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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도 오체투지 순례의 길은 막지 못했다. 지리산을 출발한 지 108일, 오체투지 순례단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도착했다.

 21일 오후부터 진행된 오체투지에는 일반 시민들 약 500여 명이 동참했다.
21일 오후부터 진행된 오체투지에는 일반 시민들 약 500여 명이 동참했다. ⓒ 김환
순례단은 비가 내린 21일에도 차가운 아스팔트에 몸을 던졌다. 순례단은 오전 9시 명동성당을 출발해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비가 온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 대여섯 걸음을 걸은 뒤 몸을 땅에 뉘었고, 징 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순례단은 비옷을 입었지만, 빗물이 스며드는 걸 막지는 못했다.

오전 11시께 시청 앞에 도착해서는 서울광장을 돌며 오체투지를 했다. 오후에 진행된 오체투지에는 일반 시민 500여 명이 동참했다. 대학생들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아무개(26)씨는 "뉴스를 통해 이 사회를 보면서 항상 답답했는데 나와서 땅에 몸을 던져보니 가슴에 있던 답답함이 사라졌다"며 "비록 아스팔트이지만 몸과 땅이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변을 지나다니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을 지켜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체투지 순례단 행렬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몸을 던지고 있다니 놀랍다"며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이들의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21일 오후 4시 30분경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를 선두로 조계사 입구로 들어섰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21일 오후 4시 30분경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를 선두로 조계사 입구로 들어섰다. ⓒ 김환

"우리 국민은 그런 대통령은 원하지 않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오후 4시 30분경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를 선두로 조계사 입구로 들어섰다. 이들을 기다리던 불교신자들과 시민들은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오후 5시부터는 불교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주최로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한 시국법회'가 열렸다. 시국법회는 순례단의 환영식을 시작으로 시국발언, 문화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법륜 스님은 시국발언을 통해 "작은 이익을 위해 많은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고, 땅과 강을 파서 운하를 만들고 있다"며 "이것들이 소중한 것을 파괴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는 "많은 분들이 길을 기어갈 동안에도 많은 시민들이 쓰러졌다"며 "용산에서, 비정규직이, 청소년들이, 젋은 여성 연예인이 죽었는데 그 사이에서 저는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조계사 안으로 들어온 오체투지 순례단.
조계사 안으로 들어온 오체투지 순례단. ⓒ 김환

현각 스님은 호소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법을 가장해 폭력을 일삼지 말라는 따끔한 충고였다.

"어려운 요구는 않겠습니다. 그저 따뜻한 손길과 눈물로 국민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용산 참사의 해법도 바로 그것입니다. 법의 이름으로 힘의 정치를 펴려 하지 마십시오. 일시적으로 누를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반발력도 커지는 법입니다.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가 바로 전제정치입니다. 아무리 법을 내세워도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법은 공권 폭력의 일시적 면죄부일 뿐입니다. 현 정부에서 메마른 법치를 강조할수록 대통령의 권위는 더 초라해질 뿐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런 대통령은 원하지 않습니다."

이어 현각 스님은 '4대강 정비사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녹색뉴딜' 사업을 비판했다.

"전 국토를 파헤치는 무리한 정책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마십시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할지라도 미봉책일 뿐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저 바람과 햇살을 인간이 어떻게 소유하겠습니까. 자연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근원입니다. 이런 자연을 인간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면 우리는 자연의 영원한 보살핌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자연의 항거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것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어 현각 스님은 "현 정권은 특정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책으로 사회적 분열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꼬집었다.

현각 스님은 "빈부 양극화의 문제를 그냥 둔 채 노동 시장 유연화와 구조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불의와 불평등의 합리화"라며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경제 위기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현각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 기득권층에게 "진솔한 몸짓으로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와 보라"며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기득권자의 도덕적 의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국법회는 저녁 6시께 마무리됐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서울을 떠나 임진각을 향해 다시 '고난의 길'을 떠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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