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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대형 투자은행들이 속속 무너졌다. 그 일로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인수되는가 하더니, 9월에는 리먼브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AIG가 망하기 직전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몇 개의 금융기관들은 망했지만,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서 어떠한 형태로든 긍융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해, 미국의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사상 최대 규모인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융 구제안을 내놓아 논란 끝에 의회의 승인을 얻어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최운화의 〈거대한 착각〉이 그것이다. 그는 이번 사태의 해결책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원리에 의하면 금융기관의 몰락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도태현상이므로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가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한 마디로 은행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다. 잘못 경영된 은행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정부에 의해 구제된다면 앞으로도 은행은 구제가 된다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건실한 경영보다는 한 몫을 노리고 높은 위험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시장 경제 원리에 충실하려면 너무 높은 위험을 선택한 은행은 그 위험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는 냉엄한 생존 경쟁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건전한 경영을 하게끔 조장해야 한다."(188쪽)

 

한편으론 일리 있는 지적 같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구제안을 발표한 것은 미국 시민들의 정신적인 공황과 그 충격을 무마하기 위함일 것이다. 자신이 맡긴 돈을 찾을 길이 없다면 이미 다른 은행에 넣은 돈도 다 빼낼 것이요, 그로 인해 국가의 경제와 살림이 마비가 될 것을 내다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보수 자본주의자의 대표 격인 밀턴 프리드먼이 1929년의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진단한 것과 맞물린다. 프리드먼은 미국의 경제 공황이 주식시장의 붕괴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 연속적으로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에 실패해서 생긴 사건으로 해석한 바 있다.

 

그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주요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도산을 막았더라면 금융권의 연쇄도산은 피할 수 있었고, 그렇다면 대공황 정도의 재앙이 생기지 않고 단순한 경기 조정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경제대공황 이후 금융계가 탐욕에 눈이 멀어 지나친 위험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시스템 리스크 제도를 도입했고, 1980년대까지 안정기를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에 이자율 경쟁을 허용하고 저축대부조합 사태가 터지고, 1999년 은행의 타금융권 소유가 허용되고부터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 서브프라임 사태가 결정타를 맞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한국의 금융계는 문제가 없을까?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어떠한 시스템 리스크 제도 없이 유동성 자금을 은행권에 퍼부어 주고 있다. 그로 인한 도덕적 해이는 얼마나 더 심각해 질 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아울러 '금산분리완화' 정책과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대기업의 금융상품이 활개를 칠 것이고, 여기저기 쏟아내는 상품과 더불어 각종 규제완화로 인해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우리나라에도 속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거대한 착각 -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최운화 지음, 이콘(2009)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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