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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물고기들에게는 산란의 계절이다. 잡아 올리는 각종 고기들 마다 알을 잔뜩 품고 있다. 미터 급에 가까운 삼치 한 마리를 갈라보니 뱃속에는 노란 알이 그득하다.

 

그물에 걸려 올라온 광어는 뱃전에서 몸부림치다 급기야는 알을 허공에다 방출한다. 위기에 처한 물고기 나름의 처절한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 때문인 듯하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고기들의 산란철을 맞아 때에 맞춰 몰려온 고기잡이 배 어부들의 풍어가가 한참이다.

 

 

 

버려진 주꾸미 방을 산란 터로 삼은 '운 좋은 주꾸미'  

 

그물에 소라껍질이 걸려 올라왔다. 그물에서 떼어 내다보니 소라 끝에 줄이 매달린 흔적이 남아있다. 바로 봄철 주꾸미 어업에 사용되다 바다에 버려진 주꾸미 방이었던 것. 버리려다 안을 살펴보니 주꾸미 한 마리가 들어 있다.

 

장난삼아 주꾸미를 끌어내 보니 소란 안쪽에 알이 붙어 있었다. 주꾸미가 산란을 하고 이걸 지키느라 안쪽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 문어의 경우도 비슷한 습성을 본적 있는데 이 주꾸미도 외부의 포식자들로부터 자기 자식들을 보호하느라 그렇게 소라 방안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봄철 같으면 냉큼 끌어내 식탁에 오르는 신세를 면치 못했겠지만 이 운 좋은 주꾸미는 사진모델만 잠깐 한 후 바다 속으로 생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들마다 배가 불룩하다. 그물은 주목적이 광어를 잡기 위한 거였는데 하루 전에 쳐놓은 그물에 손님 고기들도 걸려 올라왔기 때문이다. 광어는 물론이고 꽃게부터 시작해 아구, 장대, 박대, 삼치..... 등 각종 물고기도 함께 뱃전에 끌어 올려 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0일 시화방조제를 출발한 오이도 2호배가 오전 4시 30분경부터 영흥도 앞바다에서 시작한 조업 현장에서였다. 이기관 선장 부부가 생업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오이도 2호배는 무척 작은 배다. 작년 이맘때에도 한번 동승해 광어 조업현장을 취재한 바 있고, 그 후로도 두 번인가를 더 동승해 취재했다. 가을 전어철, 봄 주꾸미 조업현장 취재였다. 

 

작년 5월 이맘때 취재에서는 '최홍만급 광어'라고 표현할 만한 엄청난 크기의 자연산 광어가 잡히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바 있다. 과연 올해도 그 광어들이 제철을 맞아 다시 시흥 앞바다로 왔는지 궁금했다. 

 

 

어부는 풍어가 울리지만 광어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시작하다

 

새벽 4시경 시화방조제 중간쯤에 위치한 '중간선착장'을 출발한 이기관 선장의 오이도2호배는 40여 분 만에 조업현장에 도착했다. 이날의 조업현장은 인천 팔미도와 영흥도 중간 수역이다.

 

저 멀리 좌측 편으로는 어스름한 동녁빛에 영흥대교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우측편 해상 저 멀리에는 팔미도 등대의 반짝거리는 불빛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GPS 등 최첨단 항해장비에도 등대의 불빛은 여전히 바다를 터전삼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존재인가보다. 

 

그물이 올라온다. 하루 전 쳐 놓은 길이 300미터 남짓의 그물이다. 20여 분 남짓 걸려 첫 번째 그물을 걷어 올렸지만 조과가 신통치 않다. 겨우 광어 두 마리가 올라왔다. 그물을 다시 정리해 바다에 짚어 넣으니 40분 남짓 소요된 것 같다.

 

즉 그물을 끌어올려 걸려든 고기를 따낸 후 다시 그물을 즉석에서 정리한 후 다시 바다에 뿌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같은 작업을 오늘은 일곱 틀을 한다고 했다. 작업종료 예정시간은 오전 11시경.

