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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가 입하였습니다. 여름에 들어섰다는 말풀이처럼 여름에 들어섰을 뿐이지 본격적인 여름은 아닙니다. 입춘이 겨울 끝, 봄소식을 물어오듯 입하도 아직 여름은 아닌 거지요. 그런데 벌써 여름입니다. 입하 즈음 최고 기온 평년값을 찾아보니 22도 안팎입니다. 그런데 어제 서울 지역 최고 기온이 29.2도입니다.

 

감꽃 봉우리 푸른 감잎 사이로 감꽃 봉우리가 여물고 있다. 노란 감꽃이 피면 떨어진 감꽃을 주워 감꽃 목걸이를 만들어보자.
감꽃 봉우리푸른 감잎 사이로 감꽃 봉우리가 여물고 있다. 노란 감꽃이 피면 떨어진 감꽃을 주워 감꽃 목걸이를 만들어보자. ⓒ 한희정

 

아이들은 갑자기 더워진 날씨가 입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합니다. 입하가 바로 어린이날 연휴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런 속담들을 만들었습니다.

 

어린이날 때문에 입하 온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입었던 잠바 입하되니 쳐다보기도 싫다.

입하와 어린이날 고속도로가 저속도로 된다.

입하에 찜질방 안가도 된다.

입하 되니 반팔, 반바지 불티난다.

입하에 벌써 그늘 찾는다.

 

벌써 그늘과 얼음과자를 찾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개울가를 찾았습니다. 고마리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서 그런지 개울가는 한결 싱그러웠습니다. 고마리는 물가에 흔한 풀이지만 오염된 물을 정화시켜주는 능력을 가진 고마운 놈입니다.

 

물가의 아이들 푸른 고마리와 물억새, 흐르는 물과 바위 틈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 양 옆의 시멘트 뚝방만 없으면 딱일텐데...
물가의 아이들푸른 고마리와 물억새, 흐르는 물과 바위 틈을 뛰어 다니는 아이들, 양 옆의 시멘트 뚝방만 없으면 딱일텐데... ⓒ 한희정

 

고마리만 고마운 건 아니지요. 날도래와 강도래의 애벌레도 물에 떨어진 낙엽 같은 것을 갉아 먹어 흐르는 물을 맑게 해줍니다. 흔히 계곡의 청소부로 불리지요. 깨끗한 1급수 물 속의 돌덩어리를 하나만 들어 올려보면 날도래들이 낙엽이나 모래알을 이어 붙여서 만든 집을 볼 수 있습니다.

 

작은 뜰채 하나 들고 물고기를 잡겠다는 녀석들, 결국 작은 치어 두 마리를 잡았다가 놓아 주었다.
작은 뜰채 하나 들고물고기를 잡겠다는 녀석들, 결국 작은 치어 두 마리를 잡았다가 놓아 주었다. ⓒ 한희정

 

뜰채 하나씩 들고 물고기 잡기에 나섰습니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는 아무리 애써도 작은 뜰채 하나로는 잡기 어렵습니다. 애꿎은 물고기와 다슬기만 건져 올립니다. 떼를 지어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우리 발소리 하나에도 놀라 바위 밑이나 물풀 속으로 숨어버리니 아이들도 약이 올랐습니다.

 

수서생물 관찰판 올챙이, 날도래와 강도래 애벌레, 치어 두마리, 하루살이 애벌레, 다슬기 등 우리가 공부한 개울가 생물들이다.
수서생물 관찰판올챙이, 날도래와 강도래 애벌레, 치어 두마리, 하루살이 애벌레, 다슬기 등 우리가 공부한 개울가 생물들이다. ⓒ 한희정

 

맨 발로 물 속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자제'시키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우리를 바라보시더니 "아줌마, 거 물고기 잡지 마요!"하십니다. "아, 네... 잡아서 관찰하고 곧 놓아줄 거예요."했더니 피식 웃으시는데 우리말을 못믿겠다는 표정입니다. "이 작은 뜰채 하나 가지고 저희가 얼마나 잡겠어요. 그리고 또 잡아가서 뭐 하게요. 그냥 잠시 보고 갈 겁니다."

 

아이들에게 수없이 가르쳤습니다. 돌멩이 하나, 나뭇가지 하나 들고 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그건 그 곳에 있어야 쓸모가 있지 집으로 가져가면 그 순간 쓰레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 가지고 놀다가 바로 그 자리에 두고 가자.

 

그런데 그런 노력이 '소통 불능'의 익명성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저 서로 믿을 수  밖에요.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잠시 저를 흔들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저도 그 분의 염려와 걱정이 그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염려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서로 마음으로 통하고 있었으니까요.

 

허물을 벗듯이... 하루살이일까 잠자리일까, 이렇게 허물을 벗듯이 나도 아이들도 오늘의 나를 넘어 큰사람으로 성장해 가고 싶다.
허물을 벗듯이...하루살이일까 잠자리일까, 이렇게 허물을 벗듯이 나도 아이들도 오늘의 나를 넘어 큰사람으로 성장해 가고 싶다. ⓒ 한희정

 

'생태 교육'을 한다는 빌미로 온 세상을 함께 이루고 있는 뭇 생명들에게 어떤 해를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와 세상, 나와 뭇 생명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지혜, 이런 지혜를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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