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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논조가 사안에 따라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역시 그랬다.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한신대 교수와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었던 공정택 교육감를 두고 평가한 사설에서 일관성 없는 <조선일보>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는 10일 <'4.9% 지지' '14개월 임기'의 새 경기교육감>이라는 사설을 올렸다. 먼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는 김상곤 교육감을 "좌파단체들이 지지한 후보"라고 규정했다. 김상곤 후보가 얼마나 좌파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선거가 끝났는데도 '색깔론'이다.

 

 

"김 당선자가 이런 득표율로도 당선된 건 좌파 계열 후보 3명이 김 당선자로 단일화됐던 데 비해, 우파적 후보 4명은 단일화에 실패해 비슷한 성향의 유권자 표를 서로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라는 글은 <조선일보> 속마음이 얼마나 애탔는지 알게 한다. 우파 후보 단일화 실패도 한 원인이겠지만 경기도 유권자들이 이명박식 특권교육을 비판한 것임을 알면서도 외면한 것인지, 진짜 몰랐는지 참 궁금하다.

 

<조선일보>는 김상곤 당선자가 "'이명박식 경쟁 위주 특권교육을 바꾸겠다' '공교육을 회복시키겠다'는 얘기를 해왔다"지만 "대한민국 교육계의 특권 계층은 교사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김 당선자는 "공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학교 선생님들이 학원 강사들만큼 자기 수업시간에 정성을 기울였다면 대한민국 공교육은 벌써 선진국 수준이 됐을 것이다"라고 교원평가를 강하게 촉구했다.

 

마지막 결론은 '대못'을 박지 말라고 했다. "교육 분야에 방향을 엉뚱하게 잡은 대못이 박혀버리면 국가 장래에 두고두고 짐이 된다. 김 당선자는 대못 정책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보다 '4.9% 지지' '14개월 임기' 교육감에 알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정도면 부탁이나 압력이 아니라 거의 협박 수준이다.

 

4.9% 지지와 1년 2개월짜리 교육감은 대못질 하지말라고 했던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 공정택 후보에게는 뭐라고 했을까? 지난해 7월 31일 <'전교조 교육감'은 안 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사설과 제목부터 다르다.

 

 

언론이라면, 공정택 교육감 당선을 "'전교조 교육감' 안 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이라고 했다면, 김상곤 교육감 당선도 "'이명박식 특권 교육'은 안 된다는 경기유권자 뜻"이라고 해야 했다. 그리고 4.9%라고 김상곤 교육감을 깎아내렸지만 공정택 교육감도 49만 9254표로 전체 유권자의 6.1%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1위와 2위 득표율 차이는 김상곤 후보가 앞섰다. 공정택 교육감은 주경복 후보에게 1.7%포인트차로 제치고 겨우 당선됐고, 김상곤 당선자는 7.2%포인트차로 여유있게 이겼다.

 

김상곤 교육감에게는 "교육 분야에 방향을 엉뚱하게 잡은 대못이 박혀버리면 국가 장래에 두고두고 짐이 된다. 김 당선자는 대못 정책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보다 '4.9% 지지' '14개월 임기' 교육감에 알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고 했던 <조선일보>가 공정택 교육감에는 어떻게 말했을까?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로 교육감에겐 큰 권한이 주어져 있다. 서울시교육감 어깨는 특히 무겁다. 공 당선자는 '전교조 교육감만은 안 된다'고 한 유권자 뜻을 잘 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학교,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이 자기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 자기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을 분발시키는 교육정책, 특히 교원평가제는 되도록 빨리 시행할 필요가 있다."(조선일보 <'전교조 교육감'은 안 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 2008.7.31 사설)

 

공정택 교육감에게 소신껏, 빨리 시행하라고 했던 <조선일보>가 김상곤 교육감에게는 대못질 하지말라면서 처신 잘 하라고 했다. <조선일보>답다. 공정택 교육감에게도 큰 권한이 주어졌다면 김상곤 교육감도 똑같은 권한이 주어졌다.

 

교육자치시대에는 교육감이 자신의 교육철학으로 자기가 속한 지역 학교를 운영하면 된다. <조선일보> 교육 철학과 정책이 공정택 교육감과 더 가깝고, 김상곤 교육감과는 다르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정택 서울교육감과 김상곤 경기교육감 교육철학과 정책 중 누구 정책과 철학이 과연 아이들과 학교, 학부모들을 위해 나은 것이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므로 <조선일보>가 할 일은 득표율과 임기 운운하면서 대못질하지 말라는 비판이 아니라 참교육이 무엇인지 기다리는 일이다.


#조선일보#공정택#김상곤#경기도교육감#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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