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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청주토요산악회원들이 광양의 백운산(1,218m)을 산행한 후 매화꽃을 구경하는 날이다. 요즘 감기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내마저 열이 오르내리며 밤새 끙끙 앓는다. 몸 아픈 사람이 따라나설 때를 기다리며 미련을 떨다 약속시간이 되어서야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용암동과 분평동을 거쳐 7시 30분경 청주체육관 앞을 출발했다. 차가 너무 조용하다 싶을 때 운영총무가 마이크를 잡고 청주토요산악회가 명품산악회인 이유를 설명한다. 현재 산악회의 인터넷회원이 1,752명, 평생회비를 납부한 정회원이 351명이나 된단다. 산행을 하며 회원들과 정을 나누고 건강을 챙기면서 성취의 기쁨을 누리니 명품산악회가 분명하다.

운영총무가 넌센스퀴즈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아침을 못 챙겨줘 미안하다는 전화가 왔다. 금산인삼휴게소에서 우동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한참을 달린 차가 남해고속도로의 사천휴게소에 들어섰다. 세상은 참 좁다. 뒤차에서 내리는 회원들 틈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을 발견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드는 섬진강이 오른편으로 나타났다. 전라남도로 들어서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촌의 풍경이 정겹다. 장거리 여행은 오가는 시간이 길어 지루하다. 11시 40분경이 되어서야 산행 들머리인 광양시 옥룡면 진틀마을에 도착했다.

ⓒ 변종만

꽃샘추위가 시샘을 하는지 찬바람과 눈발이 차에서 내린 회원들을 맞이한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며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산골짜기의 주차장에도 산행 온 차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초입부터 시멘트로 포장한 마을길의 경사가 급하다. 그 길에 회원들이 꽉 들어차 산으로 향하는 모습이 볼 만하다.

3월 중순인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모자를 썼지만 산위로 올라가니 찬바람 때문에 볼이 따갑다. 그래도 산등성이의 대죽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진풍경이다. 언뜻 왼편의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세상이 보인다. 아! 눈꽃이 가득한 백운산 정상의 자태가 아름답다. 정상은 산행하는 내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즐거움을 준다.

오늘은 바람과 함께 산행을 하는 날이다.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은 귀청을 때리고 감기 걸려 숨이 가뿐 입에서는 저절로 '하악~' 소리가 난다. 산소부근에서 만난 친구 부인이 과일을 한쪽 준다. 물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힘을 내 오르다보니 널찍한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에서 가까운 정상을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술도 한잔 마셨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산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추운 날 독주 몇 잔 마시면 금방 몸에서 열이 난다. 그래서 겨울에는 배낭에 술부터 챙긴다.

헬기장에서 정상까지의 상고대가 오늘 백운산 등반의 클라이막스다. 꽃이 피는 3월 중순에 눈꽃이 만발한 세상을 만나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사계절 중 겨울 산을 가장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총은 눈총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눈꽃'이라는 넌센스퀴즈가 슬며시 떠오른다. 

 백운산 정상 표석
백운산 정상 표석 ⓒ 변종만

정상에 있는 큰 바위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다. 바람이 세게 불어올 때는 위험해 오르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산위에서도 비슷하다. 사진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정상 표석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북새통을 만들었다. 사진 촬영을 일찍 포기하고 자연풍경을 감상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운산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이런 맛에 힘들어도 정상에 오르는 것이리라. 가끔은 사진기보다 가슴으로 담아가는 게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상고대가 길게 이어지는 동쪽과 서쪽 능선, 섬진강 건너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지리산의 천왕봉 자락을 번갈아 바라보며 가슴에 담아가는 것도 행복이다.

정상 옆 좁은 공터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열심히 회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회장님 덕분에 나도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눈꽃 세상이 발길을 붙잡아 일정이 많이 늦어지고 있다. 이제 섬진강 주변을 하얗게 꽃피운 매화를 구경하기 위해 하산할 시간이다.

다리에 근육통이 와 정상에도 오르지 못한 채 먼저 하산한 후배를 중간에서 만났다. 몸 아픈 동료를 챙기는 게 회원들의 끈끈한 정이다. 부모 모시고, 아이들 커가는 인생살이 얘기를 하다 보니 산 아래가 온통 눈꽃세상이다.

ⓒ 변종만

고사리 마을이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만발한 매화 속에 숨어있는 작은 집들이 정겹다. 나무둘레 3.6m의 팽나무도 길가에서 마을풍경을 아름답게 한다. 활짝 꽃피운 매화를 카메라에 담은 후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한 섬진강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먼저 내려온 회원들이 하산주를 마시며 반긴다. 오징어 찌개를 안주로 소주를 서너 잔 마셨다. 찬바람 때문에 청주로 향하는 차안에서 재채기를 하는 회원들이 있다. 몸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를 했더니 피로가 몰려온다. 산 위에서는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산 아래에서는 코끝을 간질이는 매화 향에 취하며 눈꽃세상에서 놀은 날이라 편안하게 단잠에 빠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통안내]
1. 남해고속도로 광양IC -우산리 - 운평리 - 죽천리 - 동곡리 - 진틀마을 주차장
2. 남해고속도로 동광양IC -2번 국도 - 재동마을 - 운평리 - 죽천리 - 동곡리 - 진틀마을 주차장



#광양#백운산#눈꽃#섬진강#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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