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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의 지긋지긋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 대한 강한 열망이 우리에게 훌쩍 여행을 떠나라고 손짓한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항상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 카피처럼 도착한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는 풍경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바글바글한 사람들의 파도 속에서 나는 '사람들의 기준은 다들 같은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가, 가을에는 단풍 구경, 겨울에는 새하얀 스키장처럼 계절에 따라서 정해진 레퍼토리를 따르다보면 자연을 만끽하러 떠난 곳에서  지금 있는 곳보다 훨씬 많은 사람구경만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 여행을 떠나는 효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곳들은 접어두고 나만의 테마를 만족시키는 여행지를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손영운 선생님은 이미 자신만의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하고 계셨다. 여행을 하는 것이 부족해서 아예 여행을 직업으로 삼으셨다. 그는 책머리에서 이야기 한다.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을 태어나 80년을 산다면 그중 반은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말에서 이 책에 담겨져 있는 여행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의 신뢰감도 생겼다.

 

그가 원하는 삶으로서 선택한 그의 테마는 바로 '지구과학'이다. "에이~ 저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어한 게 수학하고 과학인데요?"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조금만 궁금증을 갖고 이 책을 읽으면 우리들이 신기해하면서 바라보았던 모든 자연경관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지형특성에 대해 한 시간만 지나면 전혀 성질이 다른 땅으로 된 산과 들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21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각각의 지역들이 어느 시대에 생성되어 현재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증거들은 무엇들이 있는지, 그리고 장고한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된 수많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과 유적지에 대한 옛이야기를 덧붙여 한층 우리들을 그 지역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무한도전에서는 세계 유명도시들을 우리나라 안에서 찾아 떠나는 다소 엉뚱한 여행기를 방영한 적이 있다. 출연자들은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찾으러 전국을 누비는데 그런 것들만 우리나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은 시화호에서 볼 수 있으며, 베트남의 하롱베이에서 볼 수 있는 카르스트 지형을 삼척에서 볼 수 있다.

 

내게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맛집ㆍ멋집을 알려주는 서적, 다른 나라의 모습을 담은 서적들보다 이 책이 훨씬 가치 있게 느껴진다. 이 책을 참고삼아 올해 다가오는 여름에는 인파에 시달리는 해수욕장에서 벗어나 석회동굴과 폭포들을 찾아 충청도와 강원도로 발걸음을 옮겨보고자 한다. '이 책이 그동안 많이 읽혀져서 해수욕장이 썰렁해지는 일은 없겠지?' 재미있는 상상을 한번 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 30억 년 한반도의 자연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 땅의 비밀을 찾아 떠난다!

손영운 지음, 살림(2009)


#손영운#과학답사기#살림#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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