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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광야 조지타운(George Town)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텐트를 열고 밖에 나오니 캥거루 똥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어젯밤 짐승 움직이던 소리가 캥거루가 뛰어다니던 소리였나 보다.

 

금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 부인이 미용사라는 것을 알고 아침 일찍 이발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야외에서 싸늘한 아침 공기와 함께 머리를 깎고 나서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조지타운에서 구경할 곳을 알아보았더니 약 50킬로 떨어진 곳에 온천이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온천이 있다는데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왔던 길을 따라 40킬로 정도 되돌아간 다음 비포장도로를 따라 10킬로 정도 먼지를 날리며 차를 운전한다. 도저히 온천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을 조금 더 운전하니 캐러밴 파크가 나온다. 시설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 말고도 몇 사람이 온천 구경을 하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을 본 관리인이 우리를 온천물이 나오는 곳으로 안내한다. 온천물이 바위 틈새에서 샘물처럼 솟고 있다. 온천물 온도는 75도 라고 한다. 안내자가 물 성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나 내가 알아들은 말은 몸에 좋은 것을 많이 함유한 물이라는 것뿐이다. 워낙 화학이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나로서는 화학 성분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알아낼 재간이 없다.

 

한국 같으면 잘 손질을 해 놓았을 터이지만 이곳은 간단한 수영장 시설이 고작이다. 각국에서 온 여행객이 먼지 나는 길을 여행하다 쉬기에 좋은 곳이다. 십여 명이 온천물에서 수영을 즐기며 여행담을 나눈다.

 

한 여행객은 호주 잡지에 여행담을 쓰면서 여행을 한다고 한다. 참 좋은 직업이다. 나에게 이런 직업 주는 사람은 없을까? 흔히들 하는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벌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온천물로 목욕을 끝내고 가뿐한 몸으로 돌아와 식사 준비를 끝내니 주위는 어둑어둑하다. 전등을 켜놓고 간단한 밥상에 앉아 저녁을 먹는 데 부엉이 한 마리가 바로 옆 텐트 위에 날아와 앉는다. 야생 부엉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 사진을 찍고 부엉이를 쳐다보면서 계속 식사를 하는데 이제는 식탁 위로 날아와 앉는다. 아예 식사를 같이하자는 수작이다. 그래 너도 식탁에 앉았으니 같이 식사하자. 그런데 부엉이가 먹을 음식이 없다. 북어포를 조금 떼어 주어도 땅콩을 주어도 먹지를 않는다.

 

잠을 자려고 텐트에 누웠는데 식탁에 같이 있던 부엉이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밖은 꽤 추워졌을 텐데…….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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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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