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들은 글을 쓴다. 왜 쓰냐고 묻는다면 저마다 다양한 대답들이 나온다. 그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다. 단지 조금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가 있고, 글로서 표현하는 것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조금 더 잘쓰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스티븐 테일러 골즈베리, 무슨 이름이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분께서 쓰신 <글쓰기 로드맵101>이라는 책은 글쓰기에 대한 준비에서부터 세세한 스킬까지 101가지의 작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서 25년간 글쓰기에 대해서 강의하시고 저술활동도 활발히 하셨다니 그의 실력은 프로 중의 프로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모든 글쓰기는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즉, 글을 쓰는 것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것을 실제로 말하듯이 써야 한다는 것이란다. 아하! 그러고 보면 내 글에서 '급함'이 많이 묻어났는데, 아마도 내가 이 '스토리텔링'을 깡그리 무시하고 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단순히 되새김으로 그쳤던 것이다.

 

이 책은 즐거운 글쓰기에 필요한 101가지 법칙을 크게 3가지 범주에 묶어 놓았는데 많은 부분이 글 중에서 소설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소설가 지망생만 보는 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보면서 나 자신 소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는 '시작'이라는 제목이다. 어떤 글을 쓰려고 하든지 간에 일단 무조건 써보란다. 아무리 생각해봤자 소용없단다. 글은 손끝에서 나오는 거라서 무조건 써봐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 작가의 글들을 따라서 써보는 것을 '강추'한다. 왜냐면 만약에 따라서 썼다가 나중에 정말 그 작가처럼 쓴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2부는 '텍스트'라는 제목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일단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문법공부를 하라고 권한다. 또한 단어선택에서부터 은유법 등과 같은 수사법들을 다듬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독자들이 봤을 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3부는 '기술'이라는 제목이다. 글쓰기에는 7가지의 기본원칙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7가지 기본원칙은 글 솜씨, 갈등, 시점, 인물, 배경, 플롯, 주제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7가지의 효과적인 서술법을 친절하게 일러준다.

 

글은 최대한 간소화시켜야 하며, 갈등은 좋은 방향으로 봉합되어야 하며, 시점을 확실히 하되 유연해야 하며, 악역에겐 인과관계를 부여해야 하며, 플롯은 낚시 바늘이 이상적이며, 주제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소설을 마주했을 때 7가지 기본원칙들 중에 주제에만 매달려 글이 묘사하고 설명하는 아름다움을 미처 느끼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무의식중에 폄하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소설, 그것을 쓰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쓰고 내용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했던 나는 바보였다.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세심한 정성.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핵심이 되는 단어, 인물, 풍경,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소설가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 덕분에 소설을 감칠 맛나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미각을 얻은 것 같다. 왜냐면, 7가지 기본원칙들 그리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글쓴이의 솜씨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로드맵 101

스티븐 테일러 골즈베리 지음, 남경태 옮김, 들녘(2007)


#글쓰기 로드맵 101#스티븐 테일러 골즈베리#남경태#들녘#단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