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모작을 하는 전남 여수 소라면 하금마을의 들녘에 모내기가 시작됐다.
 이모작을 하는 전남 여수 소라면 하금마을의 들녘에 모내기가 시작됐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모내기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민들이 논 물가두기에 비상이 걸렸다. 모내기 준비에 한창인 전남 농촌 지역은 오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현상이 심각해 올 논농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겨울가뭄이 올봄까지 이어지고 있는 때문이다. 80년 만에 최악이라고 한다. 

여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우리나라는 해마다 겨울과 봄이면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973㎜)보다 많지만 대부분의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다 보니 물 관리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업기반시설관리'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국 평균 저수율은 48.1%이다. 농도인 전북지역의 평균 저수율은 39.3%로 농사철을 맞아 초비상이다.

양수기로 물 퍼 올려 모내기시작

논둑에는 아침 일찍 운반해 놓았다는 모 상자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논둑에는 아침 일찍 운반해 놓았다는 모 상자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모판을 옮기던 농부는 "풍년농사 이룹시다."라며 또 한 번 활짝 웃어 보였다. 본 논에 옮겨 심은 농사가 잘 돼서 풍년을 이루는 게 농부의 소원이란다.
 모판을 옮기던 농부는 "풍년농사 이룹시다."라며 또 한 번 활짝 웃어 보였다. 본 논에 옮겨 심은 농사가 잘 돼서 풍년을 이루는 게 농부의 소원이란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모내기 시기는 대체적으로 5월 중순경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모내기가 자꾸 빨라지고 있다. 4월 중순경부터 모내기가 시작된다. 이모작을 하는 이곳 전남 여수 소라면의 하금마을은 하루라도 빨리 모를 심어야 한다. 벼를 수확한 다음 약초 식물인 택사를 심어야하기 때문이다.

"벌써 모내기를 해요?"
"진즉 해부렀는디, 며칠 됐어. 이 근방에서 여기가 제일 빠르지."

"충분한 비도 안 왔는데 물을 어떻게 가두었어요."
"죽림저수지에서 양수기로 펐어요. 다른 데는 아직 물을 못 잡았어."

하금마을 동네어귀에서 만난 남학봉(70)씨는 사흘 전부터 모내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농부는 죽림저수지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 올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수에 소요된 기름 값과 전기세 일부가 예산에 반영돼 면사무소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농부가 이앙기를 점검하고 있다.
 농부가 이앙기를 점검하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논두렁에서 이앙기에 휘발유를 넣고 시동을 건다. 여의치 않자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힘겨운 논농사 기계마저 말썽이다.

"어허! 이게 왜 또 이런데~"
"농사 많이 짓나요?"

"한 5천여 평 남짓 돼. 어허~ 사람 미치겄네 이거~"
"연료가 안 올라오는 것 같은데요?"

"어째 어제는 뽀르르 살아나더니 오늘은 안살아 나네 잉~"

모내기를 위해 모판에서 옮겨놓은 어린모
 모내기를 위해 모판에서 옮겨놓은 어린모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올 어린모의 생육상태는 아주 좋다.
 올 어린모의 생육상태는 아주 좋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논둑에는 아침 일찍 운반해 놓았다는 모 상자가 가지런히 정리되어있다. 농부의 아내는 이앙기가 닿지 않는 논 가장자리에 손으로 어린모를 심는다. 올 어린모의 생육상태는 아주 좋다.

"연료를 가득 넣어 놨는디 그러그마, 기계도 늙으면 사람만이로 말을 안 들어."

플러그를 빼내 세척하고 연료계통을 점검 후에 다시 시도하자 시동이 걸렸다. 비로소 농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이앙기의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농부는 일을 시작한다. 모판을 옮기던 농부는 "풍년농사 이룹시다"라며 또 한 번 활짝 웃어 보였다. 본 논에 옮겨 심은 농사가 잘 돼서 풍년을 이루는 게 농부의 소원이란다.

허울뿐인 '농자천하지대본'

남학봉씨 부부가 모내기를 하고 있다.
 남학봉씨 부부가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농자재 값이 겁나게 올라서 농사가 힘들어."
"논 한마지기에 평균 쌀 수확량이 얼마나 되나요?"
"2가마 반이나 될 거여, 이거 저거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농부는 자신이 직접 일을 다 하지만 남에게 맡기면 논 한마지기에 15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로터리 치고 모 심어주고 벼를 베어 수확해주는 데 드는 임금노동의 대가다.

"이제 심어보자."

이앙기가 지나가자 어린모가 심어진다. 농부는 이앙기를 조심스레 다루며 모를 심는다.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를 유심히 지켜보던 농부의 아내는 모를 바구니에 담아 들고 다니며 모가 빠진 자리에 하나씩 심는다.

"옛날 줄모를 심을 때가 좋았는데, 사람이 많으니 먹을거리도 넘치고…, 요즘은 기계로 해분께 사람이 필요 없잖아. 지금은 다 돈이여 돈, 돈만 주면 나락도 다 몰려다줘."

농부는 옛날을 그리워한다. 이앙기 앞으로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나풀대며 날아간다. 이곳 모내기는 예년에 비해 5일 정도 빠르다고 한다. 봄 가뭄으로 농부가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리면서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을 떤 결과이다.

이앙기로 모를 심는 농부
 이앙기로 모를 심는 농부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모심기를 하던 농부의 아내가 어린모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모심기를 하던 농부의 아내가 어린모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 모가 빠진 곳을 찾아가며 농부의 아내가 손으로 모를 심는다.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 모가 빠진 곳을 찾아가며 농부의 아내가 손으로 모를 심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옛날 모내기는 집안의 큰 행사였다. 품앗이를 해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모를 심곤 했다. 그때는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수리답이 별로 없어 산자락의 다랑이논과 같이 천수답이 많았다. 그래서 비가 와야 물을 잡곤 했었다.

현재 우리 농촌은 오랜 가뭄으로 인해 천수답 물 잡기 하듯 어려운 실정이다. 이랴 자랴 누렁이 소를 앞세워 논을 갈아엎고 써레질을 한 다음 논바닥을 잘 골라 손으로 모를 심었던 그 시절 못지않게 농사일이 어렵다고 한다. 이앙기와 같은 농기계의 보급으로 육신은 좀 수월해졌지만 농사짓기는 훨씬 더 힘들다고 말한다.

모내기는 고려시대부터 전래되었다고 한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근본이라고 했다. 천하의 근본인 농업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농가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농자재 비용 등의 현실화와 이농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태그:#모내기, #농촌, #이앙기, #품앗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