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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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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치는 광경.
▲ 천리포 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치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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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민간수목원으로 가장 많은 종류의 식물을 보유한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이 지난 197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했다.

그동안 천리포 수목원은 회원에 한해서만 개방하다가 산림법 개편에 따라 연중 6개월 동안 일반인에게 입장료를 받고 개방해 오던 중 내부 합의를 거쳐 지난 1일부터 수목원 창립기념일(7월 14일)과 설, 추석, 성탄절 등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을 선언했다.

설립자인 고 민병갈(1979년 귀화, 미국명 Carl Ferris Miller)씨가 지난 1962년 천리포 해변에 약 2헥타르 규모의 임야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천리포 수목원은 1만5000여 종류의 식물들이 자생 또는 식재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감탕나무속 약 600종류, 목련속 약 500종류, 동백나무 약 400종류, 단풍나무 약 300종류, 무궁호 약 250종류 등이 중점적으로 수집되어 있다.

국제수목학회가 세계 12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정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천리포 수목원을 지난 2일 가봤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에 다다르자 평일임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평택에서 왔다는 이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인 관람이 가능하단 사실을 알게 됐고 태안관광을 겸해서 찾게 됐다고 했다.

매표소에서 나눠준 리플렛을 들고 매표소 옆에 설치된 종합안내도를 한번 살펴 본 후 본격적인 수목원 탐방에 나섰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수목원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넓은 연못과 수목원에서 사무실로 사용하는 하얀 건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다.

수생식물원이라 이름붙인 이곳 연못에는 수련 및 다양한 수생, 수변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주위에는 다양한 크기와 화색의 목련이 식재되어 있어 봄에는 수산화가 여름에는 상사화가 군락을 이룬다고 수목원측은 설명한다.

따사로운 봄볕에 반짝이는 연못과 주변 환경이 만들어낸 마치 한 폭 그림 같은 경관을 감상하다 눈을 연못 가장자리로 옮기면 기암괴석과 같이 땅에서 솟아올라 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숨쉬는 뿌리 낙우송의 뿌리는 '숨쉬는 뿌리'라고 불린다.
▲ 숨쉬는 뿌리 낙우송의 뿌리는 '숨쉬는 뿌리'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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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설치된 안내판을 살펴보니 이 기괴한 것은 낙우송의 뿌리로 일명 '숨쉬는 뿌리'로 불리는데 물을 좋아하는 낙우송이 물 주변의 땅 속에서는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숨을 쉬기 위해 내어보낸 뿌리라고 한다.

연못 주변을 따라 걷다보니 맞은편에 작은 연못이 하나 더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연못의 물 위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붉은 색 꽃잎들이 가득 떠 있어 종종 드라마와 CF에 등장하는 꽃잎목욕을 즐기고 있는 여인들의 이미지가 순간 연상됐다.

안내도에 따라 정해진 코스로 발길을 옮겨 '윈터가든'라 이름 붙여진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는 재미난 이름의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하여 마편초과 왕작살.

이 나무 앞에서 잠시 생각했다. '마편효과가 왕작살 이라는 것인지? 마편을 초과 복원하면 왕작살 난다는 것인지?'하고 말이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정보검색 결과 마편초과의 왕작살나무는 국내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꽃은 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열매는 구형으로 10월에 익는다고 한다.

마편초과 왕작살 천리포 수목원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식물이 많다.
▲ 마편초과 왕작살 천리포 수목원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식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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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가든'은 겨울정원이라고도 하며,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 수피, 열매가 아름다운 식물, 억 종류 등이 식재되어 있는 곳으로 겨울에 아름다움이 더한다고 한다.

왕작살나무 옆에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과 같이 꽃잎이 고개를 떨군 꽃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리스와 터키 등이 원산지인 미나리아재비과의 'helleborus orientalis(헬레보루스 오리엔탈리스)'이다.

'윈터가든' 맞은편에는 '동백원Ⅱ'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의 희귀식물인 망개나무가 식재되어 있는데 안내판에 따르면 망개나무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나무로 우리나라의 내연산과 속리산, 주왕산 및 월악산 등 충북과 경북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껍질을 벗겨 먹거나 가지를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으로 많은 수가 훼손된 상태라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이 식물에까지 영향을 끼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씁쓸한 기분을 뒤로 하고 동백원Ⅱ'로 깊숙이 들어 가보니 하얀 목련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수목원 관계자는 4~5월은 목련이 한참 활짝 피는 시기로 하얀 순백의 목련 약 500종이 식재되어 있다고 했다.

앞서 정해진 코스를 따라 '윈터가든'에서 '동백원 Ⅱ'으로 걷다 보면 전통 한옥이 눈에 띄는데 숙박을 위해 마련된 '게스트 하우스'라고 한다.

수목원 안에는 총 6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겉 모양은 모두 전통한옥의 모습이지만 내부시설은 최신식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홈페이지 및 전화 예약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양한 동백들이 가득한 동백가든은 'Ⅰ~Ⅲ'까지 있다.

