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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천 준설에 투입된 굴삭기 옆에서 위태롭게 먹이를 구하는 장다리물떼새.
하천 준설에 투입된 굴삭기 옆에서 위태롭게 먹이를 구하는 장다리물떼새. ⓒ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의 도심을 가르는 유등천에 희귀조류인 '장다리물떼새'가 출현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의 가동보 설치 및 역펌핑계획으로 이러한 희귀조류의 서식 환경이 곧 없어질 것으로 보여 환경단체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 고병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부터 대전 유등천에서 희귀조류인 '장다리물떼새'가 관찰되고 있다.

 

장다리물떼새가 찾아온 곳은 대전시가 대전천의 유지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가동보를 설치해 역펌핑을 하는 지역으로, 현재 역펌핑을 중단하고 가동보 수문을 열어 일시적으로 비오톱이 형성된 곳이다.

 

이곳에는 장다리물떼새 외에도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꼬마물떼새, 깝짝도요, 왜가리, 쇠백로 등 장다리물떼새와 서식환경이 비슷한 많은 새들이 찾아와있다.

 

문제는 대전시가 다시 역펌핑을 위해 가동보에 물을 다시 채우면 장다리물떼새를 비롯한 많은 새들이 이곳을 떠난다는 것. 하천의 모래사장이나 비오톱 구간에서 먹이를 찾는 이들은 더 이상 이곳이 서식공간이 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조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전의 3대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잉어는 수위 차이 때문에 이동하지도 못하고 갇히게 될 수 있으며, 번식기간에 이런 수위 차이로 인해 번식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의 우려다.

 

특히, 최근 대전시는 가동보가 하천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하류로 배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며 3대 하천의 기존보를 가동보로 변경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준설을 하지 않으면 수질이 악화되어 역펌핑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4월에도 대전천 가동보 상류구간에 대해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갑자기 낮아진 수위에 등을 드러낸 잉어가 발버둥을 치고 있다.
갑자기 낮아진 수위에 등을 드러낸 잉어가 발버둥을 치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와 관련 대전환경운동연합은 30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대전시는 대전천에서 역펌핑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3대 하천에 역펌핑을 위한 시설과 가동보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역펌핑을 통해 하천 둔치도 아닌 저수로에 수영장을 조성하겠다는 유성천 역펌핑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재 추진 중인 갑천의 라바보를 하류로 이전하는 사업은 갑천 뿐만 아니라 유등천생태계까지 파괴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녹색뉴딜'과 '금강살리기'사업에 편승해 하상을 준설하고 보를 만드는 계획을 지난 3월 대전시가 정부에 제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를 만들면 물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실로, 아무리 하천의 유량을 늘리고 그럴듯하게 꾸며 놓아도 물이 썩어버린다면 하천이 살아난 게 아니라 죽은 하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끝으로 "장다리물떼새의 서식확인을 계기로 대전시가 살아 숨쉬는 3대 하천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에 앞장 서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계획된 역펌핑 사업과 가동보 설치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하고, 기존의 활용도가 낮거나, 용도가 없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유등천#대전천#역펌핑#가동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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