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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2ㆍ4호선 사당역이 있는 남현동에 있는 헌책방 〈책창고〉를 들른 다음,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이 있는 봉천동(낙성대동)까지 걸어갑니다. 남현동 〈책창고〉에 들르면 으레 봉천동 〈흙서점〉까지 들르고, 봉천동 〈흙서점〉에 들르면 언제나 남현동 〈책창고〉까지 들릅니다. 예전에는 인헌동에 있던 〈인헌서점〉에도 들렀고, 〈흙서점〉과 이웃한 자리로 옮겨 왔던 〈삼우서적〉에도 들렀습니다. 그러나 〈인헌서점〉은 다른 데로 옮기는 바람에 더는 찾아가지 못하며, 〈삼우서적〉은 아저씨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시는 찾아갈 수 없습니다.

남현동 큰길가 자동차들 시끄러이 내달리는 한쪽 거님길을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으레 이 길로 걷고는 했지만 이 시끄러운 길로 굳이 걸어야 할까 하고. 틀림없이 이 길로 걸으면 좀더 빨리 닿을 수는 있지만, 조금 에돌아 가더라도 살림집 있는 안쪽 골목을 거닐면 조용하면서 마음이 느긋하지 않겠느냐 하고.

책으로 가득하여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땀을 똑똑 흘리며 뚜벅뚜벅 걷다가 안쪽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큰길에서 안쪽 골목으로 서너 미터쯤 들어오니 차소리가 한결 줄어듭니다. 열 미터쯤 들어오니 차소리는 하나도 안 들립니다. 서울에서도 골목길은 차소리와 헤어지며 조용하기도 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헌책방이 있어 즐겨찾는 서울 신촌이나 홍대나 홍제동 골목길에서는 언제나 차에 시달리며 걸어야 하기 때문에 고즈넉하거나 조용한 골목 맛을 느끼지 못하는데, 남현동 비알('비탈' 방언)진 골목길에서는 고즈넉하면서 한갓진 골목 맛을 느낍니다.

오가는 차가 없기 때문에 골목 한복판을 차지하며 걷기도 하는데, 어느 초등학교 옆을 지나다 보니, 이 길은 한쪽을 '보행자통로'라고 따로 나누어 그림까지 그려 놓았으나, 노란빛 학원버스가 한 대 서 있는 가운데, 제법 덩치 큰 자가용 한 대도 보행자통로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습니다. 당신들 차를 마땅히 대놓을 데가 없는 터에 차도 사람도 뜸하다 싶으니 얌체처럼 대놓았구나 싶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이 달리거나 걷다가 멈출 때에는 어느 것에도 걸리적거리지 않습니다만, 자가용이든 버스이든 짐차이든 골목에서 멈출 때면 어느 것에나 걸리적거립니다. 다른 차한테도, 자전거한테도, 사람한테도 걸리적거립니다. 길고양이와 길개한테도 걸리적거립니다. 아기를 태운 수레나 바퀴걸상한테도 걸리적거립니다.

걷는 길 걷는 길을 걷는 길이 되도록 하자면, 아무 데나 차를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이렇게 제멋대로 제 좋을 대로만 차를 세우는 분들 마음으로는 아무런 교육도 문화도 정치도 평화도 이룰 수 없습니다.
걷는 길걷는 길을 걷는 길이 되도록 하자면, 아무 데나 차를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나 느끼지만, 이렇게 제멋대로 제 좋을 대로만 차를 세우는 분들 마음으로는 아무런 교육도 문화도 정치도 평화도 이룰 수 없습니다. ⓒ 최종규

비알은 자꾸자꾸 가팔라집니다. 이제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골목 두 편에는 그리 높지 않은 빌라와 아파트가 반듯하게 서 있습니다. 얼핏 보아도 지은 지 몇 해 안 되어 보이는 새 건물입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가 굴러다니지 않으나, 어느 곳에도 꽃그릇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까지 접어들기 앞서 남현동 '조금 가난한 사람들 살림집' 있던 골목에는 있던 고추포기 꽃그릇이나 상추 꽃그릇 따위는 하나도 안 보입니다. 울타리 높직한 빌라 옥상께에 마련한 꽃밭에서 나무가 그늘을 드리울 뿐입니다. 똑같은 빌라라 하지만, 돈있는 사람 깃든 빌라와 돈없는 사람 깃든 빌라는 다른가요. 똑같은 아파트라 하지만, 돈있는 사람 사는 아파트와 돈없는 사람 사는 아파트는 다른가요.

