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나라 전체가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는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자살 가능성이 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충격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단 정확한 서거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운영 기조까지 흔들어 놨던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후폭풍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 터진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여전히 확고한 상태인 반면 현 정권 지지율은 강력한 정국운영을 해 나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미디어법 처리가 예정돼 있는 6월 임시 국회가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내대표가 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이강래 민주당 대표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는 정당 방문에서 강한 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시사, 이미 대립이 예고된 상황. 이번 서거 책임을 두고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물론 임시국회 전반에서 격한 대립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일은 계획해 왔던 국정운영에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경제가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국정운영도 다소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지지율은 30%대로 강력한 국정운영을 해 나가기에는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위기 이후 대비 차원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감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는 한편, 기업 구조조정과 4대강 살리기, 교육개혁 등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시점이다.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사업이라는 의심이 여전하고, 구조조정은 실업자 발생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대상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정권에 대한 역풍이 번질 경우 대통령이 생각한 국정운영은 대북관계처럼 미궁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마저 있다.
한편 23일 오전 9시30분 공식선언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자살일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 역할을 맡은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오늘 오전 5시45분께 사저에서 나와 봉화산에서 등산을 하던중 오전 6시40분께 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자살임을 시사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은 가족 앞으로 짧은 유서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사건에 연루돼 검찰로부터 강도높은 수사를 받아온 점을 감안할 때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사건에 연루돼 자신은 물론이고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에 이르기 까지 전 가족에게로 수사가 확대되고 이날 권양숙 여사의 재소환까지 앞두고 이에 따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20분께 관저에서 사고 소식을 보고받았고, 침통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소식을 접한 뒤 즉시 정정길 대통령 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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