 걸쳐 김수환 추기경의 집무실로 찾아가 자신의 생애에 대한 김 추기경의 구술내용을 글로 정리한 회고록이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69년도에 추기경에 임명돼서 40년 동안  한국 가톨릭의 최고 성직자로 있으면서 한국 사회와 국민들에게 많은 정신적 영향을 주었으나 본인이 남긴 저서가 한권도 없다. 때문에 이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는 김 추기경이 남인 사실상의  유일한 저서이자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고 김 추기경의 구술을 글로 정리한 <평화신문> 김원철 기자는 "추기경이  저서를 한권도 쓰시지 않았던 것은 추기경님 특유의 겸손한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일부러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셨고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아주 경계하신 분이셨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제가 추기경님이 구술하시는 것을  글로 옮기긴 했지만 이 회고록은  사실 추기경님이 직접 쓰셨다고 보는게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한 김원철 기자는 4개월에 걸친  고 김수환 추기경과의 집중적인 구술 인터뷰 기간 동안 자신이 느낀 점, 그리고 김 추기경  선종하신 이후 세상의 그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지켜보는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추기경은 누구나 다 인정하듯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슬픔과 기쁨 나누시고 하셨지만 그러나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었음에도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은 주교나 추기경 직책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없었음을 고백한다'"라고  고 김추기경의 솔직한 고백의 한 단면을 소개했다.

 

 그는 " 추기경님은 말년에도 저한테 이 말씀을 몇 번 저한데 하셨는데 정말 자신이 통회의 눈물로 죄를 씻고 주님 앞에서 서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 '어떤 때는 내 마음이 사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수자들이 절대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은혜로운 사막이 아니라 그저 모래바람만 불어대는 황량한 사막과 같다. 내 뉘우침과 성찰이 부족함을 탓할 수 밖에 없다'"라고 술회했다며 "사실 이 정도 고백이면 이 책은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느님! 추기경 체면을 봐서라도 기도를..."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빈소를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빈소를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 기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에 얽힌 비사도 한 가지 소개했다 .

 

"이런 일화도 제가 한 가지 들었습니다. 1998년 서울대교구장 은퇴하시기 직전인데 비서수녀님께 버스 토큰 몇 개를 구해달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비서수녀님이 몇 개 구해다 주셨더니 어느 날 잠바차림으로 낮에 명동으로 혼자 나가시더래요. 그래서 깜짝놀라서 수녀님이 따라오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어디가시냐고 물어보니까 이제 교구장 퇴임을 얼마 안 남겼으니까 이제 나도 '홀로서기 연습'한다고 , 버스도 탈 줄 알아야 하고 지하철도 탈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추기경께선 퇴임직전에 버스를 타고 혼자 어디를 왔다갔다 하셨습니다"라며" 추기경께선 그런 인간적인 면도 있으신 분이셨다"고 말했다.

 

교회와  현실참여라는  어려운  과제에 대한 김 수환 추기경의 명쾌한 답변이 담겨있는 구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 기자는 " 어느 날 비서 수녀님이 메모지를 하나 주셨대요. 그 내용이, 어느 유치원 교사가 임신을 했는데 병 때문에 임신부 생명과 태아 생명 둘 중에 하나를 택일해야 할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하면서 추기경님께 기도를 부탁한다고 연락이 와서 기도 요청한다는 메모지를 주셨나봐요 . 그래서 추기경이 그러시더라구요. 그날 정말 '임신부와 태아 둘 다 살려주십시오'하고 간절히 기도하셨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느님! 사람들은 추기경이 기도하면 다 들어주는 줄 알고 있다'면서 '제 체면을 봐서라도 살려달라'고 때를 썼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추기경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김 기자는 "고 김 추기경님의 범국민적 추모열기를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듯이 마찬가지로 회고록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이렇게 뜨거울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생각해보면 이렇게 자칫 교회서적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이런 책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국민적 호응을 얻는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증보판)는  김 추기경님 장례미사 끝나고 바로 다음날인 2월21일 발간돼 현재 10만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수환#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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