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법정 입구 법정 입구에는 법정에서의 준수사항도 붙어있고, 왼쪽 옆에는 재판시간과 범죄명까지 기록된 그날의 재판일정이 게시되어 있다.
법정 입구법정 입구에는 법정에서의 준수사항도 붙어있고, 왼쪽 옆에는 재판시간과 범죄명까지 기록된 그날의 재판일정이 게시되어 있다. ⓒ 김동이

법원은 어떤 일이든 간에 안 가는 게 좋다. 법원에는 태어나서 몇 번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난주에 지인의 부탁으로 갔다 와서는 되도록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에게 해를 입혀서 피의자가 되고, 남에게 해를 입어서 피해자가 된다면 법의 공정한 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하지만, 그 이외의 일이라면 되도록 안가는 게 상책이다.

물론, 피해자나 피의자가 자신과 관련된 가까운 가족 또는 친척이라면 방청객 정도로 갈 수 있겠지만 이 이외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 법정 안에 들어가 봤자 쉽게 표현하면 나쁜 놈과 불쌍한 사람들뿐이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 법원에 가 본 적이 있지만, 그 때 당시 어떤 형태든 간에 다시는 법원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 지인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법원에 가야할 일이 생겨 재판이 벌어지는 법정 안으로 들어가서 방청을 하면서 재판의 경과를 지켜봤다.

법정 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법정 앞에 부착되어 있는 재판 순서와 시간을 확인한 뒤 조용히 법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다른 사람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터라 재판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리로 가서 않고는 재판 상황을 방청했다.

비록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재판이었지만 재판은 아주 흥미로웠다. 3개의 사건에 대한 재판을 지켜본 결과 먹고살기 어려워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사건 등 모두가 생계형 범죄로 인해 잡혀온 사람들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 중에서 안타까웠던 사연 하나를 소개하면,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70대의 두 노인으로서 사건의 요지는 생계가 힘들었던 한 노인(형)이 빈집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던 중에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동생까지 절도에 끌어들여 범죄를 저지르다가 경찰에 잡혀 재판에까지 이르게 된 사건이었다.

이들 두 노인은 모두 범죄 사실에 대해서 시인하면서, 마지막으로 할 얘기 하라는 판사의 말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남은 여생 남에게 봉사하면서 살아 가겠으니 선처를 바란다고 말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댓가를 받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 칠십 넘은 노인들이 '오죽했으면 훔쳤을까'하는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사건 이외에 다른 두건의 사건은 모두 음주상태에서 벌어진 기물파손 사건으로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던 사업이 잘 안돼서 술김에 그만...'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한 뒤 '선처해 주신다면 술 끊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말로 최후 변론을 했다.

요즘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이와 같은 생계형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긴 했지만, 실제로 법정에 와서 보니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방청석에 앉아서 재판과정을 지켜본 입장이었지만, 누가 잘 했고, 잘못 했고를 떠나서 법정에 선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다시는 방청객으로도 법정에 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마침내 지인의 차례가 다가왔고, 변호사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재판은 금세 끝이 났다. 나와 관련된 일로 법원에 온 것도 아닌데 법정 안에 들어갔다 나와서 그런지 기분이 왠지 찝찝해졌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같이 갔던 동료에게 난 이 한마디를 던지고 오는 동안 말 한마디 없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맙시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법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