어느새 언덕받이 끝에 이르고, 이곳에는 '그린아이즈 동산'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걸음을 조금 늦추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모르지만, 이곳 빌라와 아파트는 지난날 하나같이 달동네 골목집이 아니었을까 싶고, 조그맣게 숲이 이루어져 있던 곳을 잘라내어 높은 아파트를 올려세우지 않았겠느냐고.

조막만한 숲을 지나니 인헌중고등학교 사잇길. 중고등학교를 마주 바라보는 자리에 동네책방 하나 웅크리고 있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이자 구멍가게이자 책방 노릇을 하는 데이구나 싶습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사진을 몇 장 담습니다. 동네책방이나 '서울 골목길'은 제 사진감이 아니지만, 이곳 동네책방은 사진으로 몇 장 남겨 놓고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책쉼터이면서 사진감인 헌책방 느낌이 나서랄 수 있지만, 그저 이곳 동네책방이 나무그늘과 어울린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 저절로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동네책방 사진 동네책방 사진은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사진쟁이’가 담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저도 때때로 사진기를 들어 동네책방을 담습니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도 동네책방을 안 찍는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모습이 참 고즈넉하고 아름다워 보여서 저절로 집어들고 말았습니다.
동네책방 사진동네책방 사진은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사진쟁이’가 담을 노릇입니다. 그러나 저도 때때로 사진기를 들어 동네책방을 담습니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도 동네책방을 안 찍는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모습이 참 고즈넉하고 아름다워 보여서 저절로 집어들고 말았습니다. ⓒ 최종규

동네책방 사진을 몇 장 담고 걸음을 옮깁니다. 남현동 골목과 인헌동 골목, 그리고 봉천동 골목에서 제 눈을 사로잡는 곱고 살가운 모습을 숱하게 보고 느끼면서도 사진기를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만 딱 한 번 사진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인천 골목길'을 찍는다 하지만, 인천 골목길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인천 골목길을 찍지는 않아요. 춘천 골목길이든 남원 골목길이든 목포 골목길이든 부산 골목길이든 저마다 아름다운 맛과 멋이 있습니다. 어디이든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알뜰살뜰 꾸려 나가는 고운 살림새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른 골목길은 사진에 안 담습니다. 오로지 인천 골목길만 사진으로 담습니다. 왜 그러느냐 묻는다면 뾰족히 대꾸할 말이 없지만,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곳이 인천이요, 제가 가장 잘 아는 곳이 인천이며, 제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곳이 인천인 가운데, 오늘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인천입니다. 옆지기와 함께 사는 곳이 인천이요, 아기를 낳고 기르는 곳도 인천이며, 우리가 일하는 곳이 인천인 한편, 우리를 아끼고 우리가 아끼는 이웃이 뿌리내리며 서로를 보듬는 데가 인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천 골목길 찍기'를 즐기고, 이 테두리를 벗어나거나 흔들 마음이 없습니다. 제가 잘 모르거나 제가 살지 않는 곳 골목길은,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하고 멋있고 대단하다 하여도 좀처럼 마음을 쏟아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다문 몇 장 그럴싸하게 찍는다 하여도 제 가슴을 짠하게 울리는 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은 '한두 장 기막히게 찍는다'고 해서 이루는 문화는 아니거든요. 사진은 '제 사진기 눈에 비치는 우리 삶'을 '제 눈썰미와 깜냥과 가슴과 마음과 넋을 삭이는 손길'로 담아내는 일이거든요.

애틋하기도 한 서울 골목길은,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진쟁이가 찍을 몫입니다. 섣불리 제가 건드릴 수 없을 뿐더러, 맛보기로 건드린다고 하면서 어줍잖게 '서울 골목길 찍기'를 어지럽힐 수 없습니다. 제가 찍는 서울 골목길이란 '구경꾼 사진'이거나 '어깨너머 흉내내기 사진'일 뿐입니다. '겉멋내기 사진'이거나 '우쭐대기 사진'이며 '멋모르는 사진'이거나 '엿보기 사진'입니다.

좋아하는 골목 골목길 어린이자전거와 꽃그릇이 어우러진 데에 빛살이 내리비칩니다. 빛살도 좋고 골목도 좋고 꽃과 자전거도 좋아 슬그머니 사진기를 듭니다.
좋아하는 골목골목길 어린이자전거와 꽃그릇이 어우러진 데에 빛살이 내리비칩니다. 빛살도 좋고 골목도 좋고 꽃과 자전거도 좋아 슬그머니 사진기를 듭니다. ⓒ 최종규

봉천동 헌책방에서 사진책 하나 골라들었습니다. 김윤수라는 분이 쓴 《17+i, 사진의 발견》(바람구두,2007)으로, 책을 거의 마무리할 즈음에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자, 카페에서 우유크림이 수북한 카푸치노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는 숨가쁜 일정을 짜곤 한다. 그리고는 피곤에 지쳐 뭘 얻었는지 모르는 채,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관광지 사진만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여행이란 의무도 일정한 계획도 편지도 호기심 많은 이웃도 환경회도 목적지도 없어야 한다는 임어당의 말에 나는 대부분 동의한다. 여행은 정신 수양을 위한 것도, 이야기거리를 만들러 가는 것도 아니다. 가장 편안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나로 돌아가서 자연의 나와 만나고 오는 시간이다.(203)" 하고 한 마디 적어 내려갑니다.

