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의 '지知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식의 단련법>이 출간됐다. 일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뭘까? 한때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불렸고 오랫동안 독서에 관한 전문가로 평가받던 저자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관심 때문에 황급하게 <지식의 단련법>의 내용을 펼쳐보면 일순간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겉모습 때문이다. 겉모습을 보면 이 책은 2009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내용이 많다. 예컨대 자료를 수집하는 요령 등에 관한 것이 그렇다.

 

저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또한 보관하는 효율적인 방법 등을 알려주는데, 읽다보면 안타까움이 든다. 시기적인 문제 때문이다. 지금은 컴퓨터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보관하는 시대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가 글을 쓰던 시대만 하더라도 컴퓨터가 일상화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크랩하는 요령 등에 관한 내용 등은 냉정하게 말한다면 큰 도움을 얻기 어렵다. 그것이 아무리 좋더라도, 과거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말하는 것들이 온통 빛바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지식을 단련하는 것에 대하여, 시간이 아무리 흐르더라도 언제나 현재형일 수 있는 어떤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서점에 가는 것이다. 그가 서점에 가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가? 그는 관심 분야의 입문서를 여러 권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할 경우 어떤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판할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없는 돈을 털어서라도" 책을 사라고 말한다. 온전히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어야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을뿐더러 본전 생각이 들기 때문에 열심히 읽기 때문이다. 너무 속물적인 말일까? 그렇게 생각되더라도, 그의 말이 타당하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저자는 돈을 주고 구입했다고 해서 이해도 안 되는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적인 허영심, 혹은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경우가 있을 텐데 그는 시간마저 낭비해서는 안 되니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참으로 명쾌한 설명이다.

 

"입문서를 한 권 통독하고 나면 금세 중급서로 나아가는 난폭한 짓을 하는 대신 다른 입문서를 손에 들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처음 읽었던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쓰여진 입문서가 좋다. (…) 특히 입문기에 다른 관점을 가지면 사태가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로 인해 사고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책 中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말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언론에 적용된다. 언론은 객관적이지만, 또한 객관적이지 않다. 이는 언론이 그 기사를 객관적으로 쓴다 할지라도 그것을 쓰게 된 속내는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와 같은 것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의심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여러 번에 걸쳐 언급한다. 잘못하면 어떤 의도적인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본의 아니게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출처'와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부분으로부터 전체를 연역하는 오류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있다. 또한 오리지널 정보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있다. 기자가 기사의 팩트를 그대로 쓴 경우라 할지라도 그것을 제공한 측이 어떤 집단에 속해있는 관계자가 아닌지를 의심해보라는 것이다. 흘러넘치는 정보를 무심코 받아들이는 세태에 귀 기울여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지식의 단련법>은 그만큼 귀 기울여야 할 말을 하는데, 그것은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방법이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 비결이란 무엇일까?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문장을 최대한 많이 읽어야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너무 빤한 대답 같은가? '단련'은 말 그대로 단련이다. 쉬운 길은 없다.

 

<지식의 단련법>이 말하는 것들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좋은 방법을 선택해 꾸준히 단련하는 것이다. <지식의 단련법>은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청어람미디어(2009)


#다치바나 다키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