 

두 번째, 세 번째 그물까지 끌어 올렸지만 잡히라는 광어는 별로 없고 그물을 망가트리는 박하지(돌게)만 많이 걸려 있다. 그물을 칭칭 감고 있는 박하지는 떼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박하지 또한 겁에 잔뜩 질린 채 앞발을 치켜들고 손가락을 공격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먼저 분질러 떼어낼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나 때문에 형편없어지는 것 같아 우려가 든다. 

 

네 번째 그물. 다행히도 광어가 그물에 걸려 계속해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날 조업에서 150kg를 잡았는데 이날은 절반 가까이 조업을 마쳤는데도 조업성과가 고작 10kg 남짓이었기에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는데 드디어 광어가 제법 많이 잡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광어의 크기는 작년 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50cm는 훌쩍 넘고 3kg~6kg에 달하는 무척큰 자연산들이다. 그물 한 틀에 20여 마리 남짓이 걸려 올라온 것 같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 그물로 갈수록 잡혀 올라오는 광어는 점점 많아졌다.

 

올라온 광어들로 뱃전이 그득했다. 배 앞쪽 두칸의 물칸이 광어로 가득하다. 너무 많이 넣어놓으면 죽을 가능성이 크기에 물통에 물을 받아 어획한 광어를 나누어 넣었다. 광어의 경우 작년보다 가격이 30% 남짓 떨어졌다고 한다.

 

광어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를 이 선장은 '치어방류사업'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 지자체에서 행하는 치어방류사업으로 '우럭'과 '광어'는 어자원이 풍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두종류의 물고기 어획고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시원한 바닷바람...'선외기는 속력을 못 내고'

 

다섯 번째 그물을 한참 걷어 올리고 있는데 한 척의 낚싯배가 가까이에 접근했다. 잡은 고기가 있으면 팔라는 주문이었다. 배를 바라보니 십여 명 남짓의 낚시꾼들이 우리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은 고기를 못 잡았으니 고깃배가 잡은 광어라도  돈을 주고 사서라도 회를 먹겠다는 것. 즉석에서 선장 부부를 대신해 흥정에 나선 초보 어부인 기자가 소주 2병을 건네주면 장대를 덤으로 주겠다고 제안하니 그들은 두말도 없이 소주 두병을 건네준다.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받고 건네 준 것이 3kg 이상 나가는 싱싱한 자연산 광어 두 마리와 장대 십여 마리였으니 초보 어부(?)의 넉넉한 인심에 낚시꾼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일곱째 그물을 마지막으로 이날 조업이 끝났다. 오전 11시 40분경 이었다. 이기관 선장은 이날 잡은 광어의 양이 200kg 남짓 된다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고기는 미리 연락을 받은 인천의 도매업자가 전량을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원래는 적당량을 도매업자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제값을 받기 위해 부인 이순연씨가 시흥시 오이도 포구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소매를 하는데 지난 4월경 발을 다치는 바람에 두 달째 잡은 고기 전량을 도매업자에게 넘긴다고 말했다.

 

선외기는 시원하게 5월 봄바다를 가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인천 송도 LNG기지를 비롯해 시화방조제에 건설중인 세계최대라는 조력발전소가 보인다. 선외기는 그러나 제 속력을 내지 못한다.

 

 

물칸에 들어있는 광어를 생각해서다.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면 뱃전이 들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물칸의 수위가 낮아지기에 제 속도의 절반 정도만 발휘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잡아온 광어는 보통 시흥시 오이도 어촌계 소속 계원들의 경우 오이도 선착장에서 즉석에서 싼 가격에 판매한다.

 

자연산 광어의 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오이도로 가면된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10분거리인 오이도. 그곳에서 산란철을 맞은 병어, 광어, 꽃게, 삼치, 장대 등 각종 물고기를 싼 가격에 사갈 수도 있고 즉석에서 그 맛을 즐길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시흥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부는 제철을 만나 어김없이 돌아온 각종 물고기들로 흥겨운 풍어가를 높이 부르고 있었다. 이날 오후에 다시들른 오이도 포구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이도#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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