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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 (검찰 수사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지..."

 

지난 11일 밤 기자와 전화통화를 한 국세청 한 고위 간부의 말이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날 저녁 한 방송사에서 국세청이 검찰에 파견된 직원 철수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검찰과 국세청간 권력기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를 접한 국세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세청은 이날 밤 늦게 "검찰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 철수를 통보한 사실이 없다"면서 "일부 검찰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인력에 대해, 업무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복귀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혹스러운 국세청, "어처구니 없다"며 불쾌한 반응

 

12일에도 국세청은 검찰에 파견된 인력 규모나 복귀 일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유는 국세청 업무 특성상 각종 조세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해당 직원이 검찰에 일정 기간 지원나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날 "검찰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 등에 공식적으로 인력이 파견돼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에서 검찰에 몇 명이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파견됐던 직원 20여 명이 철수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등에 파견됐던 국세청 직원 20여 명이 철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조세 관련 고발 사건을 지원하기 위해 검찰에 나가있는 직원들의 경우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 등이 이뤄지거나, 관련 업무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레 자신 업무로 복귀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나가 있는 국세청 직원은 현재 대략 50여 명 정도. 이들 가운데 최근 국세청 복귀가 결정된 직원은 대검 중수부에 파견됐던 3명과 서울중앙지검의 1명 등 모두 4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 이경태

 

검찰의 언론플레이인가, 국세청의 '오버'인가

 

국세청 주변에선 이처럼 자연스러운 업무 복귀를 두고, 검찰 수사에 대한 집단 반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무리 청장이 공석이라고 하지만, (검찰이) 국세청을 너무 흔들어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가 권력기관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는지 가만히 보라"면서 "어제 보도에서 검찰 관계자가 나와서 '이렇게 되면 기관 간 갈등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더 이상 참기 어렵다"며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지방국세청의 한 고위간부는 "최근 검찰 수사를 두고, 조사국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 쪽에서 자꾸 국세청이 마치 무슨 거대한 부도덕 집단인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을 두고 반발이 심하다"고 전했다.

 

물론,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던 국세청은 검찰과 갈등 양상이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에 대해선 일정한 선을 그었다. 이미 전직 국세청장들의 비리에 따른 잇단 구속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자칫 조직의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검찰도 12일 뒤늦게 국세청 직원의 집단 철수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홍만표 대검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3개월 단기 수사 협조로 파견나온 국세청 직원 3명이 오는 15일로 기간이 끝나지만, 나머지 (국세청) 직원들은 남아 있을 예정"이라며 "모 방송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결국 국세청의 검찰 파견 직원 철수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하루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형국이다. 하지만 검찰과 국세청, 두 사정기관 직원간의 불신의 골은 쉽게 메워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박연차?게이트#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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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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