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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0일 불법체류외국인 단속지침을 '살짝' 들춰 보았다. '살짝'이라고 표현한 것은 관계기관이 공개를 꺼리는 통에 꼼꼼히 살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10월 법무부가 각 출입국관리소에 내려 보낸 자료였다. 

 

이 지침에는 단속 시 원칙적으로 장비 사용을 자제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복을 착용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돼 있다.

 

지침은 그 배경에 대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 목적은 '신속히 국외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형사범 구금과는 그 목적이나 성질을 전혀 달리하는 인신구금'이라는 것이다. 지침은 이어 '(그런데도) 형사사범 인신구속 절차와 동일한 선상으로 생각해 보호를 위한 본래 취지와 목적을 오해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행정당국에서도 단속반원들이 불법체류 외국인을 형사사범 인신 구속 절차와 동일하게 생각해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지침은 이어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8일 한 지역 언론의 취재진 카메라에 잡힌 단속현장에는 행정당국의 수 년 전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단속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대전시 유성구 한 분식점에서 일하던 중국인 여성 불법체류자 두 명을 연행했다. 이들은 중국 한족으로 지난 2007년 9월과 10월 각각 단기취업(방문)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했다.

 

단속지침엔 "인권침해 없게"... 현장에선 '폭력 단속'   

 

단속반원들은 단속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 허리춤을 잡아 차량까지 질질 끌었고 차 안에서는 무방비 상태에 있는 여성의 목 부분을 손으로 때렸다. 맞은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과 "때리지 말라"는 호소까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단속 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의 손엔 수갑이 들려 있었고 차 안에서 연행된 여성들의 손목에 채웠다고 한다. 지침에선 '형사범 구금'과는 다르다고 해놓고 수갑이란 '장비'까지 동원한 것이다.

 

같은 영상이지만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의 해석은 달랐다. 대전출입국관리소에서 단속업무를 총괄하는 송효근 심사과장은 10일 오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제보를 받고 분식점에서 일하던 불법체류 중국여성 두 명을 연행하려 했지만 한 여성이 '한국에 오기 위해 2000만 원의 빚을 져 그대로 돌아갈 경우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다'며 강렬하게 저항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강한 여성의 호소에 단속직원이 '그러지 말라'며 살짝 손바닥으로 단 한번 밀친 게 영상으로 보기에는 때리는 것으로 보여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리춤을 질질 끌고 간 데 대해서도 "해당 여성이 가로수를 붙들고 완강히 저항해 허리춤을 붙잡아 끌고 간 것"이라며 "단속을 하다보면 허리춤 정도를 잡아당기는 불가피한 상황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에서는 단속반원들이 헬멧을 쓰고 곤봉을 휘두르는 등 모든 나라가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한국만 이러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나라나 단속 정도는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상급기관이 숙지시킨 '형사사범 인신구속 절차와 동일한 선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지침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에서야 이렇게 덧붙였다.

 

"어찌됐든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을 강화하고 비슷한 사례나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해나가겠다. 지켜봐 달라." 

 

단속지침엔 '장비사용 자제'... 관계자 "일본에선 곤봉 휘두른다"

 

이에 대해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조사집행팀에서는 현장조사와 관련자 대면조사를 벌였다. 법무부 감찰팀도 10일부터 현장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현재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권보호교육을 강화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중국 여성들은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조만간 강제퇴거 조치를 당하게 된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지만 '단속 악몽'에 빠져 되돌아가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단속반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태그:#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불법체류, #인권침해, #단속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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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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