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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풀터치폰 '쿠키(모델명 LG-KU9100)'.
 LG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풀터치폰 '쿠키(모델명 LG-KU9100)'.
ⓒ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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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풀터치폰 '쿠키(모델명 LG-KU9100)'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조치에 나섰지만, 피해를 입은 소비자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에 이를 제보한 김남주(대구 거주)씨는 지난달 14일 핸드폰을 교체하기 위해 인근 대리점을 찾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최근 탤런트 김태희가 광고하고 있는 LG전자의 풀터치폰 쿠키. 김씨는 쓰고 있던 핸드폰도 반납하고, 통신사도 바꿔서 최대한 할인을 받아 쿠키폰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온 김씨는 새 핸드폰을 꺼내 일정 입력부터 했다. 평소 핸드폰을 다이어리처럼 활용해 왔던 김씨가 1년치 일정을 전부 입력하려고 보니 시간이 걸렸다. 한 20분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핸드폰이 꺼지더니 재부팅됐다. 다시 일정을 입력하려고 해도 자꾸 재부팅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새 핸드폰을 사서 한껏 들떠 있던 김씨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

김태희가 광고하는 '쿠키폰' 샀더니... 일정 입력하면 재부팅

이틀 뒤 대리점에서 새 핸드폰으로 교체를 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정을 입력하려고만 하면 다시 재부팅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나중에는 모닝콜이 울려서 끄려고 했지만 그 마저도 되지 않았다. 이번엔 대리점의 권유로 LG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한 시간에 걸쳐 업그레이드 등 수리를 하던 직원이 "최신폰이라 고칠 수 없다"며 핸드폰을 되돌려주는 것 아닌가.

결국 김씨는 다음날 핸드폰을 구입했던 대리점을 찾아가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입할 때와는 달리 반환할 때는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우선 대리점에 핸드폰 반환 청구를 하고, 이동한 통신사에 개통취소 요청을 하고, 원래 통신사에 재개통 요청을 해야 했다. 이 모든 작업은 순전히 김씨의 몫이었다.

어렵사리 기존 핸드폰을 찾기는 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당초 새 핸드폰으로 교체한다는 생각에 기존에 쓰던 핸드폰의 예비 배터리와 메모리카드 등을 모두 버린 상태였다. 새 핸드폰은 제대로 쓰지도 못했는데, 요금 제도를 바꿔서 그런지, 지난 3~4일 동안 쓴 핸드폰 요금도 평소보다 더 나온 것 같았다.

무엇보다 김씨가 화가 나는 것은 대리점이며 서비스센터를 쫓아다니느라 매일같이 3~4시간씩 시간을 낭비했던 것이다. 문제는 새 핸드폰에 있었는데, 모든 손해는 핸드폰 판매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인 김씨만 보게 된 셈이다. 마땅히 하소연 할 곳을 찾지 못했던 김씨가 할 수 있었던 일은 LG전자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 1일 LG전자 핸드폰 사업부라는 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들도 일정을 30분 이상 입력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오류가 발생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류를 수정·보완해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왔으니, 다시 업그레이드를 받으라는 얘기였다. 김씨가 "이미 핸드폰을 반환했다"고 하자, LG전자측은 "그럼, 어쩔 수 없겠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억울한 생각에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LG전자측은 "현재로선 (피해보상을 해줄)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김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회사가 이런 오류조차 모르고 팔았다니 말이 되느냐"며 "오류가 있는 폰을 수십만원에 팔아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미안하다는 말로 끝내려고 하는데, 도대체 고객을 뭘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특히 "얼마 전 쿠키폰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200만대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봤다. 아직도 그런 오류를 모르고 폰을 사거나,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니냐"며 "구멍가게도 아니고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LG전자의 태도를 고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전자, 쿠키폰 '결함' 공지 않고 "업그레이드 받으세요"

이에 대해 LG전자측은 쿠키폰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피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보상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핸드폰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일정 입력을 하는 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객에게 '제품을 잘못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사과 전화도 했다"며 "피해를 본 고객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제품을 환불받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는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핸드폰 자체의 오류라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오류이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만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김씨의 항의를 받은 뒤 '장시간 일정 입력'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난달 23일 싸이언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관계자는 "3월 23일 이후에 만들어진 제품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깔았지만, 그 이전에 만들어진 폰은 (결함이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두 업그레이드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쿠키폰에 오류가 있었던 사실을 웹사이트 등에 공지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센터나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폰 업그레이드를 받으면서도 왜 받아야 하는지 등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핸드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핸드폰이 출시되면 파워블로거 등 소비자들의 테스트를 거쳐 기능상의 개선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해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나온다"며 "그러나 기능상의 개선이 아니라 결함 때문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폰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합을 보완하든 기능을 개선하든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나오면 공지 등을 통해 모든 고객들에게 그와 관련된 내용을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쿠키폰#LG전자#김태희#핸드폰 업그레이드#일정 입력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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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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