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6일 오후 4시 30분]이광재·이강철·정상문·강금원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모두 생전의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인 뜻을 함께한 핵심 측근들이다.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구속 중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낸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26일 받아들였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보석도 허가했다.
이광재·이강철·정상문 27일 일시 석방, 봉하마을로... 이 의원, 이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오는 27일 낮 12시부터 영결식이 치러지는 29일 오후 5시까지다. 이들은 구치소에서 나오는 대로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향할 예정이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엔 각자의 자택과 노 전 대통령의 장지를 벗어날 수 없다.
이들이 영어의 상태로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 소식을 접하고 애달퍼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이날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나기 전 이강철 전 수석을 면회한 그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 전 수석이 내내 침통해하고 있다. 오늘도 거의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누가 그분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며 못내 분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진정한 화합과 통합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진정한 반성과 용서를 구할 때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광재 의원도 옥중에서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심경을 적은 편지글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의원은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제대로 모시지 못한 죄 어찌할지 모르겠다"며 "이젠 '따뜻한 나라'에 가시라. 이젠 '경계인'을 감싸주는 나라에 가시라. 이젠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시라"며 구슬픈 '사노곡'(思盧曲)을 불렀다.
이 의원은 이날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났다는 소식에 어서 빨리 봉하마을로 가고 싶어 하면서도 "지켜드리지 못했는데 무슨 면목으로 조문을 가야될지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노 전 대통령이) 불쌍하시다"며 서글퍼했다고 그를 면회하고 나온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주말이 지나면 봉하마을에 조문왔던 인파나 지인들도 썰물 빠지듯 적어지게 될 텐데 (권양숙) 여사님이나 가족들이 잘 견뎌낼지도 걱정"이라며 영결식 이후를 염려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후원자' 강금원도 석방 현재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강금원 회장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 "평생 동지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옥중에서 '피울음'을 토한 사실이 전해진 바 있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 신청을 했던 강 회장도 법원의 허가 결정으로 조문이 가능하게 됐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위현석 부장판사)는 현금 2천만 원 등 보증금 1억 원을 내는 조건으로 강 회장의 보석을 이날 허가했다. 강 회장 측은 구속기소된 뒤 뇌종양이 악화되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지난 1일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세브란스 병원 및 강남 성모병원에서 보낸 사실조회 결과를 보면 현재 악성 뇌종양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보인 데다 시급히 조직검사 및 항암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보석 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된다.
"절명 앞에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맙시다" [옥중 편지] 이강철 전 수석 "영원한 나의 동지,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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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옥중에서 쓴 편지를 싣는다. 이 전 수석은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난 26일 오후 2시 30분 부인 황일숙씨에게 이 글을 전했다. <편집자 주>
<영원한 나의 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비통한 심정입니다. 동지로, 친구로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누가 그분을 죽음에 까지 이르게 했는지 우리는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살점이 튀고 온몸의 뼈가 조각조각 난 절명 앞에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맙시다. 우리자신도 쉽게 용서하지 맙시다. 화해와 통합은 책임 있는 자가 진심어린 반성으로 용서를 구할 때 우리마음속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분이 이루고자 했던 탈권위주의, 민주주의, 남북관계, 지역균형발전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분의 뜻을 지켜나가겠습니다.
2009년 5월 26일 이 강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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