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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목 왜가리과에 속하는 새를 칭하는 백로. 깃털 빛깔은 흰색-갈색-회색-청색 등이며 얼룩무늬나 무늬가 있는 종도 있습니다. 수목이 자라는 해안이나 습지에서 서식하는 백로는 얕은 물에서 서 있는 상태에서 또는 걸어다니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각종 수생동물, 소형 포유류, 파충류, 새, 곤충도 먹습니다.

 

이 백로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산이 잘려나가고 논밭과 마을이 도로와 택지개발로 망가지고 외지인들이 곳곳을 더럽히기 전까지만 해도 쉽사리 볼 수 있었습니다. 논에서 냇가에서 무리지어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흔히 볼 수 있던 백로마저 주변 하천과 농경지가 사라지자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흔히 볼 수 있던 백로마저 주변 하천과 농경지가 사라지자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 이장연

 

특히 냇갈이라 불렸던 인천 서구 공촌천을 흐르는 계양산의 맑은 물줄기에는 버들치, 쌀미꾸리, 붕어, 송사리, 피라미 등등 다양한 종의 물고기와 수생동식물이 서식해 백로와 다른 새들의 훌륭한 먹이터였습니다.

 

하지만 공촌천도 계양산 징매이고개를 동강낸 도로와 공촌정수장, 예비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옛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구비구비 유유히 흐르던 물줄기는 콘크리트 수로를 통해 힘없이 흐르고, 인천시가 자연형하천을 조성하겠다며 벌인 공사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던 수생태계마저 송두리채 파괴되었습니다.

 

2년 넘게 공사가 진행중인데 지금은 생뚱맞은 징검다리를 놓겠다며 하천 곳곳에 바윗돌을 박고 콘크리트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공촌천 발원지인 계양산 계곡에서는 난데없는 사방댐 공사로 공촌천을 온통 흙탕물로 뒤덮어버렸습니다.

 

 너무나 변해버린 공촌천
너무나 변해버린 공촌천 ⓒ 이장연

 

그렇게 수생물들이 숨쉴 수 없는 흙탕물을 일으키고 수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수변식물들까지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며 모조리 없애버리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물줄기를 따라 이동할 수 없게 바윗돌을 박아놓은 공촌천.

 

그곳에서 오랜만에 백로 한 마리를 목격했습니다. 콘크리트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속에서 먹이라도 찾는 듯 백로는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너무나 달라진 냇갈에서 백로가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 물고기 구경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 안쓰러웠습니다. 물고기가 사라진 하천에서 새도 살 수 없고 사람도 살 수 없는데, 요상한 친환경-생태복원-청계천화를 떠벌리는 어리석은 이들 때문에 더욱 씁쓸했습니다.

 

암튼 흙탕물 속에서 먹이를 찾아헤매던 처량한 백로마저 공촌천을 등지고 떠나갈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습니다. 제발 물고기와 새들이 편히 살 수 있게 그냥 강과 하천을 내버려 두었으면 싶습니다. 제발!

 

 먹이를 발견했는지 머리를 숙인 백로
먹이를 발견했는지 머리를 숙인 백로 ⓒ 이장연

 

 백로는 망부석처럼 저 자리에 한동안 서 있었다.
백로는 망부석처럼 저 자리에 한동안 서 있었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로#공촌천#자연형하천공사#새#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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