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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네 예푼을 뒤로 하고 에일리 비치(Airlie Beach)를 향해 떠난다. 도로 양쪽은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사탕수수가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다. 큰 기계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것도 보이고, 사탕수수를 운송하려고 특별히 만든 기차가 달리기도 한다. 옛날 우리 조상이 사탕수수 농사를 지으러 하와이에 가서 일했다고 하는데, 작열하는 태양 아래 손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한다면 꽤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로변에 큰 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많이 나기에 공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탕수수를 끓일 때 나오는 수증기다. 사람에게 해로울 것 같지는 않았다. 저 굴뚝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에게 해로운 공해라면 공해에 민감한 호주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주민들 등쌀 때문이라도 공장은 살아남지 못하리라.

 

에일리 비치에서 10분 정도 운전을 하고 가면 선착장이 있는 슛 하버(Shute Harbour)를 만나게 된다. 관광지로 유명한 해밀턴 아일랜드Hamilton Island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해밀턴 아일랜드를 가는 사람들로 이곳은 항상 붐빈다.

 

거리에는 온통 젊은 관광객뿐이다. 인터넷방(Internet Cafe)과 맥줏집도 많이 보이고, 수중 다이빙 등은 젊은 관광객을 노리는 광고가 대분분이다. 우리는 호화로운 관광지에 갈 만한 처치가 아니기에 해밀턴 아일랜드 가는 것은 포기하였다. 못 가는 변명이겠지만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사람의 때가 너무 묻어 그리 가고픈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해밀턴 아일랜드를 가지는 않더라도 슛 하버까지는 가보았다. 해밀턴 아일랜드로 떠나는 유람선이 관광객을 태우고 있으며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도 있다. 산호섬이 가까워서인지 바다 색깔도 산호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발트색이다.

 

선착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숲 속을 걸어가 보았다. 관광책자에 의하면 이 산책로는 희귀한 나비가 많기로 유명한데 나비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30분 정도 걸으며 산등성이를 넘으니 또 다른 바다가 나온다. 이쪽 해변은 조약돌이 백사장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파도소리가 백사장 바닷가에서는 듣지 못하던 소리를 내고 있다. 아름다운 조약돌로 이어진 바닷가, 이러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좋은 해변이다.

 

슛 하버는 자그마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산등성 경치 좋은 곳에는 주택이 들어서 있다. 높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그 뒤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들이 시선을 빼앗고 있다. 호주는 경치가 좋기만 하면 집값이 비싸다. 한국의 70-80년대는 달동네와 물가에 있는 주거지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그러나 호주는 물가와 산동네 집값을 제일 쳐준다.

 

길에는 나이가 제법 드신 이곳 주민들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퇴직하고서 경치 좋은 이곳에 정착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인생의 황혼을 사는 분들이다. 젊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선착장을 내려보는 이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인생을 정리하고 있을까?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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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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