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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 수요 가정의 날. 현대차 사내 하청에 다니는 나는 17시 퇴근하였습니다. 17시 30분경, 남목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데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귀에 익은 노동가가 크게 들려 왔습니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지난 3월 4일 경 조중동 언론에 크게 보도된바 있는 현중노조 오종쇄 집행부의 '2009년 사측에 임금교섭 위임'건에 대한 교섭위임 반대 대책위의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해고자인 오세일씨는 기타를 매고 노동가를 불렀고 유일한 현대중공업 해고자인 조돈희씨는 연설을 했습니다. 노동가와 연설이 끝나고 나자 다시 자리를 가까운 중공업 문 앞 도로 갓길로 옮겨 큰 현수막 3개를 펼쳐놓고 시위에 들어 갔습니다. 이번엔 노동가만 크게 틀어놓고 그냥 현수막을 들고 서있었습니다. 저녁 6시경이 되자 오토바이 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줄을 이어 퇴근을 하였습니다.

 

"본래는 오후 5시에 마치는데 6시까지 잔업하고 퇴근하는 거지요."

 

현수막을 든 한 현중노동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현수막을 잡고 서있는 조돈희씨 곁으로 가서 왜 출퇴근 시위를 하게 되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언제부터 출퇴근 시위를 했나요?

"일주일 전 쯤부터 시작 했어요"

 

-왜 이런 연합시위를 계획하게 되었나요?

"지난 3월 4일~5일 경에 대대적인 언론 플레이로 끌어간 현중노조 2009년 교섭위임 사건 아시죠?"

 

신문으로 봐서 알고 있다고 했더니 말을 이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뜻있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활동가들과 하청노조 등이 연대하여 대책위를 구성했어요. 노조의 당위성과 자주성을 송두리째 현대중공업 사측에 넘긴 오종쇄 위원장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교섭위임 반대시위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대책위는 현중노조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요?

"우리는 반노조정책으로 일관하는 오종쇄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다섯가지 입니다. 첫째로는, 오 위원장! 회사의 대표인가? 노동자 대표인가? 하는 겁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규약을 위반하였지요. 오종쇄는 노동 3권을 지키고 강화시켜야 할 노동자의 대표임에도 이러한 기본적인 임무와 역할을 내팽개친 채 회사 사장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했습니다.

 

둘째로는, 헌법에도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을 회사에 자진 반납한 거죠. 우리나라 헌법 제 33조 1항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잖아요. 오종쇄는 여기서 단체교섭권을 포기함으로써 단결권도 단체행동권도 모두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전국의 노동형제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경기 침체의 고통은 대기업 사업장보다 중소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잖아요. 지불능력이 건실한 대기업에서 경제위기를 핑계로 교섭권을 위임해 버리면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은 더 죽으라는 이야기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더 큰 문제지요.

 

지금 보세요. 현대중공업 노조의 교섭권 위임이 발표되자 경제단체 등에서 난리잖아요. 정리해고 맘대로, 임금삭감 맘대로, 임금동결 맘대로 잖아요. 노조 대표권자의 어리석은 행동 하나로 전국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조돈희씨는 이야기 도중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얼마나 기막힌 현실인지 가늠할수 있었습니다.

 

"네번째로는, 조합원이 배제된 짜여진 각본, 조합민주주의의 뿌리부터 흔들어 놓았습니다. 오종쇄 집행부는 지난 2월 18일 저녁 경주에서 진행된 대의원 수련회에서 올해 임금 요구안을 회사측에 위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자리엔 전국, 지방 일간지 기자 2명이 내석해 있었고 다음날 조간신문에 크게 보도되었지요.

 

뭔가 수상쩍잖아요? 그리고 하루 뒤인 2월 19일에 대의원 소집공고를 떡 허니 붙히더니 23일에 일방적인 조합원 설명회를 진행한 후 25일 대의원 회의서도 토론없이 10여 분 만에 교섭위임안을 통과시켜 버린거죠. 이것은요. 노동조합의 주인이 조합원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반민주적 행위잖아요.

 

다섯번째로는, 회사가 내일이라도 당장 망할 것 같은 위기의식을 확대시켜 노동자들의 권리 포기 강요에 앞장 선 겁니다. 오종쇄는 언론의 인터뷰 때 경영상황이 지금 당장 위기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교섭권을 위임하지 않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위기의식을 강하게 조장해서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예상될 위기라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차분히 대비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건 일방통행이잖아요. 노동자만 희생을 강요해서 위기를 넘기자는 건 자본가의 주장인데 그것을 지금 오종쇄 집행부가 앞장서서 집행하고 있잖아요.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 부분입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그가 주는 대책위 소식지와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소식지를 한장씩 받아들고 그 자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책위 소식지엔 금속노조 산하 조선사업장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현대중공업 노조의 임금위임을 노조의 자주성과 노동 3권 포기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투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지회는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며 현중노조를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현중노조 오종쇄 교섭권 위임반대, 노동자 고통전가 반대, 조선산업, 금속산업 노동자들이 함께 한다는 제목으로 오는 3월 14일(토) 15시에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합니다.


#현중노조#오종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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