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32가 한인 타운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인 5월 23일 오전에 만들어졌고, 5월 25일까지 3일 동안 약 800명이 조문을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처럼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맨해튼 분향소에도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에는 문동환 목사와 박민흠 시인 등 5~6명이 나와 자리를 지켰다.
이 분향소는 뉴욕 노사모와 민주노동당 등이 주축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및 이명박 정권 심판을 원하는 사람들'이 차린 것이다. 뉴욕총영사관(총영사 김경근)과 뉴욕한인회(회장 하용화)는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맨해튼에 있는 영사관에 분향소를 차릴 예정이다.
오전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문동환 목사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가는 역사가 해줄 것이다"고 했다. 문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은 참으로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그분의 죽음으로 악한 것들이 드러나는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고 했다.
뉴욕에 온 지 3개월됐다는 이성수씨 역시 친구와 함께 조문을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인터넷에서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을 보고 플러싱에서 찾아왔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생각보다 분향소가 초라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씨의 말대로 분향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과 작은 책상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박민흠 시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살인이다"며 "현 대통령과 조중동 등의 언론이 대통령을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인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 갖은 모욕을 줬다"며 "국민에게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했다.
뉴욕과 뉴저지에 있는 신학교에 다니는 한인 신학생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아들과 함께 온 정경일 목사(유니온신학교)는 "서거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슬펐다"고 했다. 정 목사는 "아들에게 여기 오는 이유를 설명해줬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잘 이해는 하지 못한다"고 했다.
드류대학교(Drew University)에 다니는 신학생 6명도 개인적으로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교회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교회가 노 전 대통령에게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고 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만약 주류였다면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반대가 많았겠느냐"며 "노 전 대통령이야말로 약자와 소외된 자 편에 섰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및 이명박 정권 심판을 원하는 사람들'은 5월 28일 오후 7시부터 맨해튼 32가 한인 타운에서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이 시간이 5월 29일 아침 한국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과 시간이 맞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추모식 실황을 중계할 계획도 있다.
5월 27일에는 드류대학교 신학생들이 주축이 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예배를 할 예정이다. 시간은 아직 미정이며, 장소는 뉴저지에 있는 드류대학교다. 설교는 문동환 목사가 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 (www.newsnjoy.u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