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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집 앞마당에는 오래전 호주 오지를 날아다니던 헬리콥터도 전시돼 있다.
맥주집 앞마당에는 오래전 호주 오지를 날아다니던 헬리콥터도 전시돼 있다. ⓒ 이강진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호주의 최북단 다윈(Darwin)을 향하여 북쪽으로 차를 달린다. 가는 길에 호주 오지를 찾는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맥주집이 있다. 댈리 워터즈 팝(Daly Waters Pub)이라는 곳이다. 맥주를 유달리 좋아하는 호주 사람을 위해 곳곳에 맥주집이 있긴 하지만 이런 오지에 그것도 오랜 역사를 지닌 맥주집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무슨 맥주 집이 길래 이 오지까지 와서 맥주집을 찾는지 궁금해진다. 도착한 곳은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집이다. 다른 맥주집에 비해 특이한 것은 이곳에 들렀던 많은 사람이 이것저것 기증한 사진, 각 나라의 돈, 페넌트, 명함 심지어는 브래지어, 팬티 등 각가지 선물(?)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

 

1930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80년 역사를 지닌 맥주집이다. 그 당시에는 이 오지에 사람도 얼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유명한 맥주집이 되어 있다. 동양인도 몇 명 보이는 관광버스도 오고 간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밖에는 사람의 눈을 끌만한 이상한 복장의 사람이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자동차, 헬리콥터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이 역사가 깊은 곳임을 말해주고 있다.

 

 각국의 지폐가 만국기처럼 널려 있는 맥주집
각국의 지폐가 만국기처럼 널려 있는 맥주집 ⓒ 이강진

 맥주집에는 손님이 기증한 속옷도 전시되어 있다.
맥주집에는 손님이 기증한 속옷도 전시되어 있다. ⓒ 이강진

 

나도 맥주 한 잔을 마시고 특이한 광경을 구경하고 다음 목적지인 마타랑카(Mataranka)로 떠난다. 마타랑카(Mataranka)는 지난번에 만난 집시가 알려준 온천이 있는 곳이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다니는 여행은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조언이 여행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곳의 온천 수영장은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뜨거운 온천이 아니고, 우기 동안 땅속 깊이 고인 물이 건조기가 되면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수영하기에 적당한 따뜻한 물이 계속 흘러나온다. 흘러가는 물이라 아주 깨끗하며 온천 특유의 유황 냄새도 난다.

 

이곳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각국에서 온 사람으로 붐빈다. 영어는 듣기가 힘들고 유럽 나라 말이 더 많이 들린다. 캥거루가 뛰노는 야자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푼다. 온천욕을 끝내고 주위를 걸어본다. 야자수 나무 숲 사이로 제법 큰 물줄기가 흐른다. 주위에서는 인기척에 놀란 캥거루들이 멀끔히 우리를 쳐다보는가 하면 우리를 보고 잽싸게 도망가는 놈들도 있다.

 

여행을 하면서 갖는 기쁨 중 하나는 저녁을 끝낸 다음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아 다른 여행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모닥불을 피워 놓으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금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과 서부 호주의 시골에서 올라온 농부, 그리고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올라온 독일 출신의 부부와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나름대로 여행의 베테랑들이다. 금을 캐는 호주 광산의 규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매년 이곳을 찾는다는 독일 출신의 여행담 그리고 서부호주에서 양을 키우는 농부의 이야기 등을 듣는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나에게 많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지역을 어떤 길을 택해서 가면 무엇을 구경할 수 있다는 등등.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기쁨을 느낀다. 

 

삶의 여정도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기쁨을 느낄 때, 우리는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과 잘 어울리는 천연의 온천 수영장
자연과 잘 어울리는 천연의 온천 수영장 ⓒ 이강진

 온천장 주위를 흐르는 시냇물. 장마철에는 온천장 전체가 범람한다고 한다.
온천장 주위를 흐르는 시냇물. 장마철에는 온천장 전체가 범람한다고 한다. ⓒ 이강진

덧붙이는 글 | 호주 동포 잡지에도 연재 중입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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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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