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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학년 아이들 30명이 정상의 팔각정 앞에서 '찰칵'
4학년 아이들 30명이 정상의 팔각정 앞에서 '찰칵' ⓒ 변종만

 

문의초등학교와 도원분교는 지도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를 해발 378m의 양성산이 가로막으며 높은 벽을 만들었다. 반대편 사람들과 소통을 이루는 굽이의 길이만큼 다른 세상이 되었다.

 

올해 분교에서 본교로 근무지를 옮겨 4학년을 맡았다. 본교나 분교나 아이들은 같은 학교의 학생이고 보이는 방향만 다를 뿐 매일 양성산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키운다. 하지만 순진한 분교의 아이들과 달리 소질과 개성은 물론 가정환경이 다른 우리 반 30명 아이들은 뒷바라지가 쉽지 않다.

 

교사가 공부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릴 때부터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아이들의 학교 밖 행동까지 체크하며 생활지도를 하는데도 자잘한 일들이 꼬리를 문다.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할 공문들도 많다. 올해는 학기 초가 지났는데도 공문이 줄을 이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한다. 오죽하면 같이 근무하는 직원과 퇴근하며 처음 얼굴을 마주치기도 한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학교 교육계획에 의해 전교생이 양성산을 등반하는 날이다. 양성산은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어 대전이나 청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학교가 자연환경이 좋은 대청댐과 양성산 가까이에 위치한 것도 아이들에게는 축복이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등산객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산에 오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양성산 등반이 부러워 시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전학시키고 싶어 하는 학부모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학교 아이들의 양성산 등반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행사도 교사가 지시하는 대로 얌전하게만 따라주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도 통제가 어렵다. 들뜬 아이들을 다독이며 연신 주의를 줘도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온실 속의 화초보다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환경의 변화에 순응할 줄 아는 잡초가 생명력이 질기다. 아이들의 인격을 도야하고 바른 품성을 키우려면 체험학습을 자주 해야 한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체험학습은 위험한 일이 많아 항상 조심스럽고 걱정이 앞선다.

 

살다보면 잘해야 본전인 게 있다.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체험학습이 그러하다. 조금만 이해하면 되는 일도 그냥 지나치려는 학부모가 없다.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다툼도 자기 자녀를 피해자로 만들며 문제를 키운다.

 

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와 교사는 죄인이 되어야 한다. 실상이 그러니 일부러 일을 만드는 교사로 눈총받으며 체험학습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학부모에게 얼마나 호되게 당했으면 체험학습에 넌더리를 내는 교사도 있다. 아이들의 꿈을 위축시키는 알량한 이기심은 스스로 자제하는 현명한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 변종만

 

운동장으로 나가라는 소리만 들어도 환호성을 지르는 게 아이들이다. 길게 줄을 만들며 녹색 세상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기 좋다. 매일 바라보는 양성산이지만 친구들과 같이 오르니 저절로 흥이 나는지 재잘재잘 떠들고 콧노래를 부른다.

 

요즘 아이들 걷는 것 싫어하고 힘든 것 못 참는다. 몇몇 아이들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다독여가며 정상까지 올랐다. 정상의 팔각정에서 바라보니 대청댐, 청소년수련원, 문의문화재단지, 해발 430m의 작두산, 독수리 바위 방향의 등산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양성산이 가로막고 있는 본교와 분교도 내려다보인다. 연두색 세상을 만든 주변 마을의 풍경도 아름답다. 그제야 힘들여 정상에 올라온 이유를 알고 고마워한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만나는 계곡은 수량이 적었지만 물이 졸졸졸 흐른다. 아이들은 돌 틈을 뒤져가며 가재를 잡느라 신이 났다. 돌탑에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빌었더니 가재를 두 마리나 잡았다고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가재가 살고 있는 곳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라는 것도 설명해줬다.

 

아이들은 양성산을 등반하며 평탄한 길보다 오르막길이 많다는 것, 땀을 많이 흘리면 그만큼 보람이 크다는 것, 정상부터는 힘이 들지 않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는 것을 깨우쳤다. 연두색 세상만큼이나 순수하고 희망이 넘치는 꿈도 키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의초등학교#도원분교#양성산#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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