그리 두툼하지 않은 책이지만 이 대목에서만큼은 밑줄을 그으며 여러 번 되읽습니다. 여행만 '자연스러운 나로 돌아가 참 내 모습을 만나는' 일은 아니라고 느끼면서 거듭 읽습니다. 사진찍기 또한 '자연을 닮은 나를 찾는' 일이라고 느끼면서 한 번 더 읽습니다. 나와 너가 살아갈 뿐 아니라, 나와 너가 얽히고 설킨 온갖 삶자락을 담는 사진입니다. 이리하여 저는 시늉처럼 '서울 골목길 사진'을 몇 장 찍어 본다고 깝죽을 떨 수 있으나, 깝죽 떨기로 그칠밖에 없습니다.

좋은 느낌 골목 늘 살아가는 동네 삶터를 사진으로 담을 때하고, 어쩌다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곳을 사진으로 담을 때하고 똑같을 수 없습니다. 바라보는 눈썰미이며, 찍히는 사람과 삶터를 느끼는 가슴하고.
좋은 느낌 골목늘 살아가는 동네 삶터를 사진으로 담을 때하고, 어쩌다 한 번 스쳐 지나가는 곳을 사진으로 담을 때하고 똑같을 수 없습니다. 바라보는 눈썰미이며, 찍히는 사람과 삶터를 느끼는 가슴하고. ⓒ 최종규

남현동 헌책방에서는 '후쿠오카 마사노부'라는 농사꾼이 쓴 책인 《아무것도 아무것도》(정신세계사,1991)를 만났습니다. 열 해쯤 앞서 한 번 만난 책이라고 떠오르지만, 어느덧 열 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새롭게 읽으며 새롭게 느껴 보자고 생각합니다. 농사꾼인 글쓴이가 산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난해한 곡을 이해하는 청각이나 두뇌는 그만큼의 음악 훈련을 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그 훈련이란 것은 성악이든 기악이든, 높고 낮고 넓고 좁은 여러 가지 음계를 구분하여 그 기능을 연마하는 것이다 … 고급스러운 예술, 고급스러운 음악, 그것들은 대부분 난해하다고 일컬어진다. 난해한 음악이란 하나의 곡 속에 극히 많고 복잡한 감정이 불어넣어진 음악이란 말이다.(220쪽)" 하는 대목이 보입니다.

옛날사람한테는 '음악'이란 따로 없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한참 길게 오가는데, 책에 나오는 글이 아니더라도, 옛날 여느 사람한테는 참말로 '음악'이 따로 없었습니다. 사람들끼리 부르던 일노래라든지 사랑노래라든지 어린이노래는 있었을는지 모르나, '궁중 음악' 따위는 여느 사람한테는 귀에도 와닿지 않았을 뿐더러, 여느 사람 귀에 가닿도록 스스로 문을 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찍어대는 사진이란 '오늘날 음악'하고 참 많이 닮았구나 싶습니다. 즐길 수 있는 사람만 즐기는 놀이거리, 익히면 익힐수록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조금도 알아채거나 느낄 수 없는 놀이거리, 돈이 있어 더 뛰어나고 빼어난 장비를 쓰면 한결 돋보이는 작품을 얻는다고 하는 놀이거리, 돈이 없어 값싼 장비를 쓰면 아무 작품도 얻어내지 못할 듯 여기는 놀이거리, …….

