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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전국적인 진단평가를 앞두고 교육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교육과정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교육과정개편특별위원회(이하 교육과정특위)가 1월에 만들어졌습니다. 작년부터 교육과정 선진화방안 토론회나 국가교육과정 포럼이 열리고, 연구진을 보면 7차 교육과정 때부터 이름을 올린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일정을 보니 참 바쁩니다. 시안이 확정되고 나면 학교 현장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텐데 불과 몇 번의 토론회밖에 잡혀 있지 않습니다.

2월 27일, 서울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대토론회"
3월 27일, 부산  "미래형 교육과정의 구조와 실효화 방안"
4월 광주 3차  토론회
5월 시안 결정

미래형 교육과정이란?

 3월 27일 토론회 주제
3월 27일 토론회 주제 ⓒ 신은희

미래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글로벌 창의인"이라고 합니다. 지난 2월의 토론회에 다녀왔는데, 처음 듣고도 많이 익숙한 내용입니다. 글로벌? 95년 5․31교육개혁안부터 글로벌을 두고 세계화니 지구화니 논란이 있었는데 아예 영어로 부르는군요. 창의인? 7차 교육과정부터 창의성을 키운다고 온갖 소란을 다 피웠습니다. 학교마다 창의력을 키우는 붕어빵 학습지도 참 많이 쏟아졌습니다.

이러한 인간이 구비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의사소통능력, 논리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시민정신, 문화적 민감성, 지도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형 교육과정은 누구나 성공하는 학습자가 되도록 돕는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곽병선, 한국교육개발원 정책포럼 188호)

좋습니다. 교육이 어떻게 광고카피처럼 금방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중요한 건 그 뜻이겠지요. 그런데 토론회 초반부터 주제발제까지 들었지만 뜻을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냥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제발표를 하던 교수님이 대학이 변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하던 모습은 기억에 남습니다. 고려대가 신입생을 뽑을 때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논란이 한창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작년 국가교육과정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물리학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토론 내용을 보면 우리 교육의 문제를 뽑아놓은 글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주제발표 내용을 보면 전국을 뒤흔든 일제고사 문제는, 발표문에 문제점을 고쳐서 하면 좋다는 식의 막연한 표현만 있었습니다. 아니 "창의"가 핵심이라면서 붕어빵 교육을 강요하는 일제고사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니? 참 이상했습니다.

교육과정 개정, 그들만의 리그?

그러고 보니 일제고사가 온 국력을 쏟는 듯 보이는 데 반해 교육과정특위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입니다. 아마 만들 때 공개적으로 위원을 모으거나 선전을 한 적이 없이 어느날 뚝딱 만들었다고 신문에 나서 그런가 봅니다. 정작 교육과정에 따라 재구성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그런 게 만들어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긴 교육과정 논의가 이렇게 시작된 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항상 학교 현장은 많은 아이들과 수업시수, 어려운 교육내용에 허덕이고 있었고, 새로운 교육과정이 뚝딱 내려왔다가 알만하면 또 갈아 치우는 일을 되풀이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장에서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학자들은 새 교육과정을 만들어 왔습니다.

올해는 2007년에 고시한 교육과정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 수학과 영어 교과에 처음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 교육과정은 2004년 기초연구부터 시작하여 3-4년 연구하고 고시 후 2년간 준비를 한 교육과정입니다. 그런데 개발과정에서 어떤 아쉬움이 남았는지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점을 다시 고친다고 합니다.

과거 교육부가 가장 열심히 선전했던 7차 교육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1995년부터 연구하여 1997년 12월에 고시되었습니다. 95년에는 초등학교 1, 2학년에만 6차 교육과정이 실시되었는데, 당시 나온 보고서들을 보면 실시도 안 된 6차 교육과정의 문제점이 다 나와 있습니다. 97년 당시 저는 6학년을 맡아 이제 6차 교육과정을 처음 맛보는데, 대학원에 가면 7차 교육과정 이야기만 해서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교육과정은 우리 사회 미래의 상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개선할 지침도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 현실,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기본이겠지요. 그런데 그 동안 대부분의 교육과정 논의는 이를 무시한 채 탁상공론에 그쳤기 때문에, 학자들은 취지는 좋았는데 현장이 안 따라줬다고 하고 현장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밀어붙였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던 것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이제는 어떤 방안이 나와도 마음 깊은 곳에서 '또 저러다 말겠지, 제발 학급당 학생수나 좀 줄여주거나 잡무나 좀 줄여주지'하는 생각이 절로 나옵니다.

