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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하기에 앞서

 

정치의 '정'자에도 관심이 없던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권이라 불리우는 선배들의 남다른 따뜻함 덕분이었습니다. 처음엔 노동자 집회가 이기적으로 보여서 싫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앞의 의료원이 100일 넘는 투쟁을 했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지를 듣고,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 이유를 알고, 그 마음에 전혀 들어와보지도 않은 언론들의 공격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엉엉 울며 난 그들 '편'이 되어주리라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렇게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러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던 '사람'과 '사람에 대한 애정' 가지고 살자는 순수했던 다짐들. 눈물나게 따뜻했던 그 때 첫마음은 고스란히 내 안에서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난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같은 맘이었지만, 너무 달랐던 당신과 나였습니다

 

오늘 벌써 날짜는 28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노무현, 당신은 이제 세자리수 되는 시간을 거슬러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단 1분도 시간은 거슬러 갈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시간은 이렇게 어물쩡거리는 나를 두고 저만치 흘러가 있지만 원망은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임기가 시작되었을 때, 난 2학년이었습니다. 5년간이었던 내 대학시절은 늘 당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당신은 내 생애 가장 먹먹했던 죽음으로 기억되는 '김주익' 열사를 대변했던 변호사였지만, OECD 국가 중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손배가압류로 그를 죽음이란 선택으로 가게 했던 정부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죽음을 두고 더이상 노동자의 죽음이 투쟁의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는 말로 일축해버리는 당신은 그의 죽음에 너무도 차가웠습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실망'스러우나 '기대' 또한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당신을 믿지 않기 시작했던 것 말입니다. 당신이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신과 나의 인연이 참으로 가혹하다 여겨집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의 죽음 앞에 눈물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어제 난 세상이 가장 어둑하다는 새벽 4시, 당신의 사람들과 공동연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비공개 카페에 당신이 올렸던 글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처음 가닿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눈물이었습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시민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80년대 반독재 투쟁이 성공한 것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디어이든, 인터넷이든, 연구소든, 출판이든, 어디를 보아도 우리가 열세입니다. 그냥 열세가 아니라 형편없는 열세입니다. 이런 열세를 딛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역사의 진운이 함께할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 막강한 돈의 지배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고 이를 지혜롭게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내용을 다 떠나, 당신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정책을 폈는가를 다 잊고, 당신의 평생엔 '사람'이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다르지 않을 거기에 후회하지 않지만 그런 당신을 너무 미워했던 것이 속상하고 미안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신...늘 날 너무 아프게만 합니다. 끝까지 날 괴롭히네요.

 

우린 그저 같은 맘이었지만, 우린 너무 멀리 있는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난 혼자서 내밀어도 잡아 줄 당신이 없음에도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나는 바보로 살고 싶기에 이제 노무현, 당신과 화해하고 싶습니다.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이었던 박주현 변호사의 말이 또 한 번 나를 울립니다.

 

"제가 이라크 파병을 강하게 반대했는데, 그때 언론에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다고 시끄러웠거든요. 그런데 파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저한테 나중에 고맙다고 격려금까지 주셨어요. 상황에 밀려 파병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준 제게 고마우셨던 거죠."

 

당신이 내게 주었던 상처 또한 당신이 정말 원했던 그것이었을까 돌이켜봤습니다. 난 당신의 말들에 상처받았지만, 그 상처가 당신에겐 또한 상처는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봤습니다.

 

같은 당이었던 민주당조차 당신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 자리의 당신은 그 자리에서도 수많이 헐뜯기고 다치고 상처받아야 했을겁니다. 당신 편이 너무도 없는 그 곳에서 외로이 대통령이란 자리를 지켜야 했던 겁니다. 당신이 솔직하다 생각했지만, 솔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상황들이 있었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지긋지긋했을 정치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간 당신의 끈질긴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 그 마음을 두고 사람들은 그렇게도 '바보' 노무현을 불러댔나봅니다. 그것이 바보라면 나도 '바보'가 되겠습니다.

 

당신에게 내민 내 손이 아직은 멋쩍지만,

화해...하고싶습니다.

 

'바보'가 인정받는 세상이 반드시 올거라 믿습니다

 편안히, 안녕히 가세요. 노통...

 

연수원 시절, 판사 출신의 연수원 교수들이 '어이, 상고 출신 노무현이 대답해봐' '나이 많은 노무현은 어떻게 생각하나' 제 인격 깎아먹는 얘기들을 해도 당신 얼굴이 화끈거려야 했을 겁니다. '(상고 출신이라서)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 너 뭘 배웠냐' 라는 얘기도 견뎌내야 했을테고요.

 

탄핵 재판을 준비하며 당신이 마지막으로 변호인단한테 했던 말이 '저 대통령 다시 하게 좀 해주십시오'였고, 당신은 허리를 굽혔다지요. 아마 당신이 여기서 물러서면, 이 경직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거란 책임감 때문이었을거라고 이제야 당신을 변호합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죽음을 많이 슬퍼합니다. '인간' 노무현이 그렇게 매력있는 사람이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인간' 노무현의 슬픔과 고통이 너무도 닮아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의 그것이 말입니다.

 

MB정권과 한나라당에선 당신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난리들입니다. 정치가 바르게 다스리란 그 뜻이 맞다면 당신의 죽음에 슬퍼하는 국민들은 당신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분노'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MB와 한나라당이 말하는 '정치적 이용'이라면, 국어를 다시 배울 일이고,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쳐도 당신네들은 늘상 '정치적 이용'하며 살면서... 그것이 당신들의 전유물이냐고, 우린 최소한 당신들처럼 제 배 불리기 위한 이용은 하지 않는다고, 반박할 일입니다.

 

우린 이제 더이상 그들에게 '참을 인'자만 새기며 살진 않겠습니다. 마치 우린 추모만 하는게 순수성이고 진정성이며 우리 역할의 전부라 생각하는 MB의 오만함에 천만에! 할겁니다. 당신같은 '바보'가 정말 존경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정치는 그렇게 니들끼리 쿵짝하는 그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서 해야 하는거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당신을 보낼테지만, 당신이 남긴 '바보정신'은 쉬이 보내지 않을겁니다.

'바보'처럼 살아도 무시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거라 믿습니다. '바보'란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 기억 속의 당신이 이토록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모습을 보며 난 다시금 그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러니 편히 가세요. 잘가요, 노통.

 

'바보정신'이 지켜지는 그 날, 다시금 당신에게 편지를 쓸까 합니다. 그 땐 당신이 보고싶단 말도 용기내 해볼 수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 http://our-dream.tistory.com/39 중복게재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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