수목원 탐방 가운데 가장 신나게 둘러봤던  '동백원Ⅰ'에서 감탕나무원을 거쳐 우드랜드, 무늬원, 암석원 등으로 향하는 길. 이곳에는 재미난 사연과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많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굴거리나무'. 남부지방 산속에서 자라는 이 나무는 잎을 굿을 하는데 이용해 '굿거리나무'라고 불려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굿에 사용돼서 그런지 꽃말도 염원의 뜻을 담긴 '내사랑 나의 품에'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어 몇 걸음 옮기지 않아 바로 발견되는 것은 '꽝꽝나무'. 잎에 육질이 많아서 불길 속에 던져 넣으면 잎이 갑자기 팽창해 터지면서 '꽝꽝'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열매가 검은 콩을 닮아 콩처럼 불에서 넣으면 '탁탁' 터져 이름 붙여졌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줄기에 코르크질의 날개가 화살 날개와 비슷해 화살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나무도 이 길목에서 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화살나무 날개를 불에 태워서 그 재를 가시박힌 부분에 바르면 가시가 쉽게 잘 빠져 나온다고 한다. 마치 마술처럼...

가시나무 이란이 원산지인 가시(이란)주엽나무는 매우 두껍고 뾰쪽한 가시가 돋아난다.
▲ 가시나무 이란이 원산지인 가시(이란)주엽나무는 매우 두껍고 뾰쪽한 가시가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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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빼는 역할을 하는 화살나무가 있는 반면 나무 전체가 선인장과 같이 가시가 자라는 나무도 볼 수 있다. 카스피 연안의 이란이 원산지인 가시(이란)주엽나무는 매우 두껍고 뾰쪽한 가시가 돋아난다.

이 나무는 사막지대에 사는 낙타와 같은 야생동물이 잎이나 가지를 뜯어 먹지 못하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가 돋아나는데 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계속해 가시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가시(이란)주엽나무의 맞은편에는 세계 3대 미수(금송, 히말라야시다, 칠엽수)로 손꼽히는 금송이 식재돼 있었는데, 사실 더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옆에 식재됐던 노란 꽃이 인상적인 삼지닥 나무였다.

꽃말도 '당신께 부(富)를 드려요'라고 적혀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아무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사정을 생각하니 이 나무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꽃말처럼 가정에 부(富)가 깃들기를 바래봤다.

다소 가라앉은 기분으로 발길을 옮기던 중 반가운 손님과 마주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흡사 날아가듯 잰걸음을 옮기는 청솔모는 바라보자 위로라도 하듯 눈을 마주쳤다.

시골에서 자라 생활하고 있는 탓에 흔히 목격할 수 있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청솔모. 기분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한 친구였다.

다시 힘찬 발걸음을 옮기자 비석이 세워진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궁금증에 수목원측에 문의를 해보니 설립자 고 민병갈씨 친구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심은 기념식수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고 민병갈씨의 친구와 그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나 보다. 기념식수로 목련을 선택한 것을 보면...

덧붙여 수목원측은 고 민병갈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서도 비석을 세웠는데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은 목련원에 위치해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매표소와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한 암석원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회화나무였다. 줄기가 노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인 회화나무는 매해 겨울에 새로 나온 가지를 잘라줘야 노란색의 수피가 지속된다고 한다.

나중에 확인을 해 알게 된 식물도 있는데 협죽도과의 빈카이다. 안내판만 세워져 있고 식물이 없어 사진만 찍고 돌아왔는데 후에 각종 자료를 찾아 확인해보니 바닥에 밀착해 자라고 있던 것이 빈카였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네'라고 생각하고 돌아왔다니... 식물 지식이 밑바닥이라는 게 들통 난 순간이었다.

터닝 포인트(전환점)인 암석원을 지나 마취목원에 도착하자 수목원 직원으로 보이는 남녀가 분주하게 뭔가를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하다보니 할 일이 많은가 보다 하고 생각해 사진을 찍겠단 허락을 받고 근처 화장실로 급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향했다.

초가집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했던 초가집. 이곳도 게스트 하우스 이다.
▲ 초가집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했던 초가집. 이곳도 게스트 하우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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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과 마당에 앞에 심어진 하얀 목련, 그리고 주변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이 연출한 동양화가 연상되던 광경을 보게 된 것은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서이다.

이 광경을 보자 그저 '와~"하고 감탄만 할 뿐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하루쯤 묵어보고 싶은 곳이었다.

한참을 초가집 앞에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듯 서 있다가 사진 몇 장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천리포 수목원의 탐방을 마쳐야만 했다.

후에 뿔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해야 했는데, 이유인즉 초가집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실제 눈으로 본 광경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 것 없이 촬영돼 있었다.

한편, 천리포 수목원은 관람을 희망하는 단체 가운데 예약시 가이드와 동행을 요구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선착순으로 지정해 주고 있으며, 개방시간은 동절기(11월~3월) 오전 9시~오후 4시, 하절기(4월~10월)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로 입장료는 하계 평일 7,000원, 주말 8,000원, 동계에는 5,000원으로 동일하다.


#천리포 수목원#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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