미래형 교육과정의 구조와 실효화 방안이란?

오는 27일(금)에는 2차 토론회가 열립니다. 발표주제는 "미래형 교육과정의 구조와 실효화 방안"입니다. 마침 지난 2월에 나온 한국교육개발원의 정책포럼 자료 188호를 보니 궁금한 내용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무학년제, 학점제, 집중이수제 등을 허용하여 학기당 이수 과목 축소,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따른 맞춤식 지도, 교과전담교실 운영 등을 통해 교과의 정수를 경험하도록 하는 대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자율편성이 가능하도록 지원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곽병선, 한국교육개발원 정책포럼 188호)

전부터 들어왔던 내용도 있지만 '무학년제'나 '학교단위 교육과정 자율편성'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새롭습니다. 토론회장에서 만난 교수님들도 학교교육과정편제표를 없애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과정심의회에서도 다음 교육과정 때는 편제표를 없앨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자료에는 실현 과정에 대한 밑그림도 나와 있습니다.

<우수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

그 절차를 상상해보면 이렇다. 먼저 좋은 교육실천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기준의 모음집으로서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을 개정·고시하고, 기준에 따라 교육과정 자율학교 후보 신청을 받아, 개정된 교육과정을 적용하도록 하고(1년차), 예비기간 동안 현장 방문 평가(학교종합평가의 일환)를 통해 우수학교로 평가 인정을 거쳐 자율을 부여하면(2년차), 해당 학교는 향후 3년 동안 특성화된 질 높은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자체 평가(3-5년차)를 실시한다.

이렇게 5년을 주기로 하여, 매년 준비된 새로운 후보학교의 신청을 받아 우수학교로 평가·인정해 자율을 확대해 나간다면 몇 년 후 우리나라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실천 학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날 것이다. 소위 학교, 교육제공자, 교육 프로그램간의 선의의 경쟁이 나타날 것이다. (홍후조, 한국교육개발원 정책포럼 188호)

그럼 연구진은 어떤 학교를 우수한 학교라고 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일례로 민사고, 이우학교, 영훈초교 등의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기준 그 이상이다. 간섭을 안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간섭한 결과들은 고만고만한 교육의 획일화였다. 우수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조치는 먼저 자립형 사립고, 자율고, 특목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등, 그리고 특성화 중학교, 사립초등학교, 국사립 부설학교 등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홍후조, 교육정책포럼 09.29.)

교육과정 자율화는 학부모 교육부담만 늘릴 수 있어

허걱! 제 눈에는 부자학교, 사립학교라는 것이 먼저 보이는데요. 뒤에 나오는 학교 종류도 초등학생부터 경쟁시키고 사교육비를 상승시켜 부모경제력에 따라 학교가 갈린다는 그런 학교들이 아닌가요? 저기 있는 특성화중학교가 서울 교육을 뒤흔든 국제중학교 같은 건가요? 참여정부때 야심차게 제시한 공영형 혁신학교들이 슬그머니 상위권만 하는 학교로 변질된 걸 본 저로서는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학교들이 우수한 이유가 간섭을 안한 결과일지 모른다구요? 그럼 앞으로 국가가 손을 떼고 학교에만 맡기면 학교교육과정이 우수하고 우리 교육이 창의적으로 변할까요? 교육의 획일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학벌사회구조 때문에 만연한 입시교육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요?

물론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만들고 공교육을 질적으로 제고한다는 정부가 국가의 역할을 방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5․31교육 개혁안부터 나온 수요자중심교육이란 말은 수익자부담이란 부메랑이 되어 교육부담을 자꾸 학부모에게로 돌리고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가 배격한 국가의 역할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교육도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 시점에 경제력으로 교육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정책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제고사 철폐와 2007년 개정 교육과정 시행부터 제대로 해야

현장교사로서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올해 2학년을 맡아 새 교육과정과 교과서만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참 힘듭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보려 해도 교과부는 인력이 없어 질의응답 게시판 하나 못 만들고 수행평가 기준조차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형 교육과정.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니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육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당장 눈앞의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공부할 수 있는 것에도 신경을 써주길 바라는 교사들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행복한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고, 오늘 안에 미래가 예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 효과는 없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제고사부터 먼저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작년부터 교과서를 둘러싼 소동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교육과정논의를 정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비밀스럽고 진행과정도 속전속결로 보입니다. 소통을 이야기한다면 국민과 교사들을 들러리가 아니고 주체로 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교육과정특위#국가교육기술자문회의#일제고사#교육과정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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