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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그것도 부엉이 바위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충격적으로 서거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 권위주의 청산, 권력분산, 지역균형발전 등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적폐를 없애고자 무모하게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바보'라는 별명입니다.

 

'바보'란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못난 사람을 일컫는 말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 또는 관행, 관습이라고 여기는 것에 반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상식이나 관습, 관행이라고여기는 것이 사실은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정하려 하지 않고 지나치거나 묵과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되었습니다.

 

이런것들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만 이런것들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힘이 막강해서 이것을 감히 고치려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것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이것을 고치려고 무모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바보' 또는 '바보스럽다'고 합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죽을을 통해서 요즘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바보'에 대해 가치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고 그런 바보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전에 일찌기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앞길에서 스스로 분신한 전태일입니다.

 

전태일은 1965년 그의 나이 17세때 청게천 평화시장 제품공장에 시다로 취직했습니다. 공장에 취직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꿈꿔온 전태일이 평화시장에서 목격하고 스스로 겪은 것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장시간 저임금의 근로조건으로 그야말로 인간이하의 처참한 광경입니다.

 

이에 전태일은 '인간 이하'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자신보다 약한 어린 노동자들을 돕기도 하고 부당한 노동조건을 관계당국과 사회에 호소하기도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는 중 그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전태일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을 지키게 하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동자의 호소를 가로막는 거대한 현실의벽에 부딪쳤습니다.  즉 상식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지켜야 할 법은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법을 지키게 하는 자신이 사용주와 정부 당국자로부터 무시당하고 탄압을 받게되었습니다.

 

 

이때 거대한 현실의 벽에 맞서 싸우는 전태일의 주위에서 전태일한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야 이 바보야 네가 그런 짓(운동)을 한다고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근로기준법이 지켜질것 같아? 우리도 다 해 봤는데 안돼, 그런 바보짓 그만 해!"

 

전태일은 이 말을 듣고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그래 좋다 나는 바보다.  바보짓을 해서라도 이 불합리한 현실을 고쳐서 인간답게 살고싶다. 바보의 힘을 보여주자!" 

 

이때부터 전태일은 뜻을 함께하는 평화시장 동료노동자들을 조직했습니다. 그 조직이 바로 "바보회"였습니다. '바보사상'은 어쩌면 남들이 어렵다고 다 포기하고 있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시정하려고 무모하리만치 도전하고 싸우는 것입니다.

 

전태일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이에 굴하지 않고 싸우다 마침내 1970년 11월에 분신항거라는 가장 강렬하고 숭고한 언어를 통해 '인간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1970년 당시 박정희 군부독재는 조국근대화라는 명분으로 반인권, 반노동자적인 고도성장정책을 강행했습니다.  스물 두 살 청년 전태일의 분신항거는 군부독재의 경제정책에 인권,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각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또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의 출발점이 되었고, 기층민중에 기반한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적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은 이렇게 전태일 이후 전태일과 같은 수많은 '바보'들에 의해 발전해 왔습니다.

 

역사는 드디어 '바보'들의 정권도 탄생시켰습니다. 바보 전태일이 노동하고, 고뇌하고, 어린 동심들이 고된 노동에 시들어가는 것을 보며 아파하고, 이런 현실을 고치기 위해 투쟁하고 끝내는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죽어간 청계천에 2005년 그를 기리는 거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전태일거리는 청계천 5가에서 6가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동판을 깔고 평화시장 앞에 있는 다리 위에 전태일상(像)을 세웠습니다. 이때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도 시민모금에 참여하고 여느 시민과 똑같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깔았습니다.  그 글귀는 "사람사는 세상"이며 여기에 친필 사인 "노무현"을 직접 써 넣었습니다. 시민들은 노무현의 동판을 비롯해 수 많은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동판을 밟고 갈고 닦으며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나니 두 '바보'가 한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의 삶이 열정적이었다는 것도 공통되고 이들이 꿈꾼 세상도 한사람은 '인간다운 삶' 즉 인간 해방이고 또 한사람은 '사람사는 세상' 평등세상입니다. 또 두 사람의 죽음이 충격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태일은 스스로를 불사렀고, 노무현은 스스로를 던졌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점이 있는듯 싶습니다.

 

이들이 죽고 난 이후에 그 죽엄이 권력자들에 의해 탄압을 받고있다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태일 38주기를 지나는 동안 그의 추도식이 탄압받지 않고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불과 몇번 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공권력의 군화발로 짓밟는 이 만행은 과거 전태일 추도식을 군부독재가 가로막던 것과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지 모릅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한테 남겨준 과제는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 가치를 실현함으로서 보다 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습니다. 전태일이 우리한테 남겨준 과제를 실천하기 위해 싸워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역사는 숱한 바보들에 의해 남은 자들한테 책무가 남겨지고 남은 자들은 이 책무를 실천하면서 새롭게 창조되어가는 것인가 봅니다.

 


태그:#노무현, #전태일,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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