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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풍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에서 전업주부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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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보다보면 종종 화가 난다. 드라마 속 아줌마들의 모습이 어찌 한결같이 다들 슈퍼맘일까? 다들 여자들이 얼굴은 말할 것도 예쁘고, 가정 일도 잘하고, 능력도 있다. 그런 슈퍼맘을 보면서 한 아이의 엄마로, 부인으로 가정에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 방송국 제작진들은 가정에 일하는 아줌마를 무식한 아줌마로 그려낸다. 가정 일만 하지 말고 하물며 남편의 내조에 이바지하라며 등을 떠밀고 있으니. 아줌마로서 드라마 속에 나타난 슈퍼맘들의 행태를 꼬집고자 한다.

당당한 여성, 살림하는 여성도 당당해!

요즘 드라마 속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 일에 대한 성취감이 탁월할 정도로 높다. <하얀 거짓말>의 백화점 회장으로 있는 신 회장(김해숙)은 남편을 죽이고 자식을 위해서 백화점을 경영하는 철의 여인으로 등장한다.

신 회장을 필두로 사랑을 잃고 가문을 위해서 살아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의 한명인(최명길)과 얼마 전에 종영한 <꽃보다 남자>의 강희수(이혜영)이 대표주자이다. 심지어 <아내의 유혹>에서 잘못된 욕망으로 안락한 가정과 자신만의 숍을 갖길 바라는 신애리(김서형)까지.

이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슈퍼맘이 되고자 부던히 노력한다.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물론 사회 속에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높아진 점을 감안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는 아줌마들에게는 야속하다. 일례로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장서희) 캐릭터를 보면 집에서 살림하고, 시부모 모시는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그려진다. 시어머니는 늘 밥만 축낸다는 비난하며, 남편은 바람을 피고 다른 여자를 부인으로 얻는다.

그렇게 늘 구박당하면서도 구은재는 자신이 할 줄 아는 일이 그것밖에 없는 듯 온갖 시련을 겪지만 인내하며 또 인내한다. 참을 인을 세 번 쓰면 살인을 면한다는 옛말을 이어가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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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주부도 할 일이 많고 꿈이 있음을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구은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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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복수를 위해 다시 태어난 구은재는 민소희라는 이름을 빌려 어느 날 메이크업아티스트가 되었다. 그것도 점 하니 찍더니 이제껏 발굴하지 못한 실력을 뽐내며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화장품 회사에 납품까지 하려한다.

그리고 사랑에 실패한 구은재는 자신에게는 꿈이 있다며 꿈을 위해 미친 듯이 일을 하겠다 선언했다. 물론 결론은 사랑도 일도 모두 성공하는 헤피엔딩으로 끝이 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물론 복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려지는 스토리겠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아줌마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정말 내가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남편 출근시키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닌가"하는 생각을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도대체 살림하는 여자들에게는 꿈이 없다고 누가 결론을 낸 것인가. 당당한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 때문에 남성들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외려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무능력한 사람처럼 비춰지는 현실에 때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슈퍼맘이라고? 웃기지 말라 그래!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당당한 사회 여성들에게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라며 은근히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놓고 슈퍼맘이 되라고 강요한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배우 이상아, 개그우먼 조혜련, 지니뱅크 이사 겸 MC 박현영이라는 일에 성공한 여성을 내세워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최고의 슈퍼맘으로 자리잡으로가 강권하는 프로그램 <슈퍼맘>이 탄생했다.

<슈퍼맘>의 기회의도를 보면 참 좋다.

"노래, 연기, 개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주부 연예인! 성공한 워킹 맘으로서 인정받으며 세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녀들에게도 쉽게 해결되지 않은 난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마의 역할>이다. 좋은 엄마되기 프로젝트'슈퍼맘'은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셀러브리이티이자 엄마인 여성들이 친 자녀와 짝을 이루어 교육과 관련된 갖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올바른 엄마의 역할을 찾아가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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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도 해야 하는데 아이 육아까지 여성이 도맡아야 하는 수퍼맘을 왜 강요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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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기획의도는 좋다. 실제로 일하는 엄마들은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아이들을 사랑을 보듬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직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일반적인 사회적 차별과 싸워야 하니 남자들보다 두 배가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아내로,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어느 하나는 자연스럽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하는 여성들이 연예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그녀들이 엄마 역할을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프로그램 <슈퍼맘>은 어쩌면 일하는 여성들에게 좋은 정보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왜 여성들에게만 이러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물론 여성들이 좀 더 남성보다 모성애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먼저 남편보다 엄마의 역할을 자청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회는 여성들에게 슈퍼맘이 되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다.

슈퍼맘이 돼야 한다면 슈퍼대디도 등장해야 한다. 그런데 꼭 엄마라는 이름 아래 일에서도 성공해야 하며, 가정에서도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는 이 강요는 같은 여성으로서 부당한 처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분명 차별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를 강요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에서 등장하는 하단아(윤정희)는 드라마 속에서 일도 잘하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의 역할까지 모두 잘하는 슈퍼여성이다. 단아는 그 큰 집을 홀로 청소하고 쓸고 닦고 그도 모자라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 시누이의 속옷까지 일일이 다려 입힌다.

여기에 역사학자로서 촉망받는 교수인 그녀. 참 부러운 인생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도 힘들어 쩔쩔매는 우리들에게는 적어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그녀의 그러한 모습을 당연히 여기는 것 같아 못 마땅하다.

그녀의 모습이 단아하고 가정적이며, 참한 색시라는 점은 동의한다. 그리고 그녀가 억척스럽게 일과 집안일을 모두 잘하는 데에서 존경한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마뜩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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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업주부들에게 내조까지 강요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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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맞아! 그런데 뭐!

그런데 문제는 사회에서는 일하는 여성이 되지 못한다면 집안일을 잘하고 남편의 내조에서 만점인 여성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아니 전업주부들에게 닥친 위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모습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내조의 여왕>의 제목은 말 그대로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여성들의 위치도 달라지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예부터 전해져 오던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진한 교훈처럼 떠받들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일하는 여성들의 지위와는 참으로 별개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말이 아니, 드라마 내용이 실제로 맞다면? 그래서 더 서글픈 인생이다.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역시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나 스스로도 처녀시절 열심히 돈 벌어 모은 돈으로 시집가면 뭘 하냐? 그 돈으로 성형수술해서 '돈 많고 멋진 남자 만나는 게 남는 장사다'라고 생각했으니.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다. 극중에서 등장하는 양봉순(이혜영) 같은 여성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여자들의 팔자가 남자들 팔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창을 나가보면 그러한 현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나보다 못나고 나보다 공부도 못했던 그저 얼굴만 예뻤던 아이가 사모님 소리를 듣거나 하는 그런 친구를 볼 때면 '역시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야'라고 스스로 자학하기 마련이다.

<내조의 여왕>은 그래서 재미있지만 한편으로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올리기 위해 부인들의 일상이 바쁜 것은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반 회사원의 남편을 둔 여성들이라면 저렇게 해서라도 남편의 지위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런 것 마저 못하는 여성들을 무능하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남편 뒷바라지 하며, 자식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 해서는 모지란 세상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화가 난다. 왜 난 아첨하는 재주도 없고, 일을 하는 능력도 없다. 하지만 내 남편을 위해, 내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데 무능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사회적 시선이 그러하더라도 드라마에서 전업주부들의 고단한 삶을 조금은 헤아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회에게 고하고 싶다.

"그래! 난 밥만 할 줄 알고, 청소만 할 줄 아는 무식한 아줌마다. 어쩔래? 니들이 주부의 고통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