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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친구를 찾습니다>
 책 <친구를 찾습니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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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딸에게 책을 읽어 주다 보면 동화가 만들어낸 고정관념에 흠칫 놀라게 된다. '공주 = 아름답고 착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 거미 = 징그러운 곤충, 마녀 = 매부리코의 무서운 아줌마'. 이 중에서도 특히 심하게 박힌 편견은 바로 '늑대 = 나쁜 동물'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동화 <아기 돼지 삼 형제>도 그렇고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도 그렇고, 책에 나오는 늑대들은 모두 못됐다. 돼지와 염소를 잡아먹기 위해 온갖 꾀를 쓰고 결국 현명한 돼지와 염소의 재치에 당하고 만다.

일본 그림책 <친구를 찾습니다>는 자칫 '늑대는 나쁜 동물'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어린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는 독창적인 책이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수상을 한 작품으로 유아교육 전문가가 글을 쓰고 이모토 요코라는 그림책 작가가 삽화를 넣었다.

숲 속에 사는 꼬마 늑대는 착한 친구다. 그러나 늑대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숲 속 친구들은 꼬마 늑대만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어느 날 친구들과 놀고 싶은 꼬마 늑대가 큰 소리로 노래를 한다.

"나랑 같이 놀 친구, 여기 붙어라! 여기 붙어라!"

그러자 정말 숲 속 친구들이 모두 몰려 온다. 자신을 보면 친구들이 너무 놀랄까 봐 풀 틈에 숨은 늑대. 모여든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거기 숨은 게 누구야? 나와서 함께 놀자!"

늑대는 무척 신이 났지만 친구들에게 두려움을 줄까 걱정이 된다.

"저기… 있잖아… 난 귀가 아주 커…."
"그래? 나랑 똑같네. 너도 토끼구나?"
"아니야, 아니야. 난 코도 아주 커…."
"꿀꿀, 꿀꿀. 그럼 나랑 똑같네. 너도 돼지구나?"

이런 식으로 토끼, 돼지, 여우, 너구리와 대화를 나눈 늑대. 대화 끝에 친구들은 '커다란 귀에 커다란 코, 커다란 꼬리에 갈색 털을 가진' 이 친구가 바로 늑대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깜짝 놀라 쓰러진 친구들을 보고는 늑대는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도와줄 물건을 찾아온다.

그 사이에 동물 친구들은 얼른 도망갈 생각을 한다. 하마터면 잡아먹힐 뻔했다면서 도망가려는 찰나에 늑대가 나타난다. 물을 가득 담은 커다란 냄비와 밧줄, 나뭇가지와 톱, 예쁜 나뭇잎 부채를 들고 온 늑대는 친구들에게 하나씩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열심히 나뭇잎 부채를 부쳐 주고 혹시 다리를 다쳤을지도 모르니 목발을 만들어주고, 계곡에서 떠온 물을 마시도록 하는 늑대. 이런 늑대를 본 친구들은 수군거린다.

"애들아 우리가 늑대를 잘못 본 게 아닐까?"
"맞아. 아까 커다란 냄비를 들고 왔을 때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어쩌면… 늑대는 정말 착한 친구가 아닐까?"

친구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는 동안 늑대는 그 이야기를 엿듣고 만다. 마음이 아픈 늑대는 자신이 무서운 늑대가 아니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엉엉 울음을 터트린다.

미안해진 친구들은 '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멋대로 네가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렇게 화해한 친구들은 기뻐하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책의 그림은 갈색 톤으로 익살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을 소박하게 묘사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아이의 시선을 끈다. 다섯 살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화합'의 개념이 녹아 있지만 내용이 자연스러워 아이는 참 이 책을 좋아한다.

책이 주는 메시지는 여러 가지다. 우선, 흔한 동화들로부터 학습된 '늑대는 나쁜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온갖 환경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되기 일쑤다. 특히 어린 시절 머릿속에 박힌 고정관념일수록 바꾸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획일화된 인식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긍정적이다.

또 하나 교육적인 면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우러져 사는 것이 바로 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준다. 커다란 귀를 가진 토끼, 커다란 코의 돼지, 털이 복슬복슬하고 긴 꼬리가 있는 여우, 이 모든 동물들은 각각의 특징이 있다. 늑대도 마찬가지다.

글쓴이와 그린이
글쓴이 사쿠라 토모코씨는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가르쳤으며 교육방송의 작사, 작곡가로도 활동했습니다. 영유아교육연구소 대표, 유치원 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고, 최근에는 그림책을 발전시켜 유아들을 위한 오페레타를 고안했습니다.

그린이 이코토 요코씨는 따뜻한 그림 세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2년 연속 엘바 상을 받았고 그래픽 상도 받았습니다. 유명한 작품으로 <치카차카 푸푸>, <모두 안녕>, <난 네가 좋아> 등이 있습니다.

서로 친구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늑대와 토끼, 돼지, 너구리 등이 함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른다는 마지막 장면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 사회의 모습과 같다. 아이는 동화책을 통해 다양한 동물들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화책 한 권은 겨우 만 원 미만의 저렴한 놀잇감이지만 아이에게 큰 사고를 제시해 준다. 특히 이 책처럼 아이가 무척 좋아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책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최근 다섯 살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친구를 찾습니다>는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보물이 아닌가 싶다.


친구를 찾습니다

사쿠라 토모코 지음, 이정원 옮김, 이모토 요코 그림, 문학동네어린이(2008)


#아동서적#늑대#친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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