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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미의 마음 물방울 하나마다 오월의 장미가 담겼다.
▲ 장미의 마음 물방울 하나마다 오월의 장미가 담겼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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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계절의 여왕인 이유는 대지가 품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계(四季) 중에서 넉넉하게 씨앗을 품어 싹을 틔우는 계절을 꼽으라면 봄, 그중에서도 오월일 것입니다.

봄과 여름이 맞물려 있는 오월, 쌉쌀한 찔레향이 한창입니다. 그의 사촌격인 장미도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개량된 장미는 다양한 색깔로 변신하지만 '붉은 장미'가 대표적인 색깔일 것입니다.

장밋빛을 물방울에 담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물방울은 춤을 추며 장미의 붉은빛을 담은 물방울 조각이 되어주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찰나의 순간에만 존재하는 그런 물방울 조각 말입니다.

물방울 물방울이 만든 조각품
▲ 물방울 물방울이 만든 조각품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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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월은 개인적으로 씁쓸하게 맞이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고3 수험생의 학부모 노릇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는 데다가 이런저런 세상소식들로 마음이 상처를 받습니다. 아직도 세상사에 휩쓸려 살아가는가 싶다가도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니 당연한가 싶기도 합니다.

저마다 자기 입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입장이 관철될 때에는 언제든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들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강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더욱더 공고히 구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방울 고요함 속에 생명이 약동하는 듯하다.
▲ 물방울 고요함 속에 생명이 약동하는 듯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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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물방울 사진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사진의 소재로 물방울만큼 자연적인 것은 없는 것 같고,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데다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찰나의 순간들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맑은 데다가 수면에 떨어지는 소리며, 그가 담아내는 색감들이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뭔가에 미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사 기웃거리다 보면 화가 나서 울화병에 걸릴 것만 같습니다. 일종의 도피처인 셈이지요.

물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고이 안고 싶은 물방울
▲ 물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고이 안고 싶은 물방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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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 비판을 하면 '자기합리화'에도 능숙해서 어수룩한 사람은 설득당하기 십상입니다. 그들처럼 처세하지 못하는 것이 무능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이 현실은 도대체 뭔지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봐야 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절망뿐이라면 이 세상 살아갈 수 없겠지요. 그래도 희망 혹은 반전의 꿈을 가지고 있기에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물방울 천천히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담긴 장미
▲ 물방울 천천히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담긴 장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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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장밋빛 가득 품은 물방울 조각, 잠시 스러졌다가 사라지는 것들도 이렇게 남을 품어 자기를 빛냅니다. 남을 품지만, 자신이 변한 것이 아니지요. 자신이 변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무엇을 품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간에 '변절자다 아니다.' 말이 많은 소설가 황석영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그가 품은 것 때문입니다. 그의 주장대로 변절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를 통해 지금 보이는 것은 약자들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들과 한통속이라는 것입니다.

물방울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그 안에 허튼 것이 새겨졌다면 나는 그것을 가차없이 없애버릴 것입니다.


태그:#물방울 사진,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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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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