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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햇볕이 따갑다. 산야의 녹음은 나날이 짙어져 이제 신록의 싱그러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 텅 빈 들판은 어느새 모내기로 파랗게 채워졌고, 뜨거운 태양 아래 들판의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다소 여유로운 시간이다. 휴일을 맞아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충남 공주시 마곡사 입구에 있는 장승마을을 찾았다. 예전에 마곡사하면 울창한 송림을 걷는 즐거움과 절 아래로 흘러내리는 시원한 천변의 방갈로에서 친구들과 푸는 막걸리 맛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곡사에 들어서기도 전에  주차장 주변에 여러 형태의 장승들이 버티고 서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들은 마치 서로 키 재기나 하듯 하늘 높이 서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을 해주고 있다. 특히 장승마을이라는 음식점 마당에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모습이 새겨진 장승들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김구 선생님을 비롯하여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을 새겨 놓은 장승들이 이채롭게 서 있다. 말없이 마당 한옆에 서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난 시절의 크고 작은 일들이 기억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일제로부터 해방과 독립 그리고 6.25전쟁과 새마을 운동, IMF와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최근의 현대사가 너무도 또렷이 떠오른다.

 

 

해방의 감격으로 온 국민은 꿈에 그리던 독립을 이루었지만 강대국들의 힘에 의해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는 불행한 일이 일어 났다,  결국 동족간에 총을 겨누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가 터졌고, 나라는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잘살아 보자"는 새마을 운동 정신으로 무장하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결국  보릿고개라는  가난의 굶주림으로 부터 해방이 되었다. 그후 위정자들의 또다른 실정으로  구제금융(IMF)을 받아야 하는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 났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하며 IMF를 멋지게 극복했고,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그 때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밤새 열광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던 중에 목숨을 끓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  온 국민이 슬품에 젖기도 했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최근에 갑자기 서거하여 온국민이 슬픔에 잠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승이 없다는 사실이다. 장승 조각가가 아직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장승마을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두분의 장승도 함께 세워지면 더 좋지 않을까. 그래서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역사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역사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승마을식당 입구에서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면 장승마을농원이 최근에 새롭게 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농원으로 가는 길 주변에는 여러 형태의 장승들이 서 있어 마치 장승들이 사는 마을에 온 것 같다. 갖가지 형태의 모습의 장승을 보노라면 우리 사람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옛날 임금님에서 부터 가난한 서민에 이르기 까지 우리 민족의 모습을 장승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저절로 이곳의 분위기에 동화 되는 느낌이다.

 

최근에 개장한 장승마을 농원에는 황토로 지어진 여러 형태의 팬션이 있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야외수영장과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마곡사를 찾게 되면 단순히 절만 보고 가는 여행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마곡사의 울창한 송림과 산사에서 주는 편안함으로 마음에 위안을 받고, 장승마을에서 육체의 고단함을 내려놓으면  마곡사 여행은 더없이 좋은 휴식처가 될 것 같다. 특히 장승마을에서 먹는 청국장맛은 일품이다. 대부분 음식점들은  청국장을 직접 만들어 끓이기 때문에 청국장의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따라서 청국장을 좋아하는 미식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sbs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장승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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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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