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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은 많이 흐렸습니다. 스승의 날이라고 곳곳에서 꽃이 배달되었습니다만 경남 합천의 원경고등학교에서는 '꽃보다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피어나는 화단의 작약이 올해는 이미 일주일전에 피어나 한껏 꽃잎들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기념일 중에서 스승의 날은 참 애매한 날입니다. 그냥 좋은 선생님이면 되는 것을 '스승'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담스러운 날이기도 하였지요. 그 애매함과 부담스러움 때문에 수업을 하자니 불편하고 수업을 안 하기도 불편한 날이 되어 오전 수업만 하고 아이들을 보내는 학교도 있고,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원경고등학교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그동안 교내 체육대회를 열어왔습니다. 땀을 흘리며 함께 뛰고 소리치다보면 애매함과 부담스러움이 날아가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어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속상함, 그리고 쌓여왔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배출하는 좋은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학생 두 명이 출발 신호에 맞춰 힘껏 내달리고 있습니다.
▲ 400m 이어달리기 여학생 두 명이 출발 신호에 맞춰 힘껏 내달리고 있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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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는 젊음의 것입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달립니다. 화단에 작약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질주는 젊음의 것입니다.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달립니다. 화단에 작약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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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봄철 교내 체육대회는 각 학년 1반과 2반을 청백군으로 나누어서 대항을 하게 하였고, 그 시작은 400m 이어달리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어달리기는 팀을 이루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별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편의 소속감을 강화시키기 위해 첫 경기로 배정하였던 것입니다.

슬램덩크 캘릭터가 그려진 바닥화 위에서 아이들도 힘껏 뛰어 오릅니다.
▲ 농구 경기 슬램덩크 캘릭터가 그려진 바닥화 위에서 아이들도 힘껏 뛰어 오릅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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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놓으면 안돼! 손을 꼭 잡고 공을 몰아가는 협동 축구 모습입니다.
▲ 협동 축구 손을 놓으면 안돼! 손을 꼭 잡고 공을 몰아가는 협동 축구 모습입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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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농구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를 그려놓은 바닥화 위에서 아이들은 높이 솟아올랐고, 엄청난 승부욕으로 조그마한 농구 코트를 뜨겁게 하였습니다. 농구 경기에 이어서 진행된 경기는 협동 축구입니다. '협동'이란 말이 붙은 것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축구를 하며 손을 놓으면 골을 넣어도 무효가 되는 경기입니다. 협동 축구에는 남녀 학생 모두가 참여하였고,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손잡고 나오기도 하여 승부와 상관없이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줄넘기를 하며 두 아이가 달리고 있습니다. 줄넘기가 별로 장애물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 장애물 달리기 줄넘기를 하며 두 아이가 달리고 있습니다. 줄넘기가 별로 장애물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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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축구 경기 끝에 장애물 달리기 경기를 하며 잠시 쉬어 갔습니다. 줄넘기 하면서 달리기, 대야에 물 담아 이고 달리기, 2인 3각으로 달리기, 자루 포대에 들어가 뛰어가기로 구성하여 끝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수박도 맛있게, 맛있게
▲ 수박 파티 수박도 맛있게,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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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경기의 시작은 투호입니다. 투호는 청백 대항으로 하지 않고 반별로 경쟁하여 따로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더욱 한숨과 환호성이 깊었습니다. 이어서 단체줄넘기도 반별로 참여하도록 하여 반의 단합을 도모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반이 상금을 탈거야. 정신을 고누어서 화살을 휙!
▲ 투호 우리 반이 상금을 탈거야. 정신을 고누어서 화살을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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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오자 막 도약하려는 아이들의 자세가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아이들의 머리 위로 하늘이 환하게 열려 있습니다.
▲ 단체 줄넘기 줄이 오자 막 도약하려는 아이들의 자세가 생동감을 느끼게 합니다. 아이들의 머리 위로 하늘이 환하게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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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강하게 의견을 내어 올해 새로 추가한 '발로 슬리퍼 멀리 던지기' 경기는 신고 있는 슬리퍼를 힘껏 차서 멀리 보내는 경기여서 그 우스꽝스러움 때문에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다리기를 하였습니다. 팽팽한 줄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운과 열정도 팽팽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소리를 지르면서 힘을 모았고, 운동장의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습니다.

신발 차기 으라차차! 있는 힘을 다하여 신을 차서 던집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이 재미있습니다.
▲ 발로 신발 멀리 던지기 신발 차기 으라차차! 있는 힘을 다하여 신을 차서 던집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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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줄 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세도 팽팽합니다. 아이들은 더욱 하나가 되겠지요.
▲ 줄다리기 팽팽한 줄 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세도 팽팽합니다. 아이들은 더욱 하나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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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을 하고 원경고등학교의 교내 체육대회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졸업생 몇 명이 찾아와 체육대회를 지켜보며 감회에 젖기도 하였습니다. 날이 흐려서 스승의 날이 우울한 날이 아니라 체육대회 하기에 딱 좋은 날이 되었습니다.

애매하고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에 교내 체육대회로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며, 몸 안에 쌓인 독한 기운들을 시원하게 날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태그:#체육대회, #스승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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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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