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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한 봄기운이 넘실거리던 4월에 이어 짙푸른 여름으로 접어든 6월의 첫째주 주말, 자전거를 타고 다시 강화도를 찾았습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가장 큰 섬이고 워낙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해 볼거리가 넘쳐나, 하루만에 강화도에 곳곳에 숨겨진 보물과 문화재를 구경하기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천내륙의 지역문화재는 얼추 둘러본 상태라서, 국가지정문화재와 지방지정문화재가 가득한 보물단지 같은 강화도를 틈나는대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3번째로 강화도를 찾아간 날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 개발이 한창인 요란한 검단을 지나 이젠 벅차지 않은 스무네미고개를 너머, 택지개발로 마을들이 사라져간 양곡을 지나 무르익은 밀기울이 하늘거리는 대곶면에서 초지대교를 건너 섬에 이르렀습니다.

집을 나설 때 하루동안 둘러볼 곳을 미리 체크해 두었고, 주말 나들이를 나온 차량들로 붐비는 초지대교 인근을 지난 뒤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서는 여유롭게 섬 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강화도 해안도로를 타고 내달려 강화읍에 도착해 비좁은 골목에 숨은 용흥궁을 찾아냈다.
강화도 해안도로를 타고 내달려 강화읍에 도착해 비좁은 골목에 숨은 용흥궁을 찾아냈다. ⓒ 이장연

 용흥궁길
용흥궁길 ⓒ 이장연

그 중 하나가 바로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재위 1849-1863)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이라는 시도유형문화재 제20호 용흥궁(龍興宮)입니다.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강화읍으로 내달려 강화역사관이 있는 갑곶돈대에서 잠시 쉬었다 고려궁지와 강화향교를 찾아가는 비좁은 골목(관청리)에 숨어있던, 용흥궁은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강화유수 정기세가 건물을 새로 짓고 지금의 이름을 붙였다 합니다.

좁은 골목 안에 대문을 세우고 행낭채를 두었고, 궁 안에는 철종 잠저임을 기록한 비석과 비각이 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내전과 외전, 별전 각 1동입니다.

 용흥궁
용흥궁 ⓒ 이장연

 내전, 외전, 별전이 이어져 있다.
내전, 외전, 별전이 이어져 있다. ⓒ 이장연

 강화 성공회성당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내려본 용흥궁
강화 성공회성당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내려본 용흥궁 ⓒ 이장연

지붕 옆면이 여덟 팔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고, 지붕을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용흥궁을 찾아간 날은 한창 문간채 지붕공사(9일까지)로 부산스러웠습니다. 기왓장도 내려와 있었고 한편에서는 지붕에 쓸 나무를 목수들이 땀흘려 깎고 다듬고 있었습니다.

용흥궁은 창덕궁의 연경당, 낙선재와 같이 살림집의 유형을 따라 지어졌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으리으리한 궁궐의 느낌보다 정겨운 할아버지 옛집처럼 소박하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절로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대문과 문빗장, 툇마루, 들창, 아궁이, 굴뚝이 옛정취를 풍겨 정겨웠습니다.

강화읍내가 살짝 굽어보이는 아담한 용흥궁을 찾은 가족 관람객들도 마주쳤습니다.
아참 용흥궁 뒷뜰로는 계단이 나있어 강화 성공회성당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붕공사 중인 목수와 가족관람객
지붕공사 중인 목수와 가족관람객 ⓒ 이장연

 지붕공사중인 용흥궁
지붕공사중인 용흥궁 ⓒ 이장연

 팔작지붕
팔작지붕 ⓒ 이장연

 자전거와 용흥궁
자전거와 용흥궁 ⓒ 이장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결 ⓒ 이장연

 용흥궁 후문
용흥궁 후문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용흥궁#강화도#문화재#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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