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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대 초 울산은 노동자 대투쟁이 해마다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벌써 20여년 전이니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저는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노무현을 처음 보게 됩니다. 그때 저는 88년 1월경 가구 만드는 회사에 취직한 20대 중반의 사회 초보였지요.

 

"노무현? 노무현이 뭐하는 사람이야?"

 

주변으로부터 물어 듣게 된 건 인권변호사 하다가 국회의원 되었다는 정도였습니다. 철모르고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 다니던 노동운동판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노동자 편에 서서 앞장서 주다니 이건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 저는 인간 노무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와서 강연회 한다고 하면 부리나케 쫓아다녔습니다. 강한 어조로 당시 정치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노동자를 옹호해 주던 기억이 납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입던 작업복을 입고서 단상에 올라 힘차게 강연회 할 때 멋지고 존경심이 우러났습니다. 악수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군중에 밀리고 공권력에 밀려 먼발치서 그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엔 노동자가 정치세력도 되기 전이라 노동자를 위해주는 그런 정치인이 왜 그리 훌륭하게 보이던지요.

 

그 젊은 나이에 노동자를 위해서 살벌한 공권력의 위협을 뿌리치고 파업현장에 나타난 그가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 후 신문과 방송에서 노무현만 나오면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5공 청문회 시절이던가요? 노무현 국회의원이 화가 나서 자신의 명패를 집어 던지는 것을 방송으로 보았습니다.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저야 뭐 가방줄도 짧고 정치에도 문외한이라 뭘 안답니까? 노무현이라는 국회의원이 마음에 자리잡았고, '저분이야말로 서민의 대변자'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었지요.

 

2000년부터 인간 노무현이 정치계에 두각을 보이더군요. 그러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여러 우여 곡절이 있었지요. 후보로 활동할 때 크게 생각나는 게 몇 가지 있네요. 미군 장갑차 피살사건으로 촛불추모가 이어질 무렵 참여하길 꺼려 해서 욕을 얻어 먹기도 했구요. 정몽준씨의 지지 철회 바람에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구요. 노동자들은 "재벌 아들과 손잡다니 맛이 갔다" 욕을 해댔어요. 노동운동을 지원하던 때 모 노조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홍보전단에 넣어 만들려고 했지만 모 노조위원장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 사진을 넣지 못하고 다른 사진으로 대처했다고 합니다.

 

그런 여러가지 수모와 시련을 이겨내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후보로 선거운동 할 때 노사모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아는 문성근과 명계남이라는 영화배우 등도 참여하면서 전국 규모로 커졌지요. 청와대 들어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노사모와 5년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더군요. 저는 회원도 아니고 그냥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저에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아주 특별한 선물 하나를 받게 됩니다. 물론 대통령 취임 우표도 가지고 있고요. 지난 2004년이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신년 이벤트 행사를 했었습니다. 문제를 내고 맞추면 추첨하여 벽시계를 보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했고 행사 기념 벽시계가 선물로 왔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벽시계를 선물로 받아서죠.

 

벽시계 안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위엔 청와대 마크가 금색으로 찍혀져 있습니다.

 

 

2004년 선물로 받은 그 벽시계는 지금도 잘 가고 있는데 바보같은 인간 노무현이라는 생명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해 봉화마을 한번 찾아 가 볼 걸 그랬습니다. 자식들이랑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회사 일로 바빠 못가본 게 후회 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라 평일날 빠지고 가볼 수도 없구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사진과 봉화마을서 지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과를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봉화 마을 찾아가서 노무현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보여주며 서명이라도 받고 싶었는데 악수라도 한번 하고 싶었는데 이젠 영원히 그럴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서민적이고 인간적이었던 인간 노무현 바보 노무현 당신이 그립습니다.

 

저 세상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그런 정치보복은 없겠죠?

평안 하시기를...

 

▶◀ 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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