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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적 드문 오지의 해변에서 청년이 혼자 서핑을 즐기고 있다. 해변에 개와 같이 앉아서 구경하는 노인이 인상적이다.
 인적 드문 오지의 해변에서 청년이 혼자 서핑을 즐기고 있다. 해변에 개와 같이 앉아서 구경하는 노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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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낚시하려고 바닷가를 찾아 나섰다. 고기가 잘 잡히는 장소를 모르기 때문에 폭포가 있다는 도로를 택했다. 고기를 못 잡아도 폭포 구경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폭포를 향해 떠났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들어가니 열대 지방 특유의 울창한 산림이 나온다. 사진에서 흔히 보는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대는 큰 규모의 폭포는 아니다. 자그마한 그리고 어여쁜 폭포가 주위의 숲과 어울려 적당한 양의 물을 흘러내리고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이곳에 악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악어가 있으면 경고판이라도 있을 터인데, 악어는 없는 모양이다. 정글 속에 있는 폭포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고서 바닷가로 핸들을 돌렸다.

 Salt Creek Fall이라 이름 붙여진 시골에 있는 자그마한 폭포
 Salt Creek Fall이라 이름 붙여진 시골에 있는 자그마한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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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분 정도 운전하니 바닷가로 들어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바닷가를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장난스레 걸어 놓은 앙상한 가시만 남은 커다란 생선이 매달려 있다. 낚시꾼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이정표인 셈이다. 넓은 백 사장이 있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바닷가에는 그리 크지 않은 캐러밴 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캐러밴 파크 가게에서 미끼를 산 뒤 해변에서 낚싯대를 던졌다. 나 말고도 일곱, 여덟 명 정도가 낚시하고 있다.

입질은 계속 있으나 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선 같지는 않은 묵직한 것이 끌려온다. 자세히 보니 커다란 게(Mud Crab)가 낚싯바늘에 찔려 올라오고 있다. 물 밖으로 나와서는 자신의 다리를 잘라 버리고 도망가는 놈을 잡아 양동이에 넣었더니 통이 꽉 찬다. 정말 큰 게를 잡았다.

커다란 게를 잡고 나서도 낚싯대를 던져 보았으나 밋밋한 입질만 계속 있고 고기는 잡히지 않는 것을 보니 게가 꽤 많은 모양이다. 옆에서 낚시하는 노인도 커다란 게만 두 마리 잡고 고기는 못 잡았다고 하면서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게 잡는 망이라도 하나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해 본다. 멀리 보이는 바다에서는 무슨 고기인지 꽤 큰 고기 서너 마리가 물 위를 차고 나르며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저런 놈 한 마리만 잡으면 좋을 텐데….

커다란 게 한 마리를 가지고 숙소로 오긴 했으나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가 문제다. 아직도 살아 있어 닦기도 어렵다. 대충 씻어 손질하기 쉽게 칼로 반을 잘랐더니 아내가 매운탕 만들듯이 고추장, 된장을 넣어 끓인다. 세계에서 온 외국인 틈에 앉아서 한 손에 젓가락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엉망인 채로 고추장 냄새 풍기며 열심히 뜯어 먹었다.

싱싱해서 인지 아니면 내가 노동을 하며 잡아서 그런지 꽤 맛있다. 우리 옆에서 저녁을 먹던 양반이 와서 하는 말이 자기 일생에 게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며 농담을 던진다. 표현이야 그럴싸하지만 아마도 솔직히 표현하면 야만인처럼 냄새 풍기며 그렇게 게를 먹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렴 어떠냐! 음식 먹는 방법이야 천차만별 아닌가? 오늘은 본의 아니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에게 젓가락을 이용해 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 날이다.  

어제 저녁을 잘 먹어서인지 아침에도 든든하다. 숙소에 있는 사람들이 보웬(Bowen)이라는 해안가 동네가 아름답다고 해서 보웬을 구경하기로 했다. 지난번에 갔던 에일리 비치를 지나 숙소에서 80킬로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 거리다. 보웬은 채소 재배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토마토를 많이 재배한다고 한다.

바닷가를 따라 계속 운전을 하다 보니 막다른 길목에 조그마한 해변이 나온다. 그렇게 크지 않은 파도 한 점 없는 해변이다.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큰 바위들이 즐비하다.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신이 에덴동산을 바닷가에 만들었다면 바로 이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시드니를 떠난 이후 만난 가장 마음에 드는 해변.
 시드니를 떠난 이후 만난 가장 마음에 드는 해변.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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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높지 않은 산 정상에도 바위가 많다
 바닷가 높지 않은 산 정상에도 바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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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옆으로는 울창하진 않지만 그래도 즐길 만한 산이 있다. 산을 올랐다. 정산에도 바닷가와 같이 큰 바위 덩어리들이 많다. 바위 하나는 힘센 사람이 밀면 낭떠러지 밑으로 굴러 내려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정상에 걸터앉아 있다. 한국에서 흔히 듣던 흔들바위가 생각나서 밀어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는 길에 선착장(Wharf)에 들러 낚싯대를 드리웠다. 낚시를 물에 담근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양사람 서너 명이 와서 낚시한다. 가만히 들어보니 한국말을 하고 있다. 아니 이곳에 한국 사람이 살고 있나? 이러한 오지의 아름다운 마을에 살고 있을 한국 사람은 아마도 개성이 강한 사람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다가 말을 걸어 보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서 Working Holiday Visa를 갖고 온 젊은이들이다. 토마토 농사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는데 돈 벌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내가 학생 때만 해도 외국에 나가는 것이 달나라 가는 것 이상으로 어려웠었고 외국 이야기는 세계를 세 번이나 여행했다는 김찬삼 씨가 쓴 책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아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 많은 우리 세대 중에는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아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속이 좁은 사람들이 많다.  

이제는 젊은이들도 원하면 마음껏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으니 좋기는 좋은 세상이다. 마음껏 돌아다녀라, 지구촌(Global Village)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잘하려면 우리 것도 좋지만 남의 것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다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잘났고, 우리 것이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이고, 대한민국 강산이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자라온 우물안 개구리 같은 우리 세대를 닮지 말고…….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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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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