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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7월, 여수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소통과 동행'을 주제로 마련한 <결혼 이민자 가정 배우자 교육> 취재 중, 다문화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족 증가에 따라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문제 예방 차원에서 다문화 가족 문제점과 해결책 찾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문화 가정 남편이 우려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의 말>

"아기가 너무 이뻐 죽겠어! 내가 낳을 땐 몰랐는데, 며느리가 낳은 아이를 보니 내리 사랑은 내리 사랑인가 봐! 얘가 너무 이뻐."

손자를 본 전귀엽(63) 씨 소감입니다. 누구든 예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전 씨에겐 특별함이 더합니다. "마흔 넘은 외동아들이 결혼 못해 애끓던 때를 생각하면 상상 할 수 없었던 즐거움"이라 하니까요.

박성민(43) 씨는 지난 해 4월, 베트남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 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이었지요. 그러면서 임신한 아내가 요구하는 베트남 음식을 겨우겨우 대느라 바빴지요.

그는 간혹, "문화 차이가 많아 힘들다"며 "베트남 과일을 찾는데 비슷한 우리 과일 사다주면 안 먹고 버티는 바람에 겨우겨우 설득해 먹이기도 했다"는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28일, 학수고대하던 아이를 낳은 것입니다.

태어난 지 78일째에 만난 '동현'이는 잠들고

태어난 지 78일째인 '동현'이가 쌔근쌔근 잠이 들었습니다.
 태어난 지 78일째인 '동현'이가 쌔근쌔근 잠이 들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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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건강한 아기 낳았어요."

아이 낳은 후, 박 씨 아내가 감격에 겨운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감기가 폐렴으로 번져 열흘간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지요. 제가 방문한 16일은 동현이가 태어난 지 78일째 되는 날입니다. 녀석은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습니다.

박성민 씨는 집에 없었습니다. 불경기라 일거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 곁에 있고 싶지만 "아이 키울 걸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벌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식구가 한 사람 더 늘어난 것에 대한 의무감이 더해진 것입니다.

"성공했습니다!"

16일 오후, 전화 통화에서 박성민 씨가 가장 강조한 말입니다. 그가 기원했던 성공은 다름 아닌 2세 '생김새'였습니다. "영락없이 우리나라 사람과 닮았다"는 거죠. 건강한 아이면 될 것을 생김새까지 우려한 것이지요.

인종 차별에 부딪치고 싶지 않다!

"베트남에 가서 될 수 있는 한, 한국 사람과 비슷한 여자를 찾았습니다. 태어날 아기가 커가면서 '혼혈'이라 따돌림 받을까 걱정돼서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아내를 만났습니다."

결혼 전, 박성민 씨가 가장 고민했던 대목입니다. 그는 왜 이런 걱정을 했을까?

"TV 등에 나오는 걸 보면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더군요. 안 그래도 생존경쟁이 심한데 가급적 불필요한 문제와 부딪치는 걸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자신 외에도 "다문화가정에서 이런 우려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인종에 대한 차별은 사회 부담만 가져올 뿐

다문화가정 자녀수 증가 추세와 구성 비율
 다문화가정 자녀수 증가 추세와 구성 비율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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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지원사업지원단 자료에 따르면 6세 이하 영ㆍ유아자녀는 58,000여 명으로, 57.1%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큽니다. 또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족 자녀는 지난 해 5월 기준, 18,769명에 달합니다.

특히 정부의 2007년 '국제결혼 가정 자녀 실태조사' 결과 "학교와 사회 차별과 우리와는 다른 외모, 말씨 등으로 사회 소외가 우려된다"며 "다문화 아동 10명 중 2명 정도가 집단 따돌림 경험이 있으며, 초등학생 10명 중 1명, 중학생 10명 중 2명이 중도 탈락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수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인숙 씨는 "결혼 이민자 자녀들에 대한 사회 차별이 계속되고 자녀들이 소외될 경우, 사회 갈등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며 "사회문제 야기 시 사회ㆍ경제적 비용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고 경고합니다.

다문화 시대, 피부색과 생김새 차이로 인해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는 행위는 사회 부담만 가중될 게 뻔합니다. 이보다 먼저 문화 차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요구됩니다. 또한 문화 차이를 편견과 차별이 아닌 '다름의 문화'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다문화가정, #편견과 차별, #생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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