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을 이틀 앞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가 노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 내용에 대한 신문 사항을 28일 내에 정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5일 이메일로 보낸 서면진술서와 그동안 검찰이 확보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을 비교 분석하며 질문사항을 최대한 압축·정리 중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정리한 질문 사항은 200~300개 정도. 검찰은 예상되는 답변에 대한 시나리오도 여러 개 마련한 뒤 소환 당일 조사 때 우병우 중수1과장과 100만 달러, 500만 달러, 12억5천만 원 등 의혹별 담당 검사 3명이 교대로 돌아가며 노 전 대통령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에 대해 "신문 사항은 이날 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며 "서면 진술서로 얻은 답변 외 새롭게 물어볼 사안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수사팀 중 한 팀은 밤을 새서 신문사항을 만들었고 한 팀은 자금 조사를 하고 있다"며 "질문 개수는 200개를 훌쩍 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진술에 따라 의미가 없어질 질문도 있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 5월 초 결정
검찰은 오는 29일까지 소환 조사 준비에 주력하고 이후 수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팀 내 회의와 검찰 지휘부의 판단 등을 종합해 다음 주 초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최근 수사 상황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각종 예측 보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기획관은 이날 100만 달러 사용처 수사 상황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현재 수사 상황을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필요성이 있어서다, 조사가 끝난 뒤 적절한 선에서 말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대신 수사팀의 민감한 반응을 전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홍 기획관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 꼬인 수사',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틀었다', '서면조사 허탕쳤다' 등의 언론보도에 대해 수사 검사들이 상당히 기분 나빠하고 있다"며 "아직 구속·불구속 여부는 결정된 적 없고 서면조사에서 얻을 부분은 충분히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정적으로 이렇게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은 수사팀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사시간 애타는 검찰 "노 전 대통령 동의한다면 심야조사도 가능할 듯"
현재 검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조사 시간 내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확실한 답변을 얻어낼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해 홍 기획관은 전날에 이어, "조사 시간 확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며 "보통 즉문즉답 형식으로 이뤄지는 조사와 달리 심문 사항을 미리 가상답안으로 만드는 것도 조사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서 방어권 행사를 이유로 민감한 사실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지난 95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조사 당시 사실상 묵비권 행사나 다름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오전에 소환돼 새벽 2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를 감안해보면 30일 소환될 노 전 대통령 역시 밤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홍 기획관은 이와 관련해 "가급적이면 신속하게 끝낸다는 입장이지만 절대적인 조사량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답변 양과 질의 문제도 봐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심야조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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