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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법 큰 도시, 마운트 아이사.
광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법 큰 도시, 마운트 아이사. ⓒ 이강진

호주의 광산 도시 마운트 아이사(Mt Isa)

 

생선 맛을 실컷 본 바다를 낀 도시 카룸바를 떠나 다시 황량한 내륙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마운트 아이사(Mt Isa)를 목적지로 정하고 길을 떠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지만 보이는 황량한 대륙이다. 여행객을 혼란하게 만드는 사막의 신기루같이 가물가물 보이는 나무들과 지평선만을 바라보며 끝없이 달린다. 지나치는 차마다 손을 흔들어 준다. 도로에 자동차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한국의 시외버스 기사처럼 차가 지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주며 운전을 한다.

 

도로에는 심심치 않게 장마철에 물이 넘친다는 'Flood Way'라는 글씨를 쓴 푯말이 있다. 장마철에는 이 끝없이 넓은 평야가 물에 잠기나 보다. 그러나 장마철이 아닌 지금은 다리를 건너도 물이 흐른 흔적만 보일뿐 모래만 수북이 쌓여있고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광산촌이 가까워지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특이한 바위들이 많다. 중간에 들린 관광 안내소에 있는 그림엽서에는 근처에 있는 우라늄 광산을 비롯해 돌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이다. 

 

마운트 아이사에 들어서니 멀리 광산과 함께 큰 굴뚝들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보인다. 호주의 유명한 광산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조그만 도시만 보았기 때문인지 마운트 아이사는 제법 큰 도시처럼 보였다. 택시들도 보이고 큰 슈퍼마켓도 보이고 휴대전화도 열린다. 외부와의 연락이 가능해 진 것이다. 

 

예전에 이곳에 사신다는 분이 시드니 한국 신문에 쓴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디 사는지 알면 찾아가 김치찌개라도 얻어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다. 내륙에 들어서면서 내가 본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몇 주일 동안 새파란, 비취빛 색깔뿐인 하늘이다. 이런 하늘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름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이다. 

 

낮은 꽤 더운 편이다. 사람들은 반바지에 반소매 셔츠를 입고 다닌다. 태양도 따가운 편이다. 그러나 그늘에만 들어서면 추위를 느낀다. 새벽과 밤은 시드니 겨울이 생각날 정도로 꽤 추운 날씨다. 라디오에서는 계속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리라는 소식이다.

   

저녁을 먹고 밤 야경을 볼 수 있는 조금 높은 봉우리에 전망대(Look Out)라는 표지판을 보고 찾아 올라갔다. 인구가 많지도 않은 이런 곳에 무슨 야경이 있을까 하고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이야기하는 야경은 거대한 광산의 굴뚝에서 뿜어대는 연기와 휘황찬란하게 켜져 있는 전등불들이 어우러진 흔히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곳에서는 2박을 하며 시장도 보고 그동안 잊었던 도시 냄새를 맡으며 피로를 풀면서 더 깊은 내륙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내일은 장거리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도로 사정이 지금까지 온 것보다 좋을 것이라 위안을 삼으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여행객은 항상 내일 갈 길을 생각하며 잠을 청한다.

 

 거대한 굴뚝에서 내뿝는 연기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광산.
거대한 굴뚝에서 내뿝는 연기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광산. ⓒ 이강진

 

영국 집시와의 만남

 

먼 거리를 운전하여야 하기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난다. 마운트(Mt Isa)는 조금 큰 도시라 다른 동네에 비해 휘발유 값이 저렴하기에 탱크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길을 떠난다. 점심으로 먹을 식빵까지 대충 챙겼다.

 

가는 길은 또다시 끝없는 지평선만 바라보며 하는 운전이다. 아마도 내가 해 본 운전 중 가장 지루한 운전인 것 같다. 이 넓은 땅, 사막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초목들과 가끔 보이는 소 떼를 보며 계속 운전한다.

 

노던 테리토리(Nothern Territory)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제는 퀸즈랜드(Queens Land) 주를 떠나 노던 테리토리에 들어서는 것이다. 노던 테리토리에 들어서자 앞으로 270킬로는 휘발유를 파는 집이 없다는 경고판이 우뚝 서 있다.

 

노던 테리토리에 들어서면서 주가 달라서인지 도로는 2차선으로 잘 포장 되어 있다. 끝없는 지평선, 가끔 보이는 조그만 수풀을 옆으로 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일직선상의 도로, 가끔 캐러밴을 끌고 가는 차와 트럭만이 다니는 도로다. 속도제한도 없는 도로를 다섯 시간 이상 운전을 하려니 지루한 감이 있다. 140킬로 정도의 속도로 앞만 보고 계속 달린다.

  

지루한 여행 끝에 도달한 곳은 스리웨이즈 로드하우스(Three Ways Road House)라는 곳이다. 이곳에는 마을이 없으며 단지 주유소와 조그마한 술집 그리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캐러밴 파크만이 광야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내가 다녀본 캐러밴 파크 중에 시설이 가장 좋지 않은 캐러밴 파크다. 휘발유 가격도 턱없이 비싸다. 오래 전 한국 유흥지에서 턱없는 가격을 요구하던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 하룻밤만 자자. 텐트를 치고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먹고 나니 계속해서 여행객이 들어온다. 장거리 여행자들이다. 이 중에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저녁을 준비하는 데 젊은 집시 부부(?)도 함께 저녁 준비를 한다. 머리는 엉클어져 있고 옷이라 부르기 어려운 이상한 옷을 입고 있다. 한 마디로 거지를 상상하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해 보니 몸에서 지저분한 냄새도 나지 않고 영어도 꽤 세련되게 구사한다.

 

영국에서 호주에 온 후 8년 째 떠돌이 생활을 한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든 팬플루트를 직접 만들어 거리의 악사 생활을 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코코넛 이야기가 나오니 자신들이 직접 딴 것이라고 하면서 손도끼로 껍질을 까 주면서 먹어 보란다. 자신들이 대나무로 직접 만든 빨대까지 끼워 주면서 얼굴에는 순진한 어린아이 끼가 가득하다.

 

그들이 사는 엉성한 캐러밴에 들어가 보니 침대 하나 덜렁 있으며 옆에서 개 두 마리가 꼬리를 친다. 특이한 것은 캐러밴 한쪽 편에는 제법 많은 책이 많이 쌓여 있다. 책도 많이 읽는가 보다. 외모만으로 판단했던 나는 잠시 혼란을 느낀다.

 

자신들이 좋아서 택한 삶을 가지고 제 삼자인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삶에는 정도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기방식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호주 깊숙한 내륙 삼거리에도 여행객을 위한 주유소와 캐러밴 파크가 있다.
호주 깊숙한 내륙 삼거리에도 여행객을 위한 주유소와 캐러밴 파크가 있다. ⓒ 이강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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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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