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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주꾸미는 한 묶음에 1만원이다.
제철 맞은 주꾸미는 한 묶음에 1만원이다. ⓒ 조찬현

 

전남 장흥의 토요장터가 재래시장의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인구감소와 소비 형태의 변화로 쇠락의 길을 걷던 장터가 기존 5일장의 틀을 깨고 토요시장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토요장터는 가는 날이 장흥장날(2일, 7일)이었다.

 

가축을 파는 상인이 할머니와 흥정을 하다 목소리를 높인다. 엿장수의 리어카에서는 간드러진 트롯 음악이 흘러나온다. 잡화가게에는 옛날 생활필수품이었던 화랑 사각성냥이 쌓여 있다. 성냥은 하루에 한 개 팔기가 어렵단다. 순전히 구색상품이다. 가게의 주인은 장흥토박이로 40년 동안 장흥시장을 지켜온 김복환(61세)씨다.

 

"요즘도 성냥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노인들이 라이타를 못쓴께 사제."

"얼만데요?"

"성냥이 무지하게 비싸요, 천원~ 하나 사면 1년을 써 부요."

"..."

 

볼거리 많은 장흥토요시장

 

 전남의 명물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풍경
전남의 명물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풍경 ⓒ 조찬현

 

튀밥가게 앞에는 할머니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쌀 튀밥을 튀기려고 왔다는 변순덕(69세)할머니는 쌀을 한 됫박 가져와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죽세공품과 다양한 볏짚공예도 볼거리다.

 

주꾸미 한 묶음에 1만원, 더 이상 손질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다듬어놓은 아귀는 4마리에 1만원이다. 만능공구를 파는 아저씨의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재미에 푹 빠져 한참을 머물렀다.

 

더덕향이 은은하게 풍겨온다. 겨울철에 캐놓은 더덕이라 달고 맛있다며 맛보기를 권한다. 야생옻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아주머니는 장사가 그만그만하단다.

 

"아쉬운 대로 돼야~ 포로시 이녁 목구멍 먹고 살제."

 

노란 복수초, 화사한 꽃양귀비, 고개 숙인 할미꽃, 야생화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토요장터와 5일장이 겹쳐서 구경거리가 많아 좋다.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좋을 때도 있구나싶다.

 

 죽제품과 다양한 볏짚공예품
죽제품과 다양한 볏짚공예품 ⓒ 조찬현

 야생옻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아주머니는 장사가 그만그만하단다.
야생옻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아주머니는 장사가 그만그만하단다. ⓒ 조찬현

 싱싱한 간재미, 제철 맞은 키조개와 새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싱싱한 간재미, 제철 맞은 키조개와 새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 조찬현

 

인심도 사람도 넘치는 장터에는 특이한 물건도 많다. 이곳 사람들이 자애라 부르는 바다새우는 인기가 많다. 어물전 아주머니는 제일 고급반찬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소금 간하고 오만양념 다해 놓으면 제일 고급 반찬이어라우~ 4천원에 떨어 부씨요."

"이거 진짜 맛있어. 간재미는 6마리에 만원에 주께."

"전어 만원어치를 5천원에 줘~부러."

 

이빨이 날카로운 검정상어, 싱싱한 간재미, 제철 맞은 키조개와 새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냉이, 쑥, 풋보리... 봄나물도 많이 나왔다. 풋보리 한 바구니에 1천원이다. 한 줌씩 사다 풋보리는 된장국을 끓이고, 쑥은 쑥버무리를 해먹으면 정말 맛있을 듯싶다. 봄나물이 나른한 춘곤증 예방에도 좋고 입맛을 돋운다고 한다.

 

"갓똥(토종 갓)을 텃밭에서 쪼깐 해갖고 왔어. 무시(무) 넣고 갓 물김치 담가놓으면 얼마나 만나다고."

 

 냉이, 쑥, 풋보리...봄나물도 많이 나왔다. 한줌씩 사다 풋보리는 된장국을 끓이고, 쑥은 쑥버무리를 해먹으면 정말 맛있을 듯싶다.
냉이, 쑥, 풋보리...봄나물도 많이 나왔다. 한줌씩 사다 풋보리는 된장국을 끓이고, 쑥은 쑥버무리를 해먹으면 정말 맛있을 듯싶다. ⓒ 조찬현

 이빨이 날카로운 검정상어,  이녀석 무섭게 생겼다
이빨이 날카로운 검정상어, 이녀석 무섭게 생겼다 ⓒ 조찬현

 

장흥 부산면에서 왔다는 배옥순(80) 할머니는 메밀묵과 갓, 미나리를 가지고 장터에 나왔다. 갓과 미나리는 다 팔았다. 이제 메밀묵 서너 개만 팔면 털고 일어설 것이다.

 

"돈벌이 좀 되나요?"

"늙은이가 쪼깐 해 왔는디 얼마나 번다고, 만원도 벌고 2만원도 벌고… 돈이라고 하잘 것도 없어."

 

노점 상인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새참 때가 되자 찐 고구마를 서로 나누어먹는다. 콩 한조각도 나누는 다정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쌀과 식혜를 달여서 만들었다는 갱엿은 군침이 당긴다.

 

"예뻐요, 멋져요. 에헤~ 세상에 이런 꽃이 있을까 그래."

 

자칭 꽃을 든 남자라며 히아신스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는 꽃장수 아저씨는 입담이 참 좋다.

 

토요시장과 5일장을 오가며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한우고기의 참맛을 보다

 

 감칠맛 나는 한우고기를 깔끔하게 구워먹은 뒤 돌판 볶음밥으로 마무리했다. 미나리와 봄나물을 넣어서 봄 향기가 가득하다.
감칠맛 나는 한우고기를 깔끔하게 구워먹은 뒤 돌판 볶음밥으로 마무리했다. 미나리와 봄나물을 넣어서 봄 향기가 가득하다. ⓒ 조찬현

 새조개 샤브샤브도 인기 만점이다.
새조개 샤브샤브도 인기 만점이다. ⓒ 조찬현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에 가면 한우직판장에 꼭 들려 볼일이다.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한우를 공급하는 한우직판장은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공급한다. 이곳에서 구입한 고기는 근처 식당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

 

한우직판장에서 최고급육 갈비살 600g을 3만2천원에 구입했다. 근처 식당에서 구워먹는데 100g에 1천원이다. 이곳(이숭굴)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있던 곡성에서 왔다는 일행들은 "값이 싸고 맛도 좋다"며 만족해 했다.

 

역시 소문이 헛된 게 아니었다. 한우고기의 맛이 최고다. 이집에서 내어놓은 파김치와 배추김치, 감태김치 등의 밑반찬도 수준급이다. 깔끔한 감칠맛이 좋다. 고기를 다 구워먹은 뒤 돌판 볶음밥으로 마무리했다. 미나리와 봄나물을 넣어서 봄 향기가 가득하다.

 

다채로운 공연과 정이 넘치는 토요장터의 인기에 한우가 단단히 한몫을 한다. 전남의 명물 장흥토요시장이 침체된 재래시장의 새로운 갈 길을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취재에 협조해준 장흥군청 ‘이 승주 의사계장’에게 감사드린다.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흥토요시장#정남진#한우#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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