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마을회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마을에 관해 이것저것 따져묻는 우리를 귀찮게 여기지도 않고 당신들의 옛 이야기를 어제 일 풀어내듯 막힘없이 들려주었다. 완벽한 농촌마을과 그 안에 터를 잡고 살아온 훈훈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풍경은 없는 듯했다. 이후 삼거리, 산 뒤, 박두일 등의 마을을 답사하면서 그동안 내 안에 존대하던 시흥의 회색 이미지는 자연스레 여러 마을의 이야기를 품은 소박하지만 고운 빛으로 채색되어 갔다" - 鄕 '이별과 서정의 추억' 사라지는 시흥의 자연부락 中

 시흥역사문화연구회 ...임경묵, 심우일, 최영숙, 오지영, 박종남(시계방향으로)
 시흥역사문화연구회 ...임경묵, 심우일, 최영숙, 오지영, 박종남(시계방향으로)
ⓒ 김영주

관련사진보기


시흥역사문화연구회 '한:개'(회장 심우일)에서 정말 뜻있는 일을 했다. 지난해 8월 말 그대로 시흥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종 택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시흥의 자연부락들을 기록하는 일을 진행했다.

'한:개'는 물왕저수지에서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보통천'으로, 오래도록 시흥사람들의 젖줄이 되었던 하천이었다. 즉 '한:개'는 시흥의 생명줄인 보통천의 토박이 말이다. 그래서 연구회 명을 '한:개'로 명명했다. 더불어 '한:개'는 심우일 회장의 호이기도 하다.

시흥역사문화연구회 '한:개'는 심우일(소래고), 오지영(소래고), 임경묵(시흥고), 박종남(칼럼리스트), 최영숙(칼럼리스트) 등 5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매주 주말 사라지는 시흥의 자연부락 등을 답사했다.

답사할 때는 5명이 함께 하고, 깊이 있게 기술하는 것은 한 사람씩 해당 자연부락을  맡아서 썼다. 답사 때는 주로 사진을 찍었으며, 마을 어르신들 구술을 녹음하는 일을 했다. 그렇게 5명이 5개의 마을을 기록해냈다. 둔터골-최영숙, 박두일-오지영, 삼거리-심우일, 묘재-임경묵, 안두일-박종남이다.

5명의 사람 중 3명이 교직에 있어 주로 주말에 답사하게 됐으며, 각자는 그 내용을 자세히 기술하기 위해서 보통 20여번씩 더 찾아갔다.

이중 최영숙씨에게 물었다. 주로 갯골의 소금창고를 찍어왔는데, 자연부락을 사진에 담게된 이유에 대해서.

"사라지고 있는 자연부락은 다시 복원할 수 없다. 부서진 소금창고와 똑같다. 예를 들어 내가 맡은 둔터골의 경우 당채·폐가 등을 모두 포함 총 38개 동 중 지난해 12월 13가구가 남아 있었는데, 3월 17일 현재 6가구만이 남았다. 이런 식으로 급속도로 없어지고, 사라지고 있어 기록의 의미가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시흥의 자연부락을 담은 '이별과 서정의 추억'
 사라지는 시흥의 자연부락을 담은 '이별과 서정의 추억'
ⓒ 김영주

관련사진보기

이런 기록을 시흥역사문화연구회 '한:개'는 책으로 출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겨야 하니깐... 다시는 볼 수 없고,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우리가 했다"고.

출판은 각자 30만원씩 각출해 돈을 모았다. 모아진 150만원으로 500부를 찍어냈다. 그리고 시청, 학교, 도서관 등 교육할 수 있는 곳에 배포했다.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시흥의 역사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가장 먼저는 각 자연부락의 어르신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러자 어르신들 모두 기뻐하며 "우리들을 기억해주고, 기록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올해는 지난 한 해 노하우를 살려 12개의 자연부락을 담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답사를 할 때마다 본인들의 비용을 들여가며, 또 책을 출판해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올해 '목감천 주변 자연부락 사람들의 생활이야기와 모습'을 담아내는 활동을 하겠다며 예술단체지원기금을 신청했지만, 아쉽게도 '탈락'이다. 12개의 자연부락에 대한 사진전시회와 책출판을 하고자 848만원을 요청했었다.

심우일 시흥역사문화연구회 '한:개' 회장은 "격려는 못할망정 최소한의 비용인 예술단체지원기금에 탈락해 의욕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 발간된 책을 모두 배포한 뒤 다시 사라져가는 자연부락을 담아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너무 빨리 돌아가시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부락의 역사를 담아내는 일이 점차 요원해지기 때문에 활동을 서두르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컬쳐인시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흥#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