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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4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를 마친 뒤였다.

 

이날 연찬회는 백가쟁명식 토론으로 번졌다. 적잖은 의원들이 박 대표를 향해 강하게 퇴진을 요구했다. '원외'인 박 대표에게 대표직에서 물러나란 얘기는 '정치 그만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면전에서 쏟아진 퇴진 주장을 그저 묵묵히 지켜봤다. 그는 6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인내력 없이 어떻게 대표 하나"...

퇴진 요구 일축

 

'지루하지 않으셨느냐'는 물음에, 박 대표는 "그만한 인내력이 없이 어떻게 대표를 하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적어도 아직까진 대표직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되레 "(토론이) 매우 훌륭했다. 우리 당이 건강하단 것을 보여줬다. 매우 흡족하다"고까지 추어올렸다.

 

그러나 '책임'이라는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재·보선 참패, 당 지지율 하락 등 여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모두 자기 탓으로 내모는 데 대한 억울함이 엿보였다.

 

박 대표는 한 기자가 '쇄신특위는 박 대표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한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미소를 거두고 버럭 화를 냈다. 그는 "책임론이 아니다. 아시는 분이 왜 그러시냐. 자꾸 용어를 과장해 쓰지 마라"며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의원들과의 대화'와 관련해선 "이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조만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토론 뒤 박희태 대표와 나눈 문답이다.

 

- 연찬회 뒤 일정이 어떻게 되나.

"내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어서 진중하게 검토할 것이다."

 

- 결론을 내기까지 얼마나 걸리겠는가.

"예측할 수 없다."

 

- 오늘 의원들의 토론을 보고 무슨 마음의 결정을 내렸나.

"내 마음은 나도 모른다."

 

- 쇄신특위는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한다고 했는데.

"(언성 높이며) 책임론이 아니다. 아시는 분이 왜 그러시냐. 자꾸 과장하고 용어 과장 말라.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 오늘 연찬회 어땠나?

"매우 훌륭했고 우리 당이 건강하단 것을 보여줬다. 매우 흡족하다."

 

- 대통령과 의원들과의 대화는 언제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인가.

"건의 벌써 드렸다."

 

- 언제쯤 만나게 되겠나.

"VIP(대통령) 일정은 대외비다.(웃음)"

 

- 오늘 토론을 지켜보면서 한 번도 자리를 안 뜨더라. 지루하지 않았나.

"그만한 인내력 없이 어떻게 대표를 하겠나."

 

- 연찬회 발언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나.

"모두가 인상 깊었다."

 

-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대화' 건의에 긍정적이던가.

"그렇다. 조만간 할 것이다."

 

이날 박 대표는 꿋꿋했지만,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박 대표가 연찬회를 마무리하면서 조만간 '대통령-의원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히자, 한 친이직계 의원은 "대표직을 계속 하겠다는 것이구만"이라고 쏘아붙였다.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도 이날 지도부가 사퇴 요구를 거부할 경우,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희태#한나라당#지도부퇴진#쇄신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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