헌책방 두 곳 나들이를 마칩니다. 책값은 모두 육만 원을 치렀습니다. 지갑이 홀쪽해졌습니다. 또 이렇게나 많은 돈을 써 버렸네 싶어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그러나 내 마음 왕창 흔든 책이 눈앞에 있는데 지나치지 못합니다. 내 어설픈 눈을 틔우고 내 모자란 생각그릇 밝히는 책을 뻔히 손으로 쥐어 펼치고 읽고 곰삭여 보았는데, 이 책을 도로 책시렁에 꽂아 놓을 수 없습니다. 하기는. 오늘 고른 《17+i, 사진의 발견》이라는 책에 "남편과 함께 조촐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영어 번역자인 또 한 친구는 결혼 전부터 넉넉치 않은 용돈이지만 매달 꼭 10만 원씩 책을 사는 데 썼다. 서점에 다녀오는 그녀의 두 손은 늘 따끈따끈한 시집과 소설로 가득했다. 외식 한 번, 여행 한 번 맘 편히 못하는 생활이지만 책을 사는 데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108쪽)"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책은 (사진 이야기는 그다지 재미없고) 이 대목을 읽고 나서야 사들었지만, 저와 옆지기는 우리 살림살이에서 '책값 쓰기'와 '사진값 쓰기'는 아예 살림돈으로 치지 않습니다. 책값에 나가고 사진값에 나가는 돈은 아예 딴 어디에서 샘솟기라도 하는 듯 여깁니다. 이렇게 살림을 꾸리니 다달이 주머니가 새다 못해 찢어지고 있습니다만, 우리로서는 바깥밥 안 먹고 어디 돈 나가는 데가 없으니 걱정이나 근심은 없습니다. 아기와 함께 지내 즐겁고, 책과 같이 있어 기쁩니다. 그러면서 사진이 살며시 우리 삶에 스며듭니다. 저는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먼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하고요.

좋아하니까 골목 나무전봇대가 서 있는 골목 들머리에 차곡차곡 놓인 스티로폼 꽃그릇을 보면서, 살냄새와 땅냄새와 흙냄새를 고루 느낍니다.
좋아하니까 골목나무전봇대가 서 있는 골목 들머리에 차곡차곡 놓인 스티로폼 꽃그릇을 보면서, 살냄새와 땅냄새와 흙냄새를 고루 느낍니다. ⓒ 최종규

전철을 타고 옆지기 식구 사는 일산으로 갑니다. 구석진 데에 가방보따리를 풀어 놓고 책을 펼칩니다. 사진기만큼은 어깨에 걸쳐놓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진만 찍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진만 찍는다기보다는 제가 살아가는 곳 사진만 찍는다고 해야 옳다고 느낍니다. 저는 헌책방에서 살기 때문에 헌책방을 찍습니다. 골목동네 한복판에서 살아가니 골목길을 찍습니다. 늘 자전거를 타니 자전거를 찍습니다. 늘 아기 기저귀를 빨고 아기와 하루 내내 함께 지내니 아기 사진을 옆지기 모습과 함께 찍습니다. 이밖에는? 글쎄, 이밖에는 제가 찍을 사진이란 따로 없습니다. 가끔 책 사진을 몇 장 찍는다고 할까요. 저를 알고 제가 아는 분들이 혼인잔치를 하거나 돌잔치를 하거나 세례성사를 받으면 사진을 찍어 주곤 하는데, 이런 자리 말고 사진기를 쥐는 때는 없으나, 사진 찍을 일이 없어도 사진기는 늘 어깨에 걸쳐 놓습니다.

문득, '상업사진을 하는 분들이 스튜디오를 떠나면 사진기를 놓고 나오며 사진은 더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이분들한테는 일거리인 사진이기도 하지만, 스튜디오에서만 '사진 = 삶'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를 나오면 '굳이 내가 사진기를 들어야 할 까닭이 있겠는가?' 하고 느끼겠구나 싶습니다. 마치, 제가 '인천 골목길'에서만 사진을 찍고 '서울 골목길'에서는 온갖 아름답고 빛고운 모습을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언제나 아기와 언제나 아기와 지내고 있으면, 아기가 자라는 모든 모습을 바라보고 느낄 뿐 아니라, 어느 모습이든 구김살 없이 담아내어, 아기가 나중에 컸을 때뿐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식구들 모두한테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언제나 아기와언제나 아기와 지내고 있으면, 아기가 자라는 모든 모습을 바라보고 느낄 뿐 아니라, 어느 모습이든 구김살 없이 담아내어, 아기가 나중에 컸을 때뿐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식구들 모두한테 즐거운 사진이 됩니다. ⓒ 최종규

대화역까지 내내 서서 가려다가 다리가 몹시 아파 빈자리 아무 데나 주저앉습니다. 다리를 주무르고 등허리를 주무릅니다. 고무신을 벗어 발가락과 발을 만져 줍니다. 온몸 어느 구석 안 아픈 데가 없습니다. 제 가방들은 임자를 잘못 만나 늘 천쪼가리 터질 듯 애먹는데, 제 몸뚱이들도 임자를 잘못 만나 늘 쑤시고 결리고 뭉치고 고단합니다. 책하고 사진을 함께 좋아하자면, 게다가 자전거와 걷기를 늘 어깨동무하고 있다면, 몸뚱이부터 가방과 자전거까지 어느 하나 고달프지 않을 날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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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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