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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일방해지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다. 민선 교육감의 교육행정 평가와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다."

 

전국 상당수 시·도교육감들이 전교조와 이미 체결했던 단체협약을 해지통보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이같이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천욱)와 전교조 경남지부(지부장 진선식)는 1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에 대한 평가와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전교조 지부와 '2008년 단체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교육청은 지난 3월 4일 전교조 지부에 '단체협약 부분해지 동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청이 해지 동의를 요청한 단협은 2007년 1월 29일에 맺었던 '2006년 단협'이다.

 

교육청이 '해지동의' 요청한 조항은 '협의회 구성운영'과 '교원노조 활동보장', '조합원 연수', '교육행사 지원', '시설 편의 제공', '교원인사 관련 협의회', '교원 업무 경감', '학교 교직인사자문위원회 구성 운영', '교사 연구 활동 보장과 자율적인 교육활동 지원',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 '초등학교 학력평가', '공립유치원 활성화' 등이다.

 

교육청이 요청한 '해지동의' 사항대로 할 경우, 전교조 지부는 사무실을 비워 주어야 하고, 간부 등이 전교조 관련 회의·행사에 참석할 때 제약을 받게 되며,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에서 단협 해지를 요청하면 6개월 이후(경남은 10월 28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지금까지 10개 교육청에서 전교조와 단협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6월 1일부터 단협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경기교육청은 전임 교육감 때 단협 해지를 요청했는데, 새 교육감이 취임해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단협 해지는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단협 일방해지 조항을 악용해 노조를 탄압하는 행위가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태"라며 "교육청에는 노동관계조정법의 단체협약 일방해지 권한을 주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는 "교육청의 단협 해지 배경에는 이명박 정권이 있다"며 "전교조에 대한 정권의 태도는 증오에 가깝고, 교육청이 일사분란하게 단협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강부자'를 위한 교육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남도교육청의 단협 해지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의 10년의 교육민주화 성과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전교조가 맺고 있는 단협은 단순히 전교조만의 것도 아니며 일선 교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단협 내용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권리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때 김성대 민주노총 본부 사무처장은 "교육 현장에서는 노동의 존엄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고 있는데, 단협 일방 해지는 민선 교육감이 그런 교육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개탄한다"면서 "노동3권을 부정하는 노동탄압이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앞으로 민선 권정호 교육감에 대한 평가와 공청회 등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또 민주노총 본부는 오는 21일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교육청까지 거리행진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경남도교육청 교육국장 면담

 

 

민주노총 본부와 전교조 지부 간부들은 기자회견 뒤 박화욱 경남도교육청 교육국장과 면담했다. 김재명 민주노총 본부 수석부본장과 김성대 사무처장, 권성계 전교조 지부 사무처장과 안호형 참교육실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김재명 민주노총 본부 수석부본장 = 앞에 한 차례 만났을 때 서로 협조적으로 하면 좋겠다며 좋은 말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결과는 단협 해지로, 유감이다. 노조와 맺었던 단협을 해지한다는 것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것은 제일 악질적인 사업주의 형태다.

박화욱 경남도교육청 교육국장 = 이전에도 말한대로 교섭(2008년도 단협)은 성실히 할 것이며, 교섭 때 이야기 하자.

 

김재명 = 해지해놓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하자는 게 문제다. 이미 맺었던 단협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고쳐 나가면 되는데, 아예 백지로 만들어 놓고 교섭하자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박화욱 = 단협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시간이 있으니, 시간을 갖고 하자.

 

김성대 사무처장 =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단협해지가 아니라 의견 수렴 차원이라고 했다. 그 말을 하고 침도 마르기 전에 해지해 버렸다. 교육청 간부가 어떻게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나.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납득할 수 없다.

박화욱 =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

 

김재명 = 단협은 노동자들한테 목숨과 같다. 어떻게 교육청에서 문서 하나 달랑 보내서 해지한다고 할 수 있나.

박화욱 =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시대 변화 추세에 따르자는 것이다.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안호형 참교육실장 = 교육청과 전교조가 10년간 하나하나 쌓아온 단협이다. 10년간 한 것은 하나도 없이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박화욱 = 앞으로 해나갈 것이다. 분위기는 교육감께 전하겠다.

 

안호형 = 단협을 해지하지 않으면 교육부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나.

박화욱 = 교육부와 관계 없다.

안호형 = 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교육 문제를 갖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물어보면 말이 다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지시라고 하는데, 교육부에 물어보면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하는 식이다.

박화욱 = 받아들이는 용어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교육부의 지시는 없었지만 방침으로 보면 된다. 4․15 교육자율화조치를 이행하려고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권성계 전교조 지부 사무처장 = 이전에도 교섭할 때마다 어쩐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청은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교육부나 정부의 방침이라는 분위기를 보인다.

안호형 = 교육 자율화를 이야기 하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모순 아니냐.

 

김재명 = 교육청의 단협 해지는, 집에 아이가 올바르게 크지 않는다고 죽여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아이를 새로 낳겠다는 것과 같다.

박화욱 = 지금부터 잘하는 것이다.

안호형 = 지금 교육청이 하는 형태를 보면, 단협은 오는 10월이면 죽기에 내 말을 잘 들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국장의 말은 지난 10년간 쌓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신생아를 낳자는 것 아니냐. 교육자가 어떻게 역사를 부정할 수 있나.

 

박화욱 =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김재명 = 지금이 최악 상황이다. 지금까지 했던 것을 서로 인정하고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바꿔가자.

김성대 =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감을 직접 만나겠다.

안호형 = 교육감은 자기 이야기만 들어주는 1% 사람들만 만나고 99%는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단체교섭#전교